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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안전]한해 24명 사망 조선업 죽음의 사업장 불명예…"원청 책임 강화"

박태진 기자I 2017.07.06 18:06:55

고용부 조선업 안전보건 리더회의 개최
최근 4년간 평균 24명 사망..하청업체 직원 82%
정부 원청 책임 강조한 재해예방 대책 마련
"안전은 규제 아닌 권리와 책임"
발주처·작업자 책임 부여하는 제도로 개선

조선업계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현장 근로자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근로자들이 아침 출근길을 재촉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이데일리는 고용노동부 안전보건공단과 함께 ‘상생안전 캠페인’을 통해 안전관리분야 우수기업을 발굴하고 해당사례들을 대중에 알려 범국민적 안전문화 확산에 기여하고자 연중기획을 게재합니다. 이번 기획을 통해 매년 늘고 있는 원청 회사와 하청 업체의 근로 환경 격차 해소를 위한 방법을 모색해 보고자 합니다. 상생안전 기획시리즈에 많은 독자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랍니다. [편집자주]

지난 5월 1일 근로자의 날. 경남 거제시에 있는 삼성중공업 조선소 작업현장에서는 대형 크레인끼리 부딪혀 한대가 넘어지면서 근로자 6명이 죽고 25명이 다치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원청인 삼성중공업 근로자들은 이날 근로자의 날을 맞아 쉬었지만 하청업체 직원들은 납품기일을 맞추기 위해 휴일에도 현장에 나와 일을 하다가 참변을 당했다.

지난해 울산에 있는 현대중공업에서는 한 해 동안 산업재해 사고로만 10명의 근로자가 목숨을 잃었다. 2014년 4월에도 선박건조장내 제5도크에서 건조중이던 8만 4000톤급 LPG선 선상에서 화재가 발생해 작업중이던 인부 2명이 숨지고 1명이 부상했다.

국내 대표 산업인 조선업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현장 근로자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기본적인 안전수칙 미준수와 안전시설 설치 미흡, 사전 안전관리 미흡으로 대형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조선업은 다른 업종들에 비해 사내하청이나 외주업체 사용 비율이 높다. 이로 인해 사고를 당하는 근로자는 대부분 사내하청이나 외주업체 직원들이어서 이들에 대한 안전망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 조선업 산재 사망 10명 중 9명은 하청업체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조선업체 사고 사망자수는 2013년 23명, 2014년 24명, 2015년 25명, 2016년 25명으로 나타났다. 해마다 평균 24명이 목숨을 잃고 있다. 올해는 지난달까지 총 10명이 사망했다. 재해자수는 매년 1000명이 넘는다. 지난해 조선업 사고 재해자수는 1911명에 달한다.

조선업의 산업재해는 다른 업종에 비해 높은 편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조선업의 재해율은 0.83%로 전산업(0.49%) 대비 약 1.7배 높다. 재해율이란 근로자 100명당 발생하는 재해자 수의 비율이다.

특히 조선업 사고사망만인율은 1.09퍼미리어드로 전체 산업 평균인 0.53퍼미리어드보다 두배가량 높다. 사망만인율이란 근로자 1만명당 사망자 수다. 조선업 종사자들은 다른 업종에 비해 산재사고로 사망할 가능성이 두배 이상 높다는 얘기다.

재해자 대부분은 하청업체 직원들이다. 올해 산재로 사망한 조선업종 종사자는 10명 모두 하청업체 직원들이다. 연도별 하청업체 사망자비율은 2013년 87%(20명), 2014년 91.7%(22명), 2015년 80%(20명), 2016년 72%(18명)다. 최근 4년(2013~2016년)만 놓고 보면 하청업체 사망자 비율은 82.7%에 달한다.

10대 조선업체만 따졌을 때에도 지난해 기준 60.9%를 기록할 정도로 하청업체 근로자들의 재해률이 꽤 높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실제 재해자들이 월등히 많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고용부는 조선업 재해예방 정책으로 △원·하청 상생 안전보건수준평가제 추진 △협력업체에 대한 안전투자 계획 및 집행의 투명성 확보 △원청의 하청에 대한 안전관리 책임강화 △조선업 사망재해 예방 순찰기동반 운영 추진 △사망재해 발생 시 사업장 강력조치를 마련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조선업에서 사내외 협력업체 근로자를 많이 투입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협력업체를 포함한 산업재해는 현 수준보다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사고 예방 대책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안전보건은 규제 아닌 틀로 이해해야”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은 6일 서울시 강남구에 있는 코엑스에서 ‘조선업 안전보건 리더회의’를 개최했다. 조선업종에서 빈발하는 대형사고 및 사망재해 예방을 위해서다

이 자리에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STX조선해양 △한진중공업 △대선조선 △성동조선해양 △세진중공업 10곳의 임원들이 참석했다.

현대중공업은 책임경영, 소통과 화합, 안전 최우선을 내세운 경영방침의 변화된 내용들과 함께 노·사·협력사 합동 안전 활동 강화 방안 등을 발표했다.

삼성중공업은 글로벌 안전관리 선진기업 벤치마킹과 외부 전문기관의 안전점검 정례화 등이 담긴 ‘전(全)사적 안전활동 참여 및 안전 실행력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정부는 안전보건에 대한 프레임을 바꾸고 현장 근로자에 대한 안전망 구축을 위해 대형 조선사들이 책임을 강화해 줄 것을 당부했다.

김왕 고용부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은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안전은 모든 사람의 권리이자 책임이라고 밝혔다. 안전보건을 규제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면서 “그간 작업을 실시함에 있어서 안전을 확보해야한다는 현재의 산업안전보건법 체계를 넘어서서 발주처가 사업을 줄 때부터 안전보건을 고려하는 것이 기본이 되는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단순히 사업주가 책임을 지는 게 아니라 발주처부터 현장 작업자까지 모든 사람이 합당한 책임을 지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해 나갈 것이다. 조선업계가 새로운 안전보건 제도의 정착을 위해 선봉에 서주길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4년간(2013~2016년) 조선업체 사고 사망자수는 평균 24명에 달한다고 밝혔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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