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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 배제 못한다"

경계영 기자I 2017.03.23 16:00:00

23일 금융안정회의 직후 간담회 개최

사진=한국은행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3일 다음달 중 미국 재무부의 환율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환율조작국(심층분석대상국)에 지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는 그간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을 낮다”며 시장의 우려를 진화하는 데 주력했던 것과 조금 달라진 모습이어서 주목된다.

이 총재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미국 측 입장을 들어보니 환율정책의 투명성을 특히 강조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환율조작국 지정에 대한) 우려를 공식적으로 표명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지만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지난 17~18일(현지시간) G20 회의에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경제수장인 스티브 므누신 재무부 장관을 포함한 미국 측 인사를 만난 것이 이 총재의 판단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재무부는 다음달 중 의회에 환율보고서를 제출한다. 현재 교역촉진법에 근거한 환율보고서는 환율조작국 지정 요건으로 △대미 무역수지 흑자 200억달러 이상 △경상수지 흑자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이상 △한 방향으로의 외환시장 개입 규모가 GDP 2% 이상 등 세 가지를 뒀다. 우리나라는 앞의 두 가지에 해당해 환율조작국 직전 단계인 관찰대상국에 올라있다.

이 가운데 이 총재가 주목한 부분은 마지막 요건으로 보인다. 우리나라가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 요건에 시장 개입 내역 공개가 포함돼있기도 했다. 미국 측은 환율보고서 등으로 이 부분을 수차례 지적해왔고 이번 G20 회의에서도 다시 강하게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총재는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지 않도록 미리 대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미국, 국제통화기금(IMF) 등에 우리 입장을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 총재는 최근 원화 값이 가파르게 상승하는데 대해 “3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전에는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빠르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있었지만 회의 이후 속도가 점진적일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됐고, 달러화가 글로벌 시장에서 약세로 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외국인 증권자금 유입도 지속되면서 원화 값을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봤다.

지난해 말만 해도 원화 값이 빠르게 떨어지다가 올해 들어 다시 치솟는 등 변동성이 커진 이유로 이 총재는 외환시장의 개방성이 높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국내 경제나 외환 부문이 취약해서가 아니라 원화 유동성이 높고 거래비용이 저렴한 데다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거래를 자유화했기 때문”이라며 “대외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만큼 금융·외환시장과 환율에 미치는 영향을 주의 깊게 보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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