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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가면 하반기 경기침체”…수술대 오른 회계제도

최훈길 기자I 2023.04.05 19:13:24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완화하는 이유
감사 비용·시간 증가해 기업 부담 증가
코스피 3년 만에 역성장, 올해도 우려
여당도 "기업 부담 완화해야" 공론화
회계업계 반발, 회계투명성 확보 과제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금융당국이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등 회계감사 제도를 완화하기로 한 것은 기업 부담과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에 코스피 상장사들이 3년 만에 역성장하고, 올해 경기 상황도 ‘시계 제로’여서다. 다만 산업계와 회계업계는 회계제도를 수술대에 올리는 것을 놓고 충돌하고 있어, 최종안 확정까지는 진통이 불가피하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감사 비용·시간 증가해 기업 부담 증가

5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금융위는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를 포함한 현행 제도를 완화하는 쪽으로 방침을 정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에 대해 기업 이슈가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바꾸는 게 맞다”며 “지정제와 관련해 문제 제기된 것에 대해 완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완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로는 외부 감사 부담을 토로하는 기업이 부쩍 늘었다. 2018년에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가 시행된 이후 기업이 감당해야 할 외부 감사 보수·시간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졌기 때문이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한 회사당 평균 감사 보수는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가 도입되기 전인 2017년에 1억2500만원이었으나 도입 이후인 2021년에는 2억8300만원으로 126.4% 증가했다. 한 회사당 평균 감사 시간은 2017년에 1700시간에서 2021년에 2742시간으로 증가했다. 반도체 장비 납품 기업인 파크시스템스의 조연옥 전무는 “감사 비용·시간 급증은 기업에 굉장한 부담”이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폐지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정윤모 중기중앙회 상근부회장은 “감사인 주기적 지정제는 세계 어디에도 없고 우리나라에만 있는 갈라파고스 규제”라며 “글로벌 스탠더드와 맞지 않고 현장에서도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주현 금융위원장. (사진=대통령실)
◇코스피 3년 만에 역성장, 올해도 우려

최근에 경기 상황이 안 좋아져 기업의 실적이 직격탄을 맞은 것도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완화에 영향을 끼쳤다. 특히 정부는 지난 4일 발표된 코스피 기업들의 실적 악화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발표한 ‘유가증권시장 2022년 결산 실적’에 따르면 작년 코스피 상장사의 영업이익은 159조4124억원으로 전년(186조8947억원)보다 14.70% 감소했다. 이는 2019년 이후 3년 만의 역성장이다. 이들 기업들의 순이익도 131조5148억원에 머물며 전년(159조463억원)보다 17.31% 줄었다.

게다가 올해 경기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은행이 망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번졌다.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도 불명확해 고금리가 계속될 우려도 크다. 서철수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경기가 올해 하반기에 가도 안 풀릴 가능성이 있다”며 “2분기 이후 기업 실적이 어떻게 나올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여당에서도 이같은 상황을 감안해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개편을 위한 여론 수렴에 나섰다.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4일 간담회를 열고 “제도가 좋은 취지를 가지고 있더라도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며 “기업 부담을 경감하는 측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회계업계는 제도 도입 취지를 고려해 현행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과거에는 특정 회계법인이 길게는 수십년 간 한 회사의 감사를 맡았다.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태로 천문학적인 혈세까지 투입되자, 정부는 외부감사법 개정안(신외감법)을 추진했다. 이광열 한영회계법인 본부장은 “지금 제도를 섣불리 완화하면 신외감법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금융위는 최종 논의를 거쳐 최종안을 가다듬을 예정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태스크포스(TF)에서 논의된 내용, 회계학회의 연구용역 결과 및 공청회에서 제기된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될 것”이라며 “최종안을 확정하기 전까지 충분히 의견수렴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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