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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링커스 인턴들이 분노한 이유..안이한 정책 도마위

김현아 기자I 2017.01.11 15:17:03

"최소 50%는 뽑겠다" 해놓고선
정규직 기준 공지 없이 76% 해고, 1시간 전 문자 통보
해고당한 인턴에게 비정규직 유지 권유도
20대 인턴들에 큰 상처줘
kt링커스 "투명하게 처리하지 못해 유감"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KT(030200)그룹사인 KT링커스가 인턴들을 채용하면서 ‘특별한 결격사항이 없다면 정규직 전환이 가능하다’고 밝혔다가 정작 정규직으로 전환해준 비율은 인턴 합격자 38명 중 9명(23.6%)에 불과해 논란이다.

특히 KT링커스는 인턴 오리엔테이션 때 “최소 50%는 정규직으로 뽑겠다”고 말했지만 정규직 전환을 위한 평가 일정 및 기준, 최종 발표일자 등 기본 사항에 대한 공지 없이 지난해 12월 30일 오후 5시 정식 계약 종료 1시간 전 문자로 29명의 인턴을 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KT링커스는 공중전화 설치 운영, 통신설비 유지 보수, 사무실 임대, 통신기기 유통 등을 하는 기업이다.

KT링커스에서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인턴 생활을 한 김모 씨는 “인턴 모두를 정규직으로 전환할 순 없다고 해도 왜 내가 탈락했는 가에 대한 설명은 필요하지 않나”라면서 “첫 날 오리엔테이션 때 80% 이상, 최소 50% 이상은 정규직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까지 말했는데 계약 종료 1시간 전 문자로 해고통보를 했다. 위메프 사태가 떠오를 정도의 횡포였다”고 비판했다.

인턴들이 정규직 전환에 대해 기대감을 갖게 된 것은 인턴 모집공고 Q&A란의 헷갈린 표현 때문이기도 하다. 채용공고에는 근무 조건으로 ‘▲현장실습: KT linkus 본사, 지역본부, 지사 ▲인턴급여: 월 150만원, 4대 보험 가입, 주5일 근무 ▲인턴기간 종료 후 근무 성적에 따라 정규직 전환’이라 쓰고, Q&A 자료에서 “근무 평가가 이루어지는 동안 특별한 결격사항이 없으시다면 정규직 전환 가능합니다”라고 적시한 것이다.

김 씨는 “더 화 나는 것은 해고당한 인턴들에게 개별 연락을 해서 비정규직 형태의 근무 연장을 권유 하는 등 상식 밖의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면서 “하반기 6개월이라는 긴 기간을 낭비하게 한점, 회계년도가 바뀌는 점을 악용해 지난해 일자리 창출은 큰 성과로 챙기고 2017년 상반기는 소수 채용 및 비정규직 대거 양성으로 구조조정 실적을 챙기려는 부도덕한 경영행태, 인턴채용시 계약서 작성 또한 3개월이나 지난 이후에 작성하는 등 근무조건, 처우 등에 대한 기본 알 권리를 침해한 점, 정규직 전환 평가의 명확한 기준의 부재, 탈락자들에게 부적격 사유, 계약해지 사유 등을 통보해주지 않은 점 등 문제가 심각하다”고 분노했다.

게다가 KT링커스는 일부 인턴들의 경우 직위를 ‘대리’나 ‘과장’으로 표기해 활동하게 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씨는 “청와대 전보 서비스 영업 관리를 인턴이 했는데 당시 인턴 명함이 인턴이 아니었다”면서 “취업하기 어려운 현실에 해고된 인턴들 대다수는 그냥 참자는 분위기이지만 일부는 ‘갱신기대권 침해’,‘노동자 권리 침해’ 등에 대한 법률적 위반사항을 검토해서 고발할 생각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KT링커스는 인턴 정책을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처리하지 못했다고 유감을 표했다. 회사 관계자는 “공중전화 사업 등이 어려워 지면서 명예퇴직이 잇따랐고 오랜만에 들어온 20대 인턴들이 자식 같아서 합숙 오리엔테이션, 독서교육, 디자인 교육 등을 시켜줄 정도로 애정을 가졌다”며 “그래서 12월 30일까지 몇명을 뽑을 정하지 못해 (해고) 통보가 늦어졌다”고 해명했다.

또 “12월 29일 사내 임원 간담회를 통해 12월 30일 하루는 인턴들을 쉬게 해주자고 결정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명확하게 못한 부분이 있다”고 인정했다.

일부 인턴의 직위를 사실과 다르게 표기한 부분에 대해서는 “전보팀의 경우 KT링커스가 인수한 회사로 처음부터 링커스 직원에 비해 월급이 낮아 명함에 ‘영업대표’ 등으로 표시하는 경우가 있었고, 이 때문에 이런 상황이 발생한 것같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회사 측 설명에도 불구하고 가뜩이나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20대 청년들에게 과도한 기대나 오해를 심어줘 마음에 상처를 줬다는 비판은 피해가기 어려워 보인다.

KT링커스 측은 처음에는 해고 인턴에 대한 비정규직 유지 권유나 인턴 대신 대리 등으로 명함에 표기한 것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가, 추가 취재 이후 “1분기에 상황이 나아지면 더 뽑고 싶었다”며 말을 바꿨다.

한편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5~29세 청년실업률은 9.8%로 고용통계를 지금 기준으로 작성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가장 높았다. 실업자 수는 역대 처음으로 100만명을 돌파했고, 15~29세 청년층의 실업자 수는 43만5000명으로 전체의 43%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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