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준비생 김모(30)씨는 2018년 대학동 고시촌에 처음 온 날을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최근 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자주 가던 백반집은 하나둘씩 문을 닫고, 식당마다 기본으로 제공하던 ‘밥 무한리필’도 사라졌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4년 전엔 고시촌 식당이 4000~4500원이었는데 지금은 6500~7000원으로 올랐다”며 “전반적으로 물가가 많이 오르다 보니 고시촌 메리트를 느끼지 못해 동네를 떠나는 사람도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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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이데일리가 서울 관악구 대학동과 동작구 노량진동 등 고시촌을 둘러본 결과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고시생과 취업준비생들은 부쩍 오른 물가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9급 공무원 준비생 강정아(24·여)씨는 식비를 아끼기 위해 집에서 아침을 잔뜩 먹고 나온다고 했다. 강씨는 “용돈이 모자라서 부모님께 손 벌릴 때마다 죄송한데 아침을 많이 먹고 나오면 점심을 안 먹어도 버틸 수 있어서 생활비를 많이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2년째 수험생 생활을 하는 김미정(27·여)씨는 식비가 올라 교통비까지 합치면 한 달 생활비가 빠듯하다고 울상을 지었다. 김씨는 “집에도 눈치가 보여서 돈 아끼려고 학원 근처에 있는 3000원짜리 식당 정기권을 샀다”며 “가끔 스트레스 쌓여서 맛있는 거 먹고 풀고 싶을 때도 있는데 그러지 못해서 마음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저렴한 학생식당을 자주 찾는다는 취업준비생 이모(26·남)씨는 “생활비 80만원 중에서 식비가 70%를 차지하는데 데이트도 하고 다른 곳에도 쓰려면 먹는 걸 줄일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진아(26·여)씨 또한 “요새 김밥 한 줄만 먹어도 5000원은 그냥 나간다. 물가가 너무 올라서 커피도 안 마시려고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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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당분간 물가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자물가와 직결되는 생산자물가지수는 4개월 연속 상승하고 있으며, 4월 기준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전년 대비 4.8%로 2008년 10월 이후 가장 높았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당분간 5%대 물가 상승률이 이어질 것”이라며 “인위적으로 (물가 상승을) 강제로 끌어당길 방법도 없고 만약 (정부가) 무리하게 조정하려고 하면 오히려 다른 경제 부작용과 충격이 더 클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