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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머니를 경계하라…빗장 걸어잠그는 미·유럽

정다슬 기자I 2018.08.02 17:32:35

'안보위협' 결론 발표 직전에 中기업 獨기업 인수 포기
미국 투자 어려워지자 유럽으로 고개 돌렸지만
유럽 역시 중국투자 견제한 입법 장치 잇달아 마련

△시진핑 중국 주석[사진=AFP제공]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미국과 유럽이 중국 자본의 기업 인수에 잇달아 제동을 걸고 있다. 자국 경제에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에 대한 경계감이 커지고 있는 데다가 핵심 기술 유출도 우려되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자본에 대한 미국의 견제로 중국 자본이 유럽 쪽으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지만, 영국·독일 등 일부 유럽 국가들 역시 중국자본에 대한 빗장을 걸어잠그고 있다고 1일(현지시간) 밝혔다.

컨설팅업체 로디엄그룹이 7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미국과 캐나다를 합한 중국의 대(對)북미 직접 투자는 21억달러(2조 3500억원)로 전년동기 대비 92% 줄었다. 중국 투자자가 보유자산을 매각한 것까지 감안하면 올 상반기 투자는 사실상 마이너스다.

중국의 대미투자가 줄어든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국가 안보를 앞세워 차이나머니 규제를 강화한 데다 미·중 무역갈등으로 투자 위험이 커졌기 때문이다. 미국은 중국정부의 직·간접적인 지원을 받는 중국자본이 미국에 투자하면 국가안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미 투자가 막힌 중국이 눈이 돌린 곳은 미국이다. 유럽의 경우 투자가 완료된 것만 120억달러로 북미 투자규모의 6배에 달한다. 발표 기준으로 보면 중국의 유럽기업 인수·합병(M&A) 규모는 200억달러로 북미(25억달러)를 크게 웃돌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최근에는 영국·독일을 중심으로 중국 자본의 유입을 막으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중국 기업 ‘옌타이 타이하이’는 이날 독일 기계장비·부품업체 ‘라이펠트 메탈 스피닝’ 인수를 포기했다. 이번 인수 포기는 독일 정부가 라이펠트의 인수합병 허용 여부를 결론내리기 몇 시간 전에 이뤄졌다.

앞서 독일 정부는 지난해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가진 쿠카가 중국 자본에 넘어간 것을 계기로 유럽연합(EU) 이외 외국기업이 공공질서와 국가안보에 영향을 주는 기업의 지분 25% 이상을 인수하는 것을 막을 수 있도록 했다. 라이펠트는 항공우주와 원자력 산업에 쓰이는 고강도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로 AFP통신은 “중국기업이 독일의 법 개정 후 첫 불허사례가 되는 것을 피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독일정부는 정책금융기관인 ‘독일부흥금융공고’(KFW)에 독일 4대 송전회사 중 하나인 50헤르츠의 주식을 20% 사두도록 지시했다. 50헤르츠가 중국국유기업에 매수당하는 것을 사전에 막기 위해서다.

영국은 7월 국가안보면에서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는 자산에 대해서는 외국기업의 매수를 금지할 수 있도록 정부의 권한을 강화했다. 120페이지의 문서에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온 것은 단 1번이지만 사실상 중국의 M&A를 견제하기 위해서다. 프랑스도 법 개정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조만간 외국 자본의 미국 기업 인수에 대한 투자 승인 여부를 심의하는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의 권한을 강화하는 법안에 서명할 예정이다. 법안이 발효되면 외국 자본이 기업 지배권을 갖지 않는 벤처 캐피탈 펀드 등을 통한 투자에 대해서도 CFIUS가 조사를 할 수 있고 미국의 중요 기술이 포함된 조인트 벤처 협약과 같은 거래도 조사대상이 될 수 있다.

이같은 움직임은 중국의 ‘중국제조2025’ 전략에 큰 타격을 입히고 있다. 막대한 자본력을 활용해 해외 첨단 기술을 인수하면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전략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각 나라의 중국에 대한 견제가 심해지자 중국 역시 국내 상장기업에 외국기업이 투자할 경우, 중국의 안전보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지 심사할 방침이라고 맞불을 놨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같은 대응은 오히려 역효과라고 지적한다. 중국해양대학의 팡쵸잉 교수는 “각국은 주권국으로서 국가안전보장에 관한 조사를 실시한 권리를 가지고 있다”며 “만약 중국이 외자투자에 대해 이전보다 엄격하게 대응하는 것으로 대응한다면 경제를 개방하고 해외자본 유치를 위한 지금까지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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