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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사실로…스모킹건은 '정답 암기장'

최정훈 기자I 2018.11.12 15:17:33

업무방해 혐의 A씨·쌍둥이 자녀 檢 송치
경찰 "전과목 정답 적힌 암기장·포스트잇 등 정황 발견"
내신 성적 1등으로 오를 때 모의고사는 459등으로 추락
A씨와 쌍둥이 자녀 여전히 혐의 부인
숙명여고 전 교감·교감 등 불기소의견 송치

12일 오전 서울 수서경찰서에서 숙명여고 쌍둥이 자매 문제유출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에 앞서 경찰이 압수한 시험지와 암기장 등을 공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최정훈 김소연 기자] 서울 숙명여고 시험문제 유출 의혹을 수사한 경찰이 실제 시험지 유출이 있었다는 결론을 내리고 전임 교무부장 A(53)씨와 쌍둥이 자녀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시험지 유출 의혹을 입증하기에 충분한 다수의 증거를 찾아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숙명여고 전임 교무부장인 A씨를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 기소의견으로 송치하고 그의 쌍둥이 자녀를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의견 송치했다고 12일 밝혔다.

A씨는 2017년 6월부터 2018년 7월 사이에 치러진 정기고사 총 5회의 문제와 정답을 유출해 학교의 성적관리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쌍둥이 자매는 부친으로부터 문제를 유출 받아서 부당한 방법으로 시험을 치러 학교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A씨가 쌍둥이 자매가 문·이과 전교 1등을 차지한 2학년 1학기 중간·기말고사뿐 아니라 지난해 1학년 1학기 기말고사부터 1학년 2학기 중간·기말고사까지 5차례에 걸쳐 문제와 정답을 유출한 것으로 보고 있다.

◇ 정답 암기장·시험지 금고에 보관한 날 야근도…경찰 “증거 다수 확보”

경찰에 따르면 수사 과정에서 이들이 시험지를 유출한 정황 증거가 다수 발견됐다. 경찰은 시험지 유출의혹의 가장 유력한 증거로 정답표가 기재된 쌍둥이 자매 중 동생의 암기장을 꼽았다.

경찰 관계자는 “쌍둥이 자매 중 동생의 암기장에서 2학년 1학기 기말고사 전 과목의 시험 문제 정답이 적혀 있었다”며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곤란하지만 미리 정답을 알고 적었다고 볼 수 있는 특징점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포스트잇에 시험 문제 정답을 빼곡히 적어둔 것과 실제로 치른 시험지에 정답표가 적혀 있는 것도 확보했다.

경찰 관계자는 “포스트잇에 경우 손바닥 안에 들어갈 정도의 크기로 조그맣게 써 커닝페이퍼식으로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암기장에 없는 정답표는 포스트잇에 적혀 있었다”며 “시험지에 있는 정답표는 외운 정답을 시험지를 받자마자 옮겨적고 OMR카드에 옮긴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또 쌍둥이 중 동생의 휴대전화에서 2학년 1학기 기말고사의 영어 서술형 문제 정답이 그대로 적혀 있는 것도 확인했다. 디지털 포렌식 분석결과 이 메모는 시험일 이전에 작성됐다. 또 A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미적분 과목 시험지도 발견됐다. 경찰은 이 시험지 역시 미리 유출된 것으로 의심된다고 전했다.

경찰은 또한 A씨가 1학년 1학기 중간·기말 고사 시험지를 금고에 보관한 날에 근무대장에 기재하지 않고 초과 근무한 사실도 유력한 정황 증거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금고 비밀번호를 알고 있던 점이 결정적인 증거”라며 “유출 경로는 특정하지 못했지만 A씨가 야근했을 때 복사기를 사용하거나 사진을 찍어 시험지를 유출했을 것이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험 후 채점 위해 메모” 유출의혹 부인

이같은 증거에도 A씨와 쌍둥이 자매는 여전히 유출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쌍둥이 자매는 암기장 등 증거에 대해 “시험 후 채점을 위해 메모한 것”이라며 주장했다.

경찰은 “쌍둥이 자매가 휴대전화에 저장된 영어 정답에 대해 특정 문제집에서 나온 문제를 공부하면서 저장한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확인 결과 그 문제집이 아닌 다른 참고서에서 나온 문제였다”며 “쌍둥이 자매가 말을 맞춘 정황도 있다”고 전했다.

A씨 또한 “암기장 등 문제 유출 정황을 보여주는 자료는 잘 모른다”면서 “근무대장에 기록하지 않고 시험지 보관일에 야근했던 것은 평소 초과 근무일보다 일찍 퇴근했기 때문“이라며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또 지난 8월 31일 서울시교육청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자 자택 컴퓨터를 교체한 것에 대해서는 “노후 컴퓨터를 교체했을 뿐”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12일 오전 서울 수서경찰서가 공개한 숙명여고 쌍둥이 문제유출 사건의 압수품인 시험지. 시험지에 해당 시험 문제의 정답(빨간 원)이 적혀있다.(사진=수서경찰서 제공)
◇ 숙명여고 쌍둥이, 내신은 1등인데 모의고사는 459등

시험지 유출 의혹이 사실임을 보여주는 정황 증거는 또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시교육청으로 제출 받은 ‘숙명여고 8월 특별감사 실시 결과 보고’ 자료에 따르면 쌍둥이 중 언니 A양의 국어 내신 전교 석차가 지난해 1학년 1학기 107등에서 올해 2학년 1학기 1등으로 수직 상승하는 동안 모의고사 성적은 지난해 9월 68등에서 올해 3월 459등으로 추락했다. 영어의 경우에도 내신 전교 석차 132등에서 1등으로 상승한 같은기간 모의고사는 오히려 1등급에서 2등급으로 떨어졌다.

동생 B양은 국어의 경우 내신 성적이 1학년 1학기 전교 석차 82등에서 2학년 1학기 1등으로 오르는 동안, 모의고사는 1학년 때 130등에서 2학년 때는 301등으로 떨어졌다. 영어도 내신 석차가 188등에서 8등으로 오르는 동안 모의고사는 1등급에서 2등급으로 추락했다.

수학의 경우 쌍둥이 모두 모의고사에서도 성적이 다소 상승했다. A양의 경우 내신 전교 석차가 77등에서 1등으로 상승한 기간에 모의고사는 149등에서 121등에서 미미하게 올랐다. B양도 수학 내신 전교 석차가 265등에서 1등으로 오르는 동안 모의고사는 300등에서 96등으로 상승했다. 그러나 전교 1등으로 급등한 내신 석차와 비교할 때는 모의고사 성적은 여전히 낮은 수준을 보였다.

한편 경찰은 함께 입건된 전 교장과 교감, 고사총괄 담당교사는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서울시교육청과 학교의 지침을 따르지 않고 현씨를 고사 검토에서 배제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해당 사실 만으로는 학업성적 관리 업무 방해를 방조했다고 볼 수 없다”고 전했다

12일 오전 서울 수서경찰서에서 진점옥 수사과장이 숙명여고 쌍둥이 자매 문제유출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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