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경제계 반발에 막힌 표준감사시간제…의견차 여전

이광수 기자I 2018.12.20 16:25:37

회계업계-경제계 이견으로 미뤄지는 표준감사시간제
한공회 "감사시간 산정 모형 점검예정…기업 수용 가능성 높일 것"
경제계 "현 수준 두 배 넘는 감사시간 과도…검증·시범적용기간 필요"

[이데일리 이광수 기자] 기업에 대한 감사시간을 일정 시간 이상 보장해 기업의 회계 품질을 높이는 표준감사시간제 초안 발표가 결국 해를 넘기게 됐다. 당초 이달 안에 초안을 발표하고 공청회 등 의견수렴을 통해 늦어도 연내 확정할 예정이었던 표준감사시간제는 경제계의 반발로 빨라야 내년 1월에 발표될 예정이다. 충분한 감사시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회계업계와 비용부담을 우려하는 경제계간 간극이 워낙 커서 이를 어떻게 좁힐 것인지가 관건이다.

◇경제계 반발에 이날 초안 발표 취소

20일 회계업계와 경제계 등에 따르면 한국공인회계사회는 이날 오전 발표할 예정이었던 표준감사시간제 초안 발표를 취소했다. 보도자료 형태로 발표할 계획이었지만 경제계의 반발이 거세지자 한공회는 초안 발표를 내년 초로 연기하고 공청회를 1월 11일에 열겠다고 밝혔다. 또 감사시간의 산정 방법 모형의 완성도와 기업의 수용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세부사항을 점검하기로 했다.

한공회 관계자는 “기업의 수용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경제계의 입장을 반영하고 세부사항을 공신력있는 외부 기관에 의뢰해 최종적으로 점검하겠다”며 “상장여부와 기업규모 업종 등을 고려해 6개 그룹으로 나누어 표준감사시간제를 그룹별로 다르게 적용하고 중견·중소법인에 대해는 충분한 준비기간을 통해 제도 연착륙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표준감사시간제는 기업에 일정 시간 이상을 외부감사에 투입해야 한다는 최저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동안 자유수임제로 감사인의 독립성이 훼손되고 감사인이 충분히 감사시간에 투입하지 못했다는 지적에 따라 지난달 1일부터 시행된 개정 외부감사법에 포함됐다.

한공회 측은 “표준감사시간제는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낮은 감사시간으로 감사품질이 저하되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조치”라며 “표준감사시간을 적용해도 선진국 감사시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한공회에 따르면 국내 감사인의 감사투입시간은 미국의 20~41%에 수준으로 나타났다.

◇회계업계-경제계 갈등 여전

감사시간이 늘어나면 감사비 상승은 필연적이다. 이에 경제계에서는 표준감사시간제가 도입되면 기업들의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며 줄곧 표준감사시간제의 도입에 방어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개정 외감법 시행 전에 확정됐어야 자연스러울 표준감사시간제가 외감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초안 조차 내놓지 못한 이유는 그만큼 회계업계와 경제계의 의견차가 컸기 때문이다.

표준감사시간제는 초안을 내기 전에 회계법인과 경제계 등 각 이해관계자들이 다섯차례 표준감사심의위원회 회의를 통해 초안을 내도록 돼있다. 지난 10월부터 이달 초까지 다섯 차례 회의는 이미 마친 상태지만 회계업계와 경제계의 의견차이는 좁혀지지 않은 상태다.

이날 경제계 4개 단체(한국상장사협의회·코스닥협회·대한상공회의소·중소기업중앙회)는 공동 입장서를 통해 “어려워진 경제상황에서 현 수준의 두 배가 넘는 과도한 표준감사시간 설정으로 기업 부담 심화 예상된다”며 “표준감사시간이 정확히 산정된 것인지에 대한 객관적인 검증과 시범적용기간을 가져야한다”고 밝혔다.

양측의 소통도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다. 경제계 4개 단체는 “외감법령에 따라 표준감사심의위원회에 참여해 왔으나 한공회는 경제계의 입장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공청회 일정을 발표했다”며 “법정 기구인 위원회 심의도 거치지 않은 공개초안 발표를 강행할 경우 외부감사법령 위반”이라고 설명했다.

한공회 측은 “표준감사시간 제정의 필요성과 제정방향에 대해서는 상당부분 공감대가 이어진 상태”라며 “충실한 감사는 기업의 비용이 아니라 기업의 건전한 경영과 시장의 신뢰회복을 위한 투자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