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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화 사회의 덫...日 매년 10만명 고령가족 간병 퇴직

김형욱 기자I 2017.09.27 16:58:15

간병 필요 고령자 600만명 시대…근로자 10명당 1명꼴 돌봐야
인력 이탈 비상 걸린 기업도 휴직·휴가 늘리며 대책마련 나서

일본 내 간병이 필요한 65세 이상 고령자 추이(단위=만명, 출처=일본 후생노동성)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일본이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며 고령가족을 돌봐야 한다는 이유로 퇴직하는 근로자가 매년 10만명에 달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물론 기업도 인력 유출에 따른 대책 마련에 나섰다. 고령화 사회로 나아가고 있는 우리의 미래 모습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27일 일본경제신문(닛케이) 보도에 따르면 다이이치(第一)생명보험은 고령가족 돌봄 휴직 기간을 일인당 최대 730일까지 늘리기로 했다.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일본 정부는 이미 육아·돌봄휴업법을 통해 고령 돌봄 근로자에게 휴직 기회를 보장하고 있다. 근로자 한 명당 최대 3회로 나누어 93일까지 쉴 수 있다. 다이이치생명보험은 여기에 한술 더 떠서 법적으로 마련된 휴일의 아홉 배를 무제한으로 나누어 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일본 내에서 매년 돌봄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는 직장인이 10만명에 이른다. 메이지야스다생활복지연구소에 따르면 이미 100만명이 간병을 이유로 휴직했고 앞으로 98만명이 더 관둬야 한다. 간병이 필요한 고령자는 늘어나는데 이를 부양할 근로자는 줄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내 간병이 필요한 65세 이상 고령자는 600만명에 달한다. 일본 내 전체 근로자 6300만명의 약 10분의 1이다. 재작년보다 세 배 늘었다.

근로자로선 부모님이 있던 양로시설이 꽉 차서 아예 지역을 옮겨야 한다면 직장을 관둘 수밖에 없다. 재택 간병인 고용 비용이 너무 비싸서 차라리 직접 간병키로 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기업 경영진으로서도 이런 직원을 붙잡는 게 중요한 과제가 됐다.

다이이치생명보험이 휴직 기간을 늘린 것도 이 때문이다. 이곳 평균 연령은 46세, 고령가족 문제에 쫓기는 50대 이상이 전체 직원의 40%다. 근로자가 이 제도를 악용하는 부작용 우려 없진 않지만 고령가족 부양 문제로 퇴사하는 직원을 막는 게 더 시급한 과제가 됐다는 게 닛케이의 설명이다.

다른 회사도 상황은 비슷하다. 메이지야스다(明治安田) 생명보험은 지난해 봄부터 근로자 1인당 고령가족 돌봄 휴일 한도를 1년에서 2년으로 늘렸다. 일본 유통회사 이온도 2년의 고령가족 휴일 제도를 운영중이다.

통상 무급인 고령가족 돌봄 휴직을 유급화하는 기업도 생겨나고 있다. 파나소닉은 휴일 한도 1년 중 6개월은 기준에 따라 기존 월급의 40~70%를 주기로 했다. 히타치제작소도 지난해 봄부터 총 1년 중 9개월은 기존 월급의 50%를 지원한다. 정부도 고용보험 피보험자인 근로자에게는 법적으로 정해진 93일에 대해 월급의 3분의 2를 지원키로 했지만 이들 기업은 법이 정한 한도 이상을 지원키로 했다.

법적으로 보장한다고 해도 사용이 부담스러운 휴직제도 대신 연차 같은 휴가를 늘리는 기업도 늘고 있다. 일본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달부터 연 20일 고령가족 돌봄 유급휴가를 쓸 수 있도록 했다. 화학회사 카오(花王)도 올 1월부터 연 최대 40일 유급휴가를 주기 시작했다. 연 최대 20일의 기본 연차를 포함하면 연 40~60일씩 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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