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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시장 분리론 갈등 고조…방법 놓고 첨예한 대립

권소현 기자I 2015.06.02 17:49:21

새누리당 창조경제정책포럼서 '인적분할' 제언
한국거래소 "독자생존 불가능…투자자보호 문제제기"
금융위 "독립성 확보 필요…방안은 고민"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코스닥시장 분리안을 놓고 이해관계자들 간 의견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벤처캐피탈업계는 코스닥시장을 분리해야만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고, 한국거래소는 독자생존이 불가능할 것이라며 결사 반대에 나섰다. 개편안을 마련 중인 금융위원회는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조직의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는 체계를 고민해야 한다며 지주회사-자회사 식의 분리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2일 새누리당 산하 창조경제정책포럼이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개최한 ‘한국거래소 지배구조개편 제언’에서는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정연태 창조경제정책포럼 회장이 인사말을 하는 와중에 한국거래소 직원들이 패널에 거래소 관계자가 포함되지 않았다고 항의하면서 소란이 벌어졌다. 곳곳에 배석한 한국거래소 직원들이 지배구조 개편안에 대한 불만을 텋어놓으며 고성과 막말이 오갔고 주최측 관계자들이 일부 거래소 직원들을 밖으로 내보내는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군현 새누리당 사무총장도 축사를 위해 참석했으나 소란이 벌어지자 축사를 생략하고 자리를 떴고, 주제발표 전 사진촬영 순서도 포럼 이후로 미뤘다.

장내 정리 후 발표에 나선 윤병섭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코스닥을 인적분할해 별도의 시장으로 구축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 우선 김형수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전무는 “2004년에 비해 벤처기업은 늘고 벤처캐피탈 투자금액도 증가했는데 유일하게 코스닥시장 상황만 어렵다”며 “코스닥시장의 특성이 제대로 발휘되려면 독립적으로 정체성을 확립하고 경쟁체제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합 거래소 이전인 2004년 벤처기업은 8000개에 다소 못 미쳤는데 작년말 3만개로 늘었고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벤처기업수 역시 10년 전 78개에서 작년 약 454개로 6배 늘었다는 것. 벤처캐피탈 투자금액은 6400억원에서 작년 1조6400억원으로 늘었는데 코스닥시장 상장기업수는 스팩을 제외하면 오히려 뒷걸음질쳤다고 지적했다.

김 전무는 “코스닥시장 독립성을 위해 코스닥시장과 코스닥위원회를 분리했다가 다시 통합했지만 효과를 내지 못했다”며 “그보다 강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스닥시장 분리론 선봉자인 이민화 카이스트 교수는 2000년 벤처붐 신화를 재연하려면 코스닥시장 분리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전체 벤처산업의 성장세에 비해 코스닥은 후퇴했다”며 “아무리 벤처투자를 활성화하려 해도 회수할 수 있는 시장이 후퇴하는데 누가 투자하려 하겠는가”하고 반문했다.

그는 “통합 이후 건전성은 악화되고 신규 상장은 줄었는데 인력은 늘었다”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가 많은 노력을 했지만 결론적으로는 큰 효과를 못 봤기 때문에 이는 부분적인 정책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인 거버넌스 문제”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코스닥시장을 분리해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을 추구하며 벤처 기업을 키울 수 있는 시장으로 만들고 코스피는 안정적이고 보수적인 시장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주식농부라는 필명으로 유명한 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 역시 “현재 거래소 시장과 통합돼 있는 코스닥시장을 독립해 개방성과 역동성이 있는 시장으로 차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통해 코스닥시장의 정체성과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패널에 한국거래소측 인사는 없었지만 포럼에 참석한 직원들은 발언기회를 얻어 이 같은 주장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지천삼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부 부장은 시장 분리만이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대안을 아니라고 주장했다. 지 부장은 “2000년 초반 거래소와 경쟁할 수 있도록 한국ECN증권시장을 개설했지만 5년 만에 문 닫았고 1990년대 후반 벤처 육성을 위해 개설된 해외 신시장도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해 사라졌다”며 “반면 이스라엘, 홍콩, 싱가포르, 홍콩 등에서는 거래소 메인 시장과 신시장을 통합했다”고 설명했다.

코스닥시장을 분리하고 상장 문턱을 낮췄을 때 투자자 보호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 제기도 활발하게 이뤄졌다.

2009년 실질심사가 도입된 이후 4년 동안 상장폐지 업무를 담당했다고 밝힌 한국거래소 직원은 “4년 동안 한해 50~60개 기업들이 상장폐지됐는데 하루에 40~50통 되는 투자자들의 전화를 받기도 했다”며 “코스닥에서 개인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데 투자자들이 날리는 돈은 어떻게 할 것인가”하고 되물었다.

또 다른 직원은 “IT 거품이 일었던 2000년대 초반에 비해 상장문턱이 높아진 것은 그만큼 엄청난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라며 “코스닥 상장 마케팅은 통합 이후 더 열심히 한다”고 반박했다.

개편안 마련 주체인 금융위원회는 구체적인 안을 염두에 두고 추진하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지배구조 개편에 대해서는 확고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날 패널로 참석한 이형주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장은 “2005년에는 그때의 통합 논리가 있었고 지금도 그 논리가 적용되는가를 생각해봐야 한다”며 “세계 거래소의 구조개편 동향을 봐도 그 시점에 맞게 스스로 모습을 바꿔가고 있기 때문에 한국거래소도 우리나라 자본시장 발전단계에서 가장 맞는 모습이 무엇인가를 고민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코스닥시장 분리에 무게를 실으면서, 독립법인으로 분리하기 보다는 지주회사 아래 자회사로 두는 방안을 염두에 둔 듯한 발언을 했다.

이 과장은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한국거래소와 코스닥 간 관계에 대해서는 시장간 경쟁이 촉진돼야 한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라며 “한국거래소 안에서 코스닥이 갖고 있는 잠재력을 100% 발휘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모든 사람이 부정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별도 거래소냐, 자회사냐, 지주회사냐는 검토해봐야 하겠지만 별도 거래소는 한계점이 많기 때문에 조직의 독립성은 확보하면서 다운사이드는 줄일 수 있는 체계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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