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공항 면세점 임대료 내리는데…인천공항 '요지부동'

송주오 기자I 2017.08.30 18:51:26

국토부, 제주 등 4개 공항 면세점 임대료 30% 인하
국제선 여객 정상화될 때까지 납부시간 유예키로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 인하 계획 없어

롯데와 신라, 신세계면세점 대표들이 30일 오후 정일영 인천공항공사 사장과 긴급회동을 갖고 임대료 인하를 논의했다. 사진은 롯데면세점 인천공항 전경.(사진=롯데면세점)
[이데일리 송주오 기자] 인천공항과 지방공항 면세사업자들의 희비가 갈렸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 이후로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수익이 크게 떨어지자 정부가 제주, 청주 등 4개 지방공항의 면세점 임대료를 낮추기로 했다. 반면 인천공항은 임대료 인하를 검토하고 있지 않아서 면세점 사업자들의 부담이 지속될 전망이다.

◇“연 9000억 임대료, 이젠 못내겠다”…인천공사 ‘마이웨이’

30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와 신라, 신세계면세점 대표들은 이날 오후 정일영 인천공항공사 사장과 긴급회동을 가졌다. 지난 3월 한국면세점협회를 통해 요청한 한시적 임대료 인하를 재차 요구하기 위해서다. 협회 주도의 문제 해결이 난관에 봉착하자 대표들이 직접 나선 것이다. 하지만 이날 회동에서도 양측의 입장차만 확인한 채 끝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공항 임대료는 면세점 사업자들의 가장 큰 불만사항이다. 높은 임대료와 사드 사태가 겹치면서 순익을 갉아먹고 있어서다. 롯데면세점은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14년 만에 처음으로 지난 2분기 영업이익 적자전환을 기록했다. 신라면세점도 영업이익이 47% 줄어드는 등 전반적으로 순이익이 크게 줄었다. 신규 사업자들은 여전히 적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반해 인천공항공사는 지난해 면세점 사업자들로부터 총 8656억원의 임대료를 받았다. 지난해 인천공항공사 매출의 40%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이는 인천공항공사의 임대료 인하 여력이 충분하다고 면세업계가 주장하는 배경이다.

면세점 사업자들은 지난해와 달리 올해 시내면세점 시장도 위축돼 더이상 높은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다고 하소연 한다. 그동안 공항 면세점 적자를 메워주던 시내면세점의 수익이 급감한 상황을 고려해달라고 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인천공항공사 측은 형평성 등의 문제를 들어 인하 요구를 거절하고 있다.

(자료=국토부)
◇사드 피해 심각, 지방공항 임대료 30% 인하

이와 달리 지방공항 면세점 사업자들은 부담을 일부 덜게 됐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제주, 청주, 무안, 양양공항의 면세점 및 상업시설 임대료를 30%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국제선 여객의 27%가량을 차지하는 중국노선의 여객기가 지난달까지 45% 줄어든 점을 고려해 나왔다.

중국의 사드제재가 시작된 3월15일부터 7월 말까지 제주공항의 중국 노선은 72% 감소했다. 청주공항과 무안공항은 각각 84%, 42% 줄었다. 양양공항은 무려 87% 빠졌다. 이에 따라 공항 내 면세점 매출도 곤두박질쳤다. 3월 이후 무안공항 면세점 매출은 50% 감소했으며 제주공항은 72% 급감했다. 청주공항 역시 78% 감소하며 사드 보복 조치를 실감했다. 이와 함께 임대료 납부시기도 여객 실적이 정상화될 때까지 유예키로 했다.

임대료 산정 방식도 개선한다. 현재의 고정임대료 대신 매출실적 혹은 여객 증감률에 연동되는 임대료 산정체계를 도입키로 했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영업이익 감소 폭에 비해 임대료 인하 폭이 크지 않아 만족스럽진 않지만 어느 정도 도움은 될 것”이라며 “인천공항의 임대료도 하루 빨리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