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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틀란타 총격 아시아인 노린 혐오볌죄에 美경찰 "성도착증" 딴소리

방성훈 기자I 2021.03.18 17:05:27

“용의자는 反中 성향 백인 우월주의자” 증언 잇따라
오바마·힐러리 등 美정가…亞증오범죄 규탄 한목소리
수사당국은 “성도착 가능성” 딴소리
수사당국자에 反아시아 인사 포함 논란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연쇄 총격 살인 용의자 로버트 애런 롱(21세). (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한인 여성 4명 등 모두 8명이 숨진 미국 애틀랜타 연쇄 총격 사건 용의자로 체포된 로버트 애런 롱(21·사진 위)이 평소 반중(反中) 성향이 강한 백인 우월주의자였다는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전·현직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미국 정치계 인사들은 한목소리로 아시아계를 겨냥한 증오 범죄를 강력 규탄했다. 미 언론도 증오 범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관련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정작 수사를 맡은 애틀랜타 경찰은 “증오 범죄라고 판단하기엔 아직 이르다”며 뜬금없이 성중독 가능성을 제시했다. 8명의 목숨을 앗아간 사건임에도 정신이상에 따른 범행 가능성을 거론하는 등 여론과 대비되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번 총격 사건 수사 당국자가 지난해 소셜미디어(SNS)에 반아시아 성향의 게시물을 올렸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가재는 게 편’이라는 비판 여론도 나오고 있다.

“용의자는 反中 성향 백인 우월주의자” 증언 잇따라

애틀랜타 한인뉴스포털은 17일(현지시간) 흑인 권익옹호매체 뉴스원(NEWSONE)을 인용해 “롱이 평소 반중 성향이 강한 ‘백인 우월주의자’였다는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번 총격사건이 아시아계 증오범죄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롱이 첫 번째 총격 사건 발생 후 약 3시간 만에 체포될 수 있었던 데에는 부모의 제보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애틀랜타 지역신문인 애틀랜타 저널 컨스티튜션(AJC)에 따르면 롱의 부모는 전날 사건 발생 직후 미 조지아주 체로키 카운티 보안관실에 전화를 걸어 사건 현장 영상 속 인물이 자신의 아들이라고 알렸다. 롱이 운전하는 차량에 위치정보시스템(GPS) 추적기가 설치돼 있다는 점도 알렸다.

애틀랜타 수사당국은 이날 롱을 4건의 살인 및 1건의 가중 폭행 혐의로 기소했다. 롱은 현재 체로키 카운티 구치소에 구금돼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AFP)
오바마·힐러리 등 美정가…亞증오범죄 규탄 한목소리

미 주요 언론은 롱이 평소 백인 우월주의 성향을 보였다는 점을 강조하며 후속 보도를 이어가고 있으며 워싱턴 정가에서도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규탄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CNN방송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총격 사건과 관련해 미 법무부 장관, 연방수사국(FBI) 국장과 통화했다고 밝힌 뒤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걱정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다만 범행 동기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해 “나는 FBI와 법무부로부터 답을 기다리고 있다. 조사가 완료되면 할 말이 더 있을 것”이라고 했다.

흑인이자 아시아계 여성 부통령인 카멀라 해리스도 아시아계를 겨냥한 증오범죄가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결코 용납도 침묵도 해선 안된다”고 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온 나라가 함께 ‘아시아인 증오를 멈추라’라고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총격범의 범행 동기가 아직 분명하지는 않지만, 희생자들의 신원은 반드시 멈춰야 하는 반아시안 폭력의 우려스러운 증가를 부각해준다”고 적었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지난해 아시아계 미국인들을 겨냥한 폭력의 증가는 더욱 커지는 위험이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계 미 의원들과 미국에서 활동하는 아시아계 배우, 스포츠 선수들의 규탄 발언도 잇따랐다.

(사진=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트위터 캡쳐)
수사당국은 “성도착 가능성” 딴소리…反아시아 인사 포함 논란

하지만 수사를 맡은 애틀랜타 경찰은 성중독 가능성을 부각시키는 모양새다. 특히 용의자가 자신에게 성(섹스) 중독 문제가 있다고 진술한 것을 사건 발생 당일 여과 없이 공개했다는 점은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롱이 성도착증을 가진 정신이상 증세라는 점을 부각, 인종차별적 동기는 무시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것이다.

CNN방송은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희생자 8명 중 6명이 아시아 여성이었다는 점은 절대로 우연이 아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미국 내 아시아계를 겨냥한 증오 및 폭력 범죄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발생했다”며 미국 사회 내부의 뿌리 깊은 인종차별이 영향을 끼쳤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사건 수사 당국 관계자이자 현재 공개 브리핑을 담당하고 있는 제이 베이커 체로키카운티 보안관실 대변인이 반아시아 성향의 게시물을 페이스북에 올린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뉴욕포스트·워싱턴 포스트 등에 따르면 미 SNS에는 전날부터 베이커 대변인과 같은 이름을 가진 페이스북 사용자가 작년 3월 작성한 게시물의 캡처본이 확산하고 있다. 캡처본을 보면 계정 주인은 ‘코로나19, 중국에서 수입한 바이러스’라고 적힌 티셔츠를 게시하고 “남아 있을 때 주문하라”라고 적었다.

문제의 계정은 이날 저녁 삭제됐다. 만약 게시물 작성자가 베이커 대변인으로 확인된다면 파장은 일파만파로 커질 전망이다.

제이 베이커 미국 조지아주 체로키카운티 보안관실 (사진=뉴욕포스트 홈페이지 캡쳐)


(사진=허프포스트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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