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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美와의 핵협정 참여 중단…美 핵실험 땐 우리도 할 것"(종합)

박종화 기자I 2023.02.21 20:45:54

우크라 전쟁 1년 앞두고 설전…각각 승전 다짐
푸틴 "전쟁은 서방 탓, 패배 없다…핵 전력 준비 돼"
바이든, 우크라 이어 폴란드서도 협력 강조할 듯
미국·유럽, 전쟁 1년 맞춰 대러 추가 제재 예고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과 맺은 핵무기 통제 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 참여 중단을 선언했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 고스티니 드보르 전시장에서 국정연설을 통해 “누구도 세계 전략적 균형을 해칠 수 있다는 환상에 빠져선 안 된다”며 “러시아는 뉴스타트 참여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국정연설을 하고 있다.(사진=AFP)
미국과 러시아가 2010년 체결한 뉴스타트는 양국이 각각 장거리 핵탄두 숫자를 1550개 이하로 제한하고 상호 사찰을 허용하기로 한 조약이다. 미국은 이 조약에 따라 러시아에 핵 시설을 사찰하겠다고 요구했지만 러시아는 이를 거부해왔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이 핵 실험을 한다면 우리도 똑같이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약은 한 차례 연장을 거쳐 2026년 2월까지 유효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추가 연장 협상은 답보 상태다. 양국은 지난해 11월 말 조약 이행을 위한 회의를 열 예정이었으나 러시아가 회의 전날 연기를 통보한 뒤 관련 대화가 재개되지 않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국정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확전에 대한 책임은 서방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서방의 경제 제재를 비판하며 전쟁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전날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깜짝 방문해 “푸틴의 정복전쟁은 실패했다”고 말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도 폴란드 바르샤바를 찾아 러시아를 견제하고 동유럽 지역 안보를 확립하기 위한 미국의 역할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푸틴 “러, 경제도 강해” 자신감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를 전장에서 패배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미사일을 배치한다면 우리는 그것을 멀리 밀어낼 것”라며 “러시아의 핵 전력은 현대화됐고 국가 방위를 위한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서방의 경제 제재를 향해선 “그들의 목표는 우리를 괴롭히는 것”이라며 “경제 전선에서 러시아와 싸우고 있지만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러시아 경제에 대한 자신감도 드러냈다. 지난해 러시아 국내총생산(GDP)은 2.1% 감소했는데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예상했던 것보다는 선방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를 두고 “러시아 경제가 서방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강했던 게 입증됐다”고 치켜세웠다. 이어 우크라이나 내 점령 지역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강화하고 서방의 제재를 피해 인도, 이란 등과 협력을 강화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날 푸틴 대통령 발언은 전쟁 1년을 앞두고 내부결속을 다지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성과 없이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정치적 입지가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 국민은 우크라이나에서의 작전을 지지한다”고 말한 것도 이런 목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왕이, 모스크바 방문…시진핑 ‘러 방문 사전작업

러시아 공세에 맞서 서방세계는 결속을 다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회담하며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공조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정상회담 직후 연설에서도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있는 폴란드에 대한 고마움과 유럽 내 안보를 위한 미국의 협력이 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날 바이든 대통령은 개전 이후 처음으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찾아 포탄과 방공 레이더 등 5억달러(6481억원) 규모 군사 원조를 약속했다. 그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치고 한 연설에서 푸틴 대통령을 향해 “푸틴의 정복전쟁은 실패했다”고 말했다.

서방세계는 러시아를 겨냥한 추가 제재도 준비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이번 주 10차 대러 제재를 확정할 계획이다. 철강과 알루미늄, 대형차량, 전자회로 등 총 110억유로(약 15조원) 규모의 군수품 수출·입을 차단하는 게 핵심이다. 미국도 제재를 회피하고 있는 러시아 방산·에너지기업과 금융기관을 겨냥한 추가 제재안을 준비 중이다.

한편 중국의 외교 수장인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은 유럽 순방 마지막 일정으로 이날 모스크바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전날 “왕 위원과 푸틴 대통령의 만남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왕 위원의 이번 방문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러시아 방문을 위한 사전작업으로 해석된다. 러시아 외무부는 올해 시 주석의 방러를 추진하겠다고 지난 연말 밝힌 바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전인 지난해 2월 ‘무제한 협력 체제’를 약속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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