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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는 물가 기는 경기…'스태그플레이션 공포' 고개드나

김정남 기자I 2016.12.01 16:37:26

소비자물가 반등세…장바구니물가 '고공행진'
예상치 못한 OPEC 합의…"추후 물가 더 올라"
경기는 회복세 안 보여…"경제 악영향 불가피"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세종=박종오 기자] 소비자물가가 연중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3개월 연속 1%대다. 특히 채소 과일 등 장바구니 물가가 고공행진 중이다.

일각에서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물가상승) 공포가 스멀스멀 고개를 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제유가 오르면서 물가가 상승 압력을 받는 와중에 경기는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서민들의 경제적 고통이 가중됐던 게 스태그플레이션의 역사라는 점에서 우려된다.

◇소비자물가 반등세…장바구니물가 ‘고공행진’

통계청이 1일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3% 올랐다. 소비자물가는 지난 5~8월 4개월 연속 0%대 상승률에 머물다가 최근 9월(1.2%)과 10월(1.3%) 들어 오름세가 커지고 있다. 연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는 농·축·수산물 가격이 전년보다 7.9% 오른 영향이 컸다. 10월(8.1%)보다는 상승률이 주춤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며 물가를 0.57%포인트 끌어올렸다. 특히 무 배추 등의 가격이 각각 120.7%, 82.1% 급등했다. 작황 부진으로 출하량이 늘지 않는데 김장철 수요가 증가한 때문으로 분석된다. 토마토(71.1%) 풋고추(62.4%) 파(41.6%) 등도 물가 상승을 부추겼다. 돼지고기(7.9%) 쇠고기(7.0%) 등도 10% 가까이 올랐다. 서민들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장바구니 물가가 반등세를 견인한 것이다.

전셋값도 3.3% 올랐고, 외식소주(11.4%) 하수도료(10.9%) 공동주택 관리비(3.6%) 고교생 학원비(3.0%) 역시 평균 이상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소비자들이 자주 사는 142개품목 가격을 조사한 생활물가지수는 1.1% 상승했다. 전달(1.0%)보다 상승 폭이 약간 커졌다. 2014년 7월(1.4%) 이후 2년4개월 만에 최고치다.

생선 조개류 채소 과일 등 신선식품지수는 15.0% 오르며 10월(15.4%)에 이어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11월 기준으로는 2010년(37.9%) 이후 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다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에너지 제외지수는 1.4% 올랐다. 상승률은 전달(1.6%)보다 소폭 축소됐다.

향후 물가는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 많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의 산유량 감산 합의로 국제유가 반등이 예상돼서다. 정책당국과 시장은 추후 60달러까지 상승할 수도 있다고 본다. 올해 초 유가가 30달러 아래로 떨어졌던 점을 감안하면, 물가는 기저효과로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예상 외로 OPEC이 감산에 합의하면서 국제유가가 50달러대에서 하방 경직성이 강화될 것”이라면서 “원자재가격이 오르면 물가는 더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제5차 촛불집회가 열린 지난 2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 앞에서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경기는 회복세 안 보여…“경제 악영향 불가피”

문제는 물가는 상승 압력이 커지는데 경기는 반등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게다가 우리 경제는 갑작스러운 ‘정치 리스크’에 길을 잃고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 정국 혼란을 하방 리스크로 보고 있다. 다만 정작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지, 성장률이 얼마나 하락할지는 가늠하지 못하고 있다. 불확실성이 워낙 높아서다.

김광석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겸임교수는 “내년 우리 경제성장률은 2%대 중반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한마디로 긍정적인 요인을 찾기가 힘들다”면서 “신흥국 경기가 회복되면서 수출이 마이너스(-)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투자가 위축되고 소비가 침체하는 등 경기가 지속적으로 악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1973년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원유가격을 크게 인상한 1차 오일쇼크 때 전세계 각국은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고통’을 경험했다. 유가가 오르면 기업 생산비에 악영향이 불가피하고, 이로 인한 상품가격 상승이 소비 침체로 이어지는 구조다. 우리나라도 1974년 당시 경제성장률은 전년 대비 5.3%포인트 떨어졌지만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1.2% 급등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과거 겪었던 스태그플레이션은 시기상조”라고 말하고 있다. 다만 경제가 축 처진 가운데 물가만 오르는 탓에 체감경기가 바닥을 길 것이라는 흐름에는 대다수가 동의하고 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오일쇼크 당시와 비교해서는) 국제유가나 물가상승률이 그렇게 높지는 않다”면서도 “수요가 부진한 와중에 가격 상승 압력이 나타나고 있어 우리 경제에 악영향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경제계는 도널드 트럼프 당선 이후 시장을 중심으로 미국 경제의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거론하는 목소리가 늘었다는 점도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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