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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음바다'였던 이산가족 상봉장, 이튿날은 웃음꽃…가족끼리 점심도

김관용 기자I 2018.08.21 17:04:34

북측 가족들도 훨씬 부드러운 표정
단체 사진도 찍으며 즐거운 시간 보내
상봉행사 처음으로 가족끼리 객실서 식사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둘째날인 21일 오전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한 가족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뉴시스]
[금강산 공동취재단·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 이틀째 행사는 전날 첫 상봉에서 재회의 감격에 눈물바다가 됐던 것과는 분위기가 달랐다. 첫 상봉 때 긴장한 표정으로 말없이 상봉 시작을 기다렸던 북측 가족들도 훨씬 부드러운 표정으로 편히 앉는 모습이었다. 남북 가족들은 다 같이 단체 사진도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개별상봉에서 가족들의 추억을 확인하고는 한결 기분이 좋아진듯 했다.

21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진행된 단체상봉에서 김병오(88) 할아버지는 여동생인 순옥(81) 씨의 손을 꼭 잡으며 “우리 여동생 예쁘지 않냐”며 취재진에 너스레를 떨었다. 김 할아버지는 과자를 까서 여동생에게 먹여주기도 했다. 유관식(89) 할아버지는 이날 오전 개별상봉 때 가족끼리 촬영한 영상을 다시 돌려봤다. 한복을 입은 북측 가족이 춤을 추며 유 할아버지에게 노래를 불러주는 영상이었다.

김혜자(75) 씨는 북측 남동생 은하 씨에게 “사랑해요”라며 꼭 끌어안았다. 그는 “아기 때 헤어져서 73년 만에 만난 건데 안 보내고 같이 있고 싶다”며 내일 헤어짐을 아쉬워했다. 북측 언니와 여동생을 만난 배순희(82) 할머니는 “70여 년 만에 만났으니 못다 한 얘기를 더 나누고 싶다”며 “어제, 오늘 한 얘기도 또 하고 싶다”고 했다. 전날 첫 상봉에서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오열했던 이금섬(92) 할머니는 아들 리상철(71) 씨와 또다시 부둥켜안기도 했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둘째날인 21일 오전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남측의 이금섬(92) 할머니가 북측의 아들 리상철(71)씨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뉴시스]
앞서 남북 가족들은 오전 10시 10분부터 3시간 동안 개별적으로 만나 오붓한 시간을 보냈다. 북측 가족 대부분은 한복 차림으로 ‘개성고려인삼’이나 ‘개성고려인삼 화장품’ 등을 선물로 들고 왔다. 또 북측 가족들 손에는 백두산 들쭉술과 대평곡주 등 북측 당국이 준비한 선물도 하나씩 들려 있었다. 남측 가족들도 북측 가족들에게 전달할 선물로 양갱과 영양제, 화장품 등을 준비했다. 남측 가족들이 준비한 선물은 북측 가족에 직접 전달되지는 않았다. 북측 당국이 일단 따로 모았다가 추후 가족들에게 전달한다고 통일부 관계자는 전했다.

가족들은 이날 2시간 동안 개별상봉을 하고, 이후 1시간 동안 객실에서 가족들과 도시락을 먹으며 상봉을 이어갔다. 지난 2015년 20차 상봉행사까지는 개별상봉 후 공동오찬으로 행사가 진행됐지만, 남북은 올해 행사에서 이동을 최소화하고 가족끼리 오붓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하기 위해 행사 방식을 변경했다.

북측은 외금강호텔 1층 식당 ‘외금각’에서 미리 준비한 도시락을 객실마다 직접 배달했다. 전날 금강산호텔 연회장에서 단체로 저녁 식사를 했던 것에 비하면 가족끼리 좀 더 편안한 분위기에서 식사했다. 이영부(76) 씨는 개별상봉에 대해 “아무래도 자유롭고 훨씬 낫다”고 말했고, 따로 점심을 한 데 대해선 “얼마나 맛있어. 기분좋고”라며 흐뭇해했다.

한편, 북측 조카들과 상봉한 강화자(90) 할머니는 이날 오후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단체 상봉을 포기했다. 강 할머니는 오전 개별상봉과 오찬은 함께 했다. 남북 가족은 이날 2시간 단체상봉을 마지막으로 2일 차 행사를 마무리했다. 마지막 날인 22일에는 작별상봉과 공동오찬이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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