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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나무 다리서 만난 남양유업 VS 한앤코…홍원식 입 열었다

조해영 기자I 2022.06.21 16:59:59

[마켓인]홍원식·한상원 21일 법정 출석
쌍방대리·백미당 분사·별도 합의서 논쟁
"전제 없다면 한앤코 안 만났을 것" 주장에
"홍 회장, 백미당 원치 않는다 전달 받아"

[이데일리 조해영 기자] “매각을 결심하고도 부인에 대한 애틋한 마음으로 백미당 분사를 초반부터 전달했다.”(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계약 조건이 명확하지 않다면 도장을 찍지 말았어야 했다.”(한상원 한앤컴퍼니 사장)

인수·합병(M&A) 계약 이행을 두고 법적 공방 중인 남양유업(003920)과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한앤코)가 법정에서 다시 맞붙었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과 한상원 한앤코 사장이 같은 날 증인으로 출석하면서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21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남양유업과 한앤컴퍼니 양사의 계약 불이행 관련 주식양도 소송 7차 변론기일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스1)
시간차 두고 법정 나선 홍원식·한상원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날 서울중앙지법 제30민사부(정찬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과 한상원 한앤코 사장의 증인 신문이 진행됐다.

이날 오후 2시 넥타이 없는 정장 차림으로 출석한 홍 회장은 백미당 분사와 홍 회장 일가에 대한 임원 예우가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의 전제였다고 주장했다.

홍 회장은 “피치 못하게 회사를 매각하면서 부인에 대한 애틋한 마음, 자식에 경영권을 물려주지 못하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며 “이 조건을 받아줄 곳으로 매각 상대방을 물색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남양유업과 한앤코 양측이 대립하는 사안 중 하나는 백미당 브랜드를 포함한 외식 사업부 분사다. 홍 회장 측은 사전에 한앤코가 분사에 합의해놓고 실제 계약에서는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한앤코 측은 백미당의 매각 제외는 확약한 적 없다는 입장이다.

홍 회장은 이날 증인 신문에서 “아내를 위한 백미당 분사와 자식을 위한 임원진 예우를 (남양유업과 한앤코의 중개자 역할을 한) 함춘승 피에이치앤컴퍼니 사장을 통해 전달했다”고 말했다. 한앤코 측이 자신이 내세운 전제조건을 받아들일 것 같은 태도를 보였지만, 실제로 SPA 체결 과정에서 해당 내용이 담기지 않은 것을 확인했기 때문에 계약이 성립될 수 없다는 것이다.

(사진=한앤컴퍼니)
엇갈린 진술…‘조건부 날인’ VS ‘서명하지 말았어야’

문제는 홍 회장이 이러한 불만에도 계약서에 날인을 했다는 것이다. 홍 회장은 법정에서 “당시의 날인은 조건부 날인”이라고 말했다. 이에 한앤코 측은 “(홍 회장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대전제가 명확하지 않다면 계약서에 날인하지 말았어야 한다”며 “계약서에 날인하고 나서 명확하지 않다고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홍 회장에 이어 출석한 한 사장은 “처음 미팅 때 외식사업부를 분리해서 매각하는 방안을 원하신다면 검토할 수 있다고 말씀드렸지만 아무 반응이 없으셨다”며 “이후 함 사장을 통해 외식사업을 분리 검토해야 하는지 확인했고 홍 회장이 관심이 없고 원치 않는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남양유업과 한앤코는 백미당 분사와 별도 합의서 문제 외에도 쌍방대리 문제로 대립하고 있다. 홍 회장은 함 사장이 자신에게 김앤장 변호사를 소개해 법률대리인으로 썼을 뿐, 김앤장에서 한앤코를 쌍방대리하는 사실은 사전에 알지 못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지난 7일 증인으로 출석한 함 사장은 ‘쌍방대리의 가능성을 홍 회장에 설명했고 홍 회장이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홍 회장 등과 한앤코는 지난해 5월 남양유업 지분(53.08%)을 매각하는 SPA를 체결했으나 홍 회장 측이 계약을 파기하면서 대립 중이다. 한앤코는 계약 파기 후 홍 회장 등을 상대로 계약의 조속한 이행을 요구하는 소송을 걸었으나, 홍 회장은 계약 무효를 주장하고 있다.

SPA 이행을 둘러싼 본안 소송 외에 양측은 가처분 신청을 통해서도 맞붙어 왔다. 한앤코는 지난해 홍 회장 등의 주식처분을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내 이겼고, 이어 홍회장 측이 한앤코와의 소송에서 이기는 조건으로 대유홀딩스와 맺었던 협약의 이행을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역시 법원에서 인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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