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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자원부와 관세청은 11월 우리나라 수출액이 519억1000만달러(약 67조원)로 전년동월(603억달러)대비 14.0% 감소했다고 1일 밝혔다. 수출액은 올 5월까지만 해도 전년대비 두자릿수 증가율을 보였지만 6월부터 증가세가 둔화되기 시작했다. 이후 10월에는 2년 만에 역성장(-5.7%)로 기록한 데 이어, 11월 감소폭이 두자릿수대로 커졌다.
11월 수출 증감률을 품목별로 보면 자동차(31.0%), 석유제품(26.0%), 차부품(0.9%), 이차전지(0.5%)는 증가했고 특히 54억달러어치를 수출한 자동차 부문은 월간 역대 최고 실적을 경신했다. 반면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약세 등의 영향으로 주력인 반도체(-29.8%)를 비롯해 바이오헬스(-27.3%), 석유화학(-26.5%), 가전(-25.0%), 섬유(-20.0%), 무선통신(-18.7%), 디스플레이(-15.6%), 철강(-10.6%) 수출이 두 자릿수 감소율을 보였다. 특히 반도체 수출액은 9월(-5.6%)로 감소세로 돌아선 뒤 △10월 -17.4% △11월 -29.8% 등 감소폭이 계속 불어나고 있다.
지역별로는 미국(8.0%), 중동(4.5%) 등에 대한 수출은 증가했으나 중국(-25.5%), 중남미(-19.1%), 일본(-17.8%), 동남아시아국가연합(-13.9%)은 감소했다. 무엇보다 최대 시장인 대중국 수출이 큰 폭의 하락률을 기록하며 여섯 달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11월 수입액은 전년동월대비 2.7% 늘어난 589억3000만달러를 기록했다. 3대 에너지원인 원유·가스·석탄의 수입액은 전년 동월(122억1000만달러) 대비 33억1000만달러 증가한 155억1000만달러로 27.1%나 급증했다. 1∼11월 3대 에너지원 수입은 1741억달러로 전년동기(999억달러)때비 2배 가까이 많았다.
이에 따라 수출액에서 수입액을 뺀 무역수지는 70억1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올 8월(94억달러)에 이어 역대 두 번째 큰 규모다. 무역수지 적자는 지난 4월 이후 8개월 연속 이어지고 있는데, 올해 1~11월 누적 무역적자 규모는 426억달러에 달한다. 올해가 한 달 남은 상황에서 무역 적자 규모는 역대 최대였던 1996년(206억달러)의 두 배 이상이다.
문동민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사상 최대 수출 실적을 기록하고 있지만 글로벌 경기침체로 수출 여건이 쉽게 개선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무역적자 규모에 대해서도 굉장히 엄중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에도 수출 둔화…무역적자 지속될 듯
정부는 수출 부진 흐름을 바꾸기 위해 총력전에 나섰다. 산업부 등 17개 부처는 이날 제1차 범부처 수출지원협의회를 열어 수출지원방안 마련에 나섰다. 지난달 23일 윤석열 대통령이 수출전략회의에서 ‘전 부처의 산업부화(化)’를 주문한 데 따라 환경부·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규제기관들도 수출 지원에 힘을 보탠다.
다만 글로벌 경기 침체와 에너지 위기 상황이 지속되고 있어 무역적자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산업연구원은 내년 수출액이 올해보다 3.1% 줄어든 6717억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무역수지도 266억달러 적자를 기록해 적자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봤다.
화물연대가 24일 시작한 파업(운송거부)이 장기화하는 것도 수출 전선에 먹구름을 드리운다. 산업부는 이날 이번 파업으로 시멘트·철강·자동차·정유 등 업종에서 7일간 1조6000억원에 이르는 물류 차질 피해가 발생했다고 추산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주요 항만의 수출입 컨테이너 반출입량도 파업 이후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세계경기 둔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화물연대 운송거부까지 겹치며 11월 수출액 감소 폭이 확대된 상황”이라며 “장기화 땐 12월 수출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수출 활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모든 정부부처와 관계기관 역량을 결집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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