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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쇼크' 직면한 삼성의 결단…반도체 임원 연봉 동결

김응열 기자I 2024.01.17 18:08:49

긴급임원회의…반도체 담당 DS부문 임원 연봉 동결하기로
''메모리 쇼크''에 반도체 1위 내준 삼성…임원부터 솔선수범

[이데일리 김응열 기자] 삼성전자가 반도체사업 담당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임원의 올해 연봉을 동결하는 초강수를 뒀다. 글로벌 불황에 따른 ‘메모리 쇼크’로 지난해 반도체 사업 적자가 이어지면서 임원들이 솔선수범에 나서는 취지다.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 (사진=삼성전자)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사장과 사업부장들은 17일 긴급 임원회의를 열고 올해 DS부문 전체 임원의 연봉을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참석 임원들은 다가오는 인공지능(AI) 혁명 시대의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보다 과감한 내부 혁신과 허리띠를 졸라매는 간절함이 필요하다는데 뜻을 모았다.

이번 연봉 동결 결단은 지난해 내내 이어진 반도체사업 적자 때문이다. 지난해 4분기 D램은 흑자 전환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낸드플래시와 비메모리 등 전체 반도체사업으로 확대하면 약 1조~2조원대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해 1~3분기 DS부문 누적 적자만 해도 12조원을 넘어섰다. 이에 임원들이 솔선수범에 나서 비용을 아끼고 어려움을 타개하겠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불황으로 지난해 세계 반도체 매출 1위 자리를 인텔에 내줬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의 반도체 매출은 전년 대비 37.5% 감소한 399억500만달러를 기록했다. 486억6400만달러를 올린 인텔 역시 매출이 전년 대비 16.7% 줄었지만, 삼성전자보다는 감소 폭이 작았다.

연봉 동결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삼성전자는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이듬해인 2009년에도 연봉을 동결했고, 실적 악화를 겪은 2015년에는 직원들의 임금까지 동결하는 비상 경영을 단행했다. 당시 글로벌 경쟁이 격화되고 후발 기업들이 약진하는 등 경영 환경을 낙관할 수 없는 위기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반도체 업황이 바닥을 찍고 AI발 훈풍이 예상되면서 올해 삼성전자 반도체 실적은 지난해보다 나아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그럼에도 이같은 초강수를 둔 것은 미래 생존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 위기 의식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혁신을 창출한다는 취지다.

삼성전자 DS부문의 한 임원은 “연봉 동결은 현재의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메시지인 동시에 위기 극복을 위한 긴장감 유지에 필요한 조치”라며 “십시일반으로 고통을 분담해 올해 반드시 흑자로 전환하고 장기 성장의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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