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혼돈의 美 증시…산타랠리 기대감 vs 약세장 랠리일뿐

김정남 기자I 2023.11.07 19:19:05

美 증시 연말 장세…혼돈의 롤러코스터
월가서 연착륙發 산타랠리 기대감 대세
"대세 약세장 속 일시적 반등" 비관론도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연말 산타 랠리가 오는가, 아니면 약세장 랠리일 뿐인가.

미국 뉴욕 증시가 연말을 앞두고 연일 롤러코스터를 타는 가운데 추후 전망을 두고 월가 내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연말 효과에 따른 산타 랠리를 기대하는 분석과 함께 경기 침체를 앞둔 약세장 랠리(대세 약세장 와중에 일시 반등)에 불과하다는 진단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사진=AFP 제공)


美 연착륙發 산타랠리 기대감

6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기술주 위주의 미국 나스닥 지수는 지난달 25일 1만2821.22에 마감하면서 1970년 2월 첫 출범 이후 70번째 기술적 조정장에 진입했다. 통상 전고점 대비 10% 이상 빠질 경우 기술적 조정장으로 일컫는데, 나스닥 지수는 당시 지난 7월 19일(1만4358.02) 이후 10.70% 내렸다. 이후 이튿날인 지난달 26일 1만2595.61까지 더 빠진 나스닥 지수는 이후 7거래일간 국채금리 급락을 등에 업고 7.33% 급등했다. 이날 종가는 1만3518.78였다. 최근 국채금리 급등락과 함께 나스닥 지수가 출렁인 것이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 역시 지난달 27일 5개월 만의 최저치인 4117.37까지 빠진 뒤 6거래일간 6.04% 폭등했다.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6거래일 연속 오르며 이 기간 5.18% 상승했다. 연말이 다가오는 와중에 극도의 변동성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월가에서는 연말 장세를 두고 분석들이 쏟아지고 있다. 목소리가 더 큰 쪽은 긍정론이다. 소비 대목인 연말을 맞아 산타 랠리를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증시정보업체 스톡 트레이더 알마냑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볼 때 11월은 일 년 중 S&P 지수가 가장 높은 평균 수익률을 기록한 달이었다.

산타 랠리를 뒷받침하는 근거는 ‘골디락스’(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은 이상적인 상황) 낙관론이다. 미국 경제가 적당한 수준으로 연착륙할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 3일 나온 미국 고용보고서는 여기에 힘을 실어줬다. 지난달 비농업 일자리는 전월 대비 15만개 늘었는데, 이는 9월(29만7000개)보다 절반 수준에 불가하다. 인플레이션을 야기했던 노동시장 과열이 한풀 꺾인 셈이다. 이날 컨퍼런스보드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고용추세지수(EMI)는 114.16으로 전월(114.63) 대비 하락했다. ETI는 대표적인 노동시장 선행지수다.

월가 투자자문사 에버코어ISI는 이날 투자 메모를 통해 “S&P 지수가 연고점을 갈아치울 수 있다”며 “국채 투매, 고유가, 지정학 불확실성 등 여러 악재들이 있지만 시장은 이를 극복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올해 고점은 7월 31일 당시 4588.96이다. 지금보다 5% 이상 뛸 수 있다는 의미다. 네드데이비스리서치(NDR)는 지난달 S&P 지수가 2.20% 하락한 것을 두고 “1928년 이후 S&P 지수가 10월에 최소 2% 하락했던 24번의 사례를 분석해보면 이후 6개월간 주가는 5.3% 상승했다”며 “10월 하락장은 약세 징조가 아니다”고 했다.

시장전문매체 마켓인사이더는 “NDR 외에 다른 기관들도 증시 반등을 점치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과매도 신호가 보인다”며 연말까지 S&P 지수가 14% 추가 상승할 것이라는 파이퍼샌들러가 대표적이다.

“약세장 랠리 불과” 비관론도

그러나 비관론 역시 적지 않다. 마이클 윌슨 모건스탠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최근 반등을 두고 약세장 랠리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보고서를 통해 우울한 기업 실적 전망 등을 거론하면서 “연말 랠리에 대한 기대를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증시 반등을 뒷받침하고 있는 국채금리 하락을 두고서는 “연방준비제도(Fed)가 내년 초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해석 때문이 아니다”며 “국채 발행 계획, 경제 지표 약세와 더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하루 20bp(1bp=0.01%포인트)에 달할 정도의 최근 국채금리 급락세가 과하다는 의미다. 블룸버그는 “경기 침체에 대한 기업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고금리 장기화가 수요에 미칠 영향에 대한 걱정도 여전하다”고 전했다.

일부 주식 강세론자들 사이에서는 연준이 금리 인하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는 주장도 나와 눈길을 끌었다. 대표적인 월가 강세론자인 제레미 시겔 와튼스쿨 교수는 CNBC에 나와 “부진한 경제 지표로 인해 침체가 임박한 위협으로 다가왔다”며 “연준은 시장 예상보다 빨리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했다. 시겔 교수는 당초 침체 자체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는데, 이번에 약간 견해를 바꿨다. 침체에 대비해 연준이 빠르게 인하 쪽으로 움직이면 증시 랠리가 가능하다는 뜻으로 읽힌다.

시겔 교수는 “연준이 유연성을 갖고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본다”며 “연준의 다음 조치는 금리 인하”라고 했다. 그는 “경제 지표를 볼 때 예상보다 훨씬 더 빨리 이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