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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혁신위가 띄운 수도권 출마론…영남·수도권 모두 '부글부글'

김기덕 기자I 2023.10.30 17:14:23

인요한 혁신위원장, 영남 중진 수도권 출마 주장
부산 떠난 하태경, 원외 수도권당협위원장 간담회
'낙동강 하류당' 발언에 TK·PK의원 거센 반발
수도권 원외, 영남 중진에 떠밀릴까 우려
당내 분위기는 회의론 "나와도 경쟁력 전혀 없어"

[이데일리 김기덕 이상원 기자]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의 ‘낙동강 하류당’ 발언 이후 영남권 중진들의 수도권 출마론에 대한 당내 파열음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보수 텃밭이자 국민의힘 전체 의석의 절반에 달하는 TK(대구·경북)·PK(부산·울산·경남) 지역을 떠나 당 중진들이 솔선수범의 자세로 험지에 출마해야 지적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당사자인 영남권 중진은 물론 그동안 수도권에서 터를 닦아온 일부 원외 당협위원장이 반발하면서 앞으로 당 내홍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낙동강 머무는 정당 안돼”…원외위원장, 작심 비판 목소리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수도권 민심, 원외위원장에게 듣는다’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수도권 지역에서 국민의힘 당협위원장을 맡은 원외 인사 15명이 참석했다. 이날 회의는 부산 3선 출신인 하 의원이 앞서 당내에서 서울 출마를 첫 선언한 이후 열렸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하 의원은 이날 회의를 주재하며 “더 이상 우리 당이 낙동강에 머무는 정당이 되지 않고, 이제는 대한민국도 영남 보수가 아닌 수도권 보수가 이끌어야 한다”며 입을 뗐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3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수도권 민심, 국민의힘 원외위원장한테 듣는다’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이날 회의에서 원외 당협위원장은 최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로 수도권 위기론이 현실로 직면하게 된 만큼, 당 지도부가 스스로 영남당의 한계를 깨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이를 위한 방법론에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김용남 국민의힘 경기 수원병 당협위원장은 “떠나버린 수도권 민심을 되찾기 위해서는 수직적인 대통령실과 당과의 관계는 반드시 정상화돼야 한다”며 “우리 당이 영남당의 한계를 깨기 위해서는 (당 지도부가) 책임질 사람은 책임지고, 희생해야 할 사람은 솔선수범해서 앞장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 지도부가 수도권 출마를 하는 것이 오히려 독(毒)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구상찬 서울 강서갑 당협위원장은 “(야구 선수인) 류현진이 손·어깨가 아프다고 (축구 선수인) 손흥민·이강인을 투입할 수 없듯이 영남권 중진들이 수도권에 끌려오면 어떤 스타 의원도 될 수 없다. 수도권 유권자는 냉정하고 무서운 분”이라며 “혁신위가 수도권 원외위원장의 목소리를 먼저 들어야 했는데 (수도권 출마 관련) 중요한 무기를 스스로 해체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기존에 공을 들여 지역 기반을 닦아온 수도권 원외위원장들이 영남 중진들에게 떠밀리는 일이 생길 수도 있어서다.

이날 오전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는 인 혁신위원장의 당 지도부를 겨냥한 ‘낙동강 하류 세력 뒷전’ 발언에 대한 TK 출신 의원들의 강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이날 의총에서 TK지역 한 의원은 “어렵게 붙잡고 있는 대구·경북 민심이 인 위원장의 발언으로 떠나고 있다”며 “혁신위는 기본 원칙과 큰 그림을 그려야 하는데 왜 낙동강을 언급했는지 이해가 안된다”고 반발했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지난 2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에 참석해 추모사를 들으며 눈을 감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출마해도 경쟁력 없어”…커지는 당내 회의론

당내에서는 복잡해진 선거판 구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TK와 PK 지역구 의석 수는 국민의힘 전체 의석(115석)의 50%(56석)에 달하며, 영남권 3선 중진들의 지역구가 16곳에 이르는 만큼 이들의 수도권 출마가 총선 판도에 큰 변화가 될 수 있어서다.

다만 혁신위가 영남 중진 의원들의 수도권 출마를 안건으로 공식 채택, 당 지도부에 의견을 전달해도 당장 실현 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익명을 요구한 영남권 중진 의원은 이데일리와 통화에서 “적어도 김기현 대표는 내년 총선에 책임을 지고 수도권에 출마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이 사실이지만, 자발적인 상황이 아니고 떠밀리는 상황이기 때문에 정작 본인인 상당히 곤혹스럽고 불쾌할 것”이라고 전했다.

영남권 한 중진 의원은 “우리가 경로당인가. 서울이 경로당인가”라며 “지역 주민이 신뢰받은 사람을 왜 빼 가나. 임의대로 막 빼서 공천하는 것 자체가 반민주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내 의원들은 수도권 출마를 꺼리는 이유로 중진들의 총선 경쟁력을 꼽았다. 앞서 인 위원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영남, 경남과 경북의 ‘스타’들, 굉장히 경쟁력 있는 사람들이 서울 험지에 와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 영남권 스타가 서울 등 수도권에서는 전혀 경쟁력이 없을 수 있다는 얘기다.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한 의원은 “영남 중진들의 이미지로는 수도권에 나오는 것은 떨어지라는 얘기밖에 되지 않는다”며 “더불어민주당에서 험지로 평가되는 서울 서초구을로 자리를 옮기는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와 같이 긍정적인 사례는 우리 당에서는 절대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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