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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국보법, 자유에도 종지부"vs"정상으로의 회귀"

정다슬 기자I 2020.05.26 18:09:16

홍콩 국보법 표결 앞두고 거세지는 여론전
中전인대 27일 법안 심의…28일 오전 표결
'亞금융허브' 홍콩 지위도 뜨거운 감자

△24일(현지시간) 홍콩 번화가인 코즈웨이 베이 앞에서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에 반대하는 시위가 이뤄지고 있다. [사진=afp제공]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홍콩 국가안보법(국보법)은 홍콩을 정상궤도로 돌려놓을 것”(존 리 홍콩 보안장관)

“홍콩 국보법 제정은 홍콩의 자치권을 부정하는 것”(홍콩변호사 협회)

오는 28일 전국민인민대표회의(전인대·우리나라 국회 격)에서 표결될 홍콩 국가안보법 제정안을 놓고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정부와 홍콩 행정·정치지도자들은 국보법 제정에도 홍콩의 독립적인 지위는 변함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홍콩 내부는 물론 국제사회의 압력 역시 강해지고 있다.

◇ 캐리람 “자유와 권리 침해 안한다”…홍콩 변협 “법적 권한없다”

캐리람 홍콩 행정장관은 26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홍콩 국보법이 홍콩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우리가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3년 동안 사람들이 홍콩 자유를 걱정할 때마다 홍콩은 이를 지킬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왔다”며 “많은 서구 민주주의 국가들도 이러한 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홍콩 국보법이 홍콩의 국제적 지위를 손상시킬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어처구니가 없다”고 강조했다.

람 장관은 “홍콩 국보법은 국가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으며 홍콩기본법 개선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이라며 “일각에서는 이 법이 홍콩 기본법과 모순된다고 주장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다.

홍콩 기본법의 제23조는 국가 전복과 반란, 분리독립 행위 등을 처벌할 수 있는 국보법을 제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홍콩 정부는 2003년 이에 근거해 국보법 제정을 추진했지만, 50만명에 달하는 홍콩시민이 거리 시위에 나서며 반발하자 결국 포기했다.

홍콩 정부가 독자적으로 국보법을 제정할 능력이 없다고 판단한 중국정부는 이번에는 전인대에서 홍콩 국보법을 제정한 후 이를 홍콩 기본법 부칙 3조에 삽입하는 방식으로 이를 시행할 방침이다.

홍콩변호사협회는 전날 성명에서 “중국 전인대가 홍콩 국보법을 직접 제정한다면 이는 (홍콩의 실질적인 헌법인) 기본법 등에 위배하는 여러 법적 문제점을 안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홍콩 기본법 18조에 따르면 부칙 3조에 삽입할 수 있는 것은 외교, 국방 등 홍콩의 자치 영역 밖에 있는 것”이라며 “기본법 23조는 홍콩인 스스로 국보법을 제정하도록 규정한 만큼 전인대는 법적 권한이 없다”고 주장했다.

◇“국보법 부재 탓에 적대적 외국 기회주의자 목표돼”

문제는 지난해 홍콩 내 반중 시위의 도화선이 됐던 범죄자 송환법과 달리 이번 법은 중국 베이징에서 제정되는 만큼 홍콩 시민들로서는 이 법을 저지할 만한 법적 수단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남은 것은 국제사회에 호소해 압력을 가하는 것이지만, 중국정부가 역시 이같은 반발이 나올 것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던 만큼 쉽게 철회하지는 않을 기세다. 중국은 이날 법안 심의를 마치고 28일 오전 표결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국제사회의 이목을 의식해 홍콩 국보법 제정을 보류해왔던 중국 정부가 태도를 180도 바뀐 데에는 미·중 갈등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퉁치화 초대 홍콩 행정장관은 전날 대(對)시민 연설을 통해 “홍콩이 지난 20여년간 자체적으로 국보법 제정에 실패한 결과 공공질서를 무너뜨리고 사회경제적 이해관계를 위험에 빠뜨리려는 적대적 외국 기회주의자들의 손쉬운 목표가 됐다”며 “이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이나 연방수사국(FBI), 영국 정보청 보안부(MI5)와 같은 정보기관이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초안의 주요 내용은 총 7조로 구성돼 있는데 국가안보를 해치는 행위와 행동을 하는 이들을 처벌하고, 필요에 따라 중국 정부가 홍콩에 국가안보 수호 기관을 설립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중국 정부는 이 법안이 홍콩시민 전체가 아닌 중국 정치체제에 저항하는 ‘소그룹’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며 홍콩 법에 우선할 수 없다고 달래고 있다.

그러나 홍콩변호사협회는 “홍콩보안법이 제정되면 중국 중앙정부가 홍콩 자치에 간섭하지 않도록 규정한 기본법 22조를 어떻게 준수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며 “중국 정보기관이 홍콩에 세워질 경우 이들이 홍콩 법규에 따라 어떻게 운영될 것인지도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 법이 시행될 경우, 오는 9월 있을 홍콩 입법회 선거에서 민주세력의 입후보 자격이 박탈될 가능성도 나온다.

◇中 “홍콩 경제 살릴 유일한 법”…美 “법 제정시 특별지위 박탈”

이 법이 홍콩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의견이 첨예하다.

셰펑 홍콩연락사무소장은 25일 홍콩 내 외교관들과 해외 사업가, 기자들과 만나 “이것은 홍콩이 국제적인 금융·무역·운송 중심지로서 지위를 강화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며 “홍콩에 있는 중국과 그 외 외국인들은 이곳에서 더 많은 이익을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홍콩 시위를 잠재우기 위해서는 법안 통과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홍콩 내 시장 참가자들은 이번 법안으로 홍콩 사회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테네도 리스크 어드바이저의 부사장인 가브리엘 윌다우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홍콩 국보법 자체는 외국인 투자자에게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세계 다국적 기업이나 중국 본토시장에 투자하는 주요 자산관리자들과 관련된 법적 분쟁에 중국 본토 정부가 관여할 여지는 적다”면서도 “이 법이 시행되더라도 홍콩은 비즈니스와 금융허브로서 상하이나 싱가포르에 비해 상당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윌다우는 그러면서도 “홍콩 시위대는 사라지지 않고 놀라운 생존력을 보여왔으며 여론은 상당히 비판적이다”라며 “시위가 수 년동안 계속될 것이라는 것은 기업들에게 나쁜 소식”이라고 말했다.

언론은 천안문 사태 31주년인 6월 4일을 주목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천안문 사태가 금기어지만, 홍콩에서는 매년 빅토리아 광장에서 추모식이 개최돼 왔다. 9일은 홍콩 송환법 사태가 발발한 지 1년 되는 날이기도 하다.

국보법 제정 시 미국 정부가 홍콩에 부여하는 특별지위를 박탈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은 지난해 통과한 홍콩 인권법을 제정해 홍콩의 자치가 훼손됐다고 판단할 경우, 홍콩의 특별 지위를 박탈하도록 했다..

현재 홍콩은 △민감 기술을 미국으로 구매할 권리 △경제관련 협상을 자치적으로 할 권리 △홍콩산 제품은 홍콩산으로 취급해 중국산에 부과된 관세를 면제할 권리 △미국 달러와 홍콩 달러간 자유로운 교환을 허용 △비자·영주권 발급 차별화 등 중국과는 차별화된 취급을 받고 있다.

이같은 지위는 지난해 미·중 무역전쟁 때도 유지돼 중국은 중국산 제품에 부과된 추가관세를 피하기 위해 홍콩을 경유시키는 등의 우회 방법으로 제재를 피해왔다. 또 홍콩은 중국의 해외자금 통로로서도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다. 미국의 엄포에 중국 역시 특별지위를 박탈할 경우, 보복에 나설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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