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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덮은 미세먼지에 컵밥집도 떡볶이가게도 '개점휴업'

김성훈 기자I 2018.03.26 16:16:27

미세먼지 기승에 노량진 컵밥 골목에 학생들 발길 끊겨
명동 찾은 외국인도 최악 미세먼지에 길거리 음식 외면

공공부문 차량 2부제 등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에 나선 26일 오후 서울 동작구 노량진 컵밥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조해영 기자)
[이데일리 김성훈 조해영 최정훈 기자] “평일에는 거리에 학생들이 가득했는데 오늘은 사람이 반으로 줄었습니다. 문 닫는 것 말고는 대책이 없습니다.”

초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린 26일 오후 서울 지하철 9호선 노량진역 인근에 들어선 컵밥 골목은 점심시간임에도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미세 먼지 때문에 매출에 지장이 없느냐”는 질문에 상인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한 상인은 “미세먼지가 너무 심해 가게로 들어오는 입구를 최대한 막아 놨다”며 “(미세먼지 때문에) 숟가락도 거꾸로 꽂아놨다. 마음 같아선 입구를 다 막아버리고 싶지만 (손님들이 안 들어올까봐) 그렇게는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길거리 음식으로 유명한 서울 중구 명동과 남대문 시장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명동에서 떡볶이 장사를 하는 성모(43)씨는 “미세먼지를 걱정하는 손님들을 위해 음식에 랩을 씌워놓았다”면서도 “오늘처럼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무슨 수를 써도 손님이 오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대책이 없다”…미세먼지 습격에 길거리 음식점 ‘한숨’

한반도를 덮친 고농도 미세먼지에 영세상인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희뿌연 미세먼지가 길거리 음식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에 출근길 직장인들에게 팔던 토스트집은 물론 컵밥 떡볶이 등 길거리 음식을 판매해온 영세상인들은 직격탄을 맞은 모습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3개 시·도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나쁨’ 수준의 농도를 유지해 공공부문 차량 2부제 등 비상저감조치에 나섰다. 특히 서울은 전날 평균 미세먼지 농도(PM-2.5 농도 99㎍/㎥)가 2015년 관측 이래 역대 최악의 수치를 기록했다.

미세먼지를 조금이라도 덜 마시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는 시민들 때문에 문전성시를 이루던 길거리 음식점에서는 활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노량진 컵밥 거리는 점심시간을 훌쩍 넘은 시간에도 문을 열지 않은 곳이 군데군데 눈에 띄었다. 이곳에서 20년째 장사를 했다는 양모(49)씨는 “위생 차원에서 자주 매장을 청소하지만 손님들이 미세먼지에 대해 워낙 걱정을 많이 하다 보니 발길이 끊기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며 한숨을 쉬었다.
초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린 26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 시장에서 한 상인이 가래떡과 고구마를 팔고 있다. (사진=최정훈 기자)
◇외국 관광객도 주저…상인들 “앞으로가 더 걱정”

상황이 이렇자 미세먼지에 크게 신경 쓰지 않던 외국인 관광객들도 길거리 음식을 주저하는 모습이다.

미국인 관광객 메이(May·57)씨는 “길거리 음식을 경험하고 싶어서 명동을 찾았는데 미세먼지가 심하다는 소식에 길거리 음식을 못 먹고 있다”며 “미세먼지가 하루빨리 걷히길 바란 뿐이다”고 말했다.

상인들은 비닐로 출입구를 막거나 플라스틱 용기 등으로 음식을 덮어 놓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섰지만 역부족인 모습이었다.

남대문 시장에서 도너츠를 파는 최모(73)씨는 “비닐로 음식을 덮어놔도 사람들이 나오질 않는 게 문제”라며 “장사를 하는 나도 마스크를 쓰고 싶은데 어쩌겠느냐”라며 말끝을 흐렸다.

환경부는 오는 27일부터 세계보건기구(WHO) 지정 발암물질인 PM-2.5의 환경기준이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해 적용하기로 했다. 환경부는 또 올해 7월 1일 시행을 목표로 미세먼지 주의보·경보 기준을 강화하는 대기환경보전법시행규칙 개정 작업을 추진 중이다.

상인들은 높아진 미세먼지 기준에 손님들의 발길이 끊길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었다.

명동에서 호떡 장사를 하는 조모(70)씨는 “깨끗하게 재료를 준비해서 나온다는 자부심이 있었는데 미세 먼지 때문에 의미가 없어졌다”며 “그나마 팔아주는 단골들마저 (미세먼지 때문에) 오지 않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고 말했다.

미세먼지 농도가 ‘매우 나쁨’을 보인 지난 25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을 찾은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사진=방인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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