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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보다 치열한 한국당 원내대표 선거…"당 불안정 반증"

유태환 기자I 2018.12.03 17:03:10

계파 간 사활 걸면서 건곤일척 승부 매년 반복
'16년 12월 친박 당선 비박 탈당 최종 도화선
민주당 선거, 1년간 바닥 다지며 대세론 형성
"계파 지지세·합종연횡 의한 선거, 혼란 연장"

[이데일리 신태현 기자] 김학용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0월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환노위원장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이데일리 유태환 기자] “본인이 주인공이 되기 위한 정치역정을 계속해온 사람.” “저는 더 이상 인지도를 올리려고 정치할 이유가 없다.”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선거에서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고 평가받는 김학용·나경원 의원이 3일 각각 상대방을 향해 던진 말이다.

김성태 현(現) 한국당 원내대표 임기 종료일이 채 열흘도 남지 않으면서 차기 원내대표직에 대한 경쟁이 과열 양상을 보이는 모양새다. 비박(박근혜)·바른정당 출신 복당파의 지지를 받는 김 의원과 친박·잔류파가 밀고 있는 나 의원 간 계파 세 대결 분위기와 관련,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일부 일탈 행위가 보인다”고 공개 경고까지 하고 나설 정도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보다도 의원들이 사활을 거는 한국당 원내대표 선거전에 대해 “그만큼 당이 안정성이 없다는 반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데일리 신태현 기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원내대표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계파 청산” 외치지만 또 계파 갈등 재연 모습

한국당 원내대표 선거가 올해에도 계파 간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승부를 반복하는 모습이다. 김학용·나경원 두 의원을 비롯해 출마를 공식화하거나 선언한 김영우·유기준·유재중 의원 모두 “계파 청산”을 외치지만 이번 원내대표 선거를 통해 또 계파 간 기 싸움이 재연되고 있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중론이다.

친박·잔류파에서는 “김성태 원내대표에 이어 또 복당파가 원내사령탑을 차지하게 둘 수 없다”는 분위기다. 아울러 이번 원내대표 선거에서 만약 비박·복당파가 승리할 경우 다음해 열리는 전당대회 당권은 자신들에게 양보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반면 비박·복당파는 “원내대표는 원내대표고 당권은 당권”이라며 사실상 당내 ‘투톱’ 자리를 싹쓸이하겠다는 계획으로 전해졌다.

앞서도 한국당은 박근혜 전(前)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뒤 치러진 2016년 12월 원내대표 선거(당시 새누리당)에서 친박과 비박이 격돌했다. 결국 친박 성향 정우택 의원이 비박 대표주자로 나섰던 나 의원에 승리하면서 비박 의원들이 탈당해 바른정당을 창당하는 최종 도화선이 됐다.

지난해 치러진 원내대표 선거에서 역시 복당파이자 홍준표 전 대표의 지지를 받던 김성태 의원과 친박 단일후보인 홍문종 의원에 대한 대항마로 이주영·조경태·한선교 의원이 단일화를 모색했고 한 의원이 중립성향 후보로 낙점됐다.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최대 10명의 의원이 원내대표 후보군 하마평에 올랐지만 전당대회 출마로 방향을 선회하거나 이합집산(離合集散)을 거쳐 5명으로 압축된 올해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셈이다.

◇“어떤 지도부가 당 이끌지 예측 가능성 있어야”

한국당과 달리 민주당은 정권교체 이후 치러진 두 번의 원내대표 선거 모두 일찌감치 양자대결로 정리됐고, 당선자도 미리 가늠할 수 있었다. 지난해 5월 정권교체 직후 치러진 원내대표 선거에서는 문재인 대통령 당선에도 불구하고 친문(문재인) 색채가 더 강한 홍영표 현 원내대표를 범주류로 분류되는 우원식 의원이 꺾었다.

지난 5월에도 홍 원내대표가 대세론을 형성하면서 예상대로 노웅래 의원을 누르고 당선됐다. 우 의원과 홍 원내대표 모두 원내대표 선거에서 한 차례 고배를 마신 뒤 1년 간 의원들의 바닥 민심을 다지면서 일찌감치 대세론 분위기를 만들어 나갔고, 결과도 정치권 안팎의 전망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또 노골적인 계파 간 단일화나 이전투구(泥田鬪狗), 상대방을 향한 공개적인 공세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투표권이 의원들에게만 있는 반장선거 성격의 원내대표 경선에서 과도한 흠집내기를 자제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됐던 게 이유다.

반면 한국당은 이번 원내대표 선거에서 또 계파 갈등을 관리하지 못할 경우 향후 당협위원장 교체와 전당대회 과정에서 걷잡을 수 없이 당이 분열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정당은 정책과 이념, 비전, 향후 어떤 지도부가 정당을 이끌지 등 종합적으로 예측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며 “정당 자체가 불안정하면 당내 선거에서 후보가 난립하고 혼란스러운 상황들이 계속 연출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계파 지지세나 합종연횡에 의한 선거가 되면 당의 혼란이 더 연장되는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결국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하는 데 실패하는 상황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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