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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KB손보가 지난해 2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 유명한 오은영 박사의 ‘오은영 아카데미’와 단독 제휴해 야심차게 내놓은 상품을 개정한 것이다. 앞서 보험료를 하향 조정했던 지난해 12월 한달 동안만 약 2만3000여건이 판매되며 어린이보험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어린이보험은 일반보험과 달리 보험 납입 기간이 길고 수수료도 높아 자동차보험에 비해 수익성이 뛰어나다는 특징이 있다. 신 회계제도(IFRS17) 도입으로 보험계약마진(CSM)을 관리해야 하는 보험사들 입장에선 어린이보험과 같은 장기상품이 ‘효자 상품’인 셈이다.
보험 소비자 입장에서도 나쁠 게 없다. 통상 성인용 건강보험보다 20%가량 저렴한 데다 성장기 어린이를 위한 상품인 만큼 보장이 탄탄하다는 특징이 있어, 사회 초년생이 몰려 있는 20·30대에선 ‘가성비 상품’으로 통한다. DB손해보험과 메리츠화재가 지난 2018년 성인에게도 팔기 시작하면서 가입 상한 연령이 만 30세까지로 높아졌고, 최근엔 대상과 혜택 모두 확대되고 있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보장을 넓게 받고 싶어하는 보험 소비자의 니즈와 신계약을 늘려야 하는 보험사들의 상황, 가입기간이 긴 장기상품으로의 장점 등이 맞물리면서 이를 겨냥한 상품이 나오기도 했다. 삼성화재는 20대 사회초년생을 중심으로 어린이보험을 가입하는 ‘어린이보험’에 주목해, 지난달 30대용 건강보험을 내놓기도 했다. 롯데손해보험도 지난해부터 최대 35세까지 가입이 가능한 자녀보험을 판매 중이다.
다만 가입 연령 확대가 지나치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른 손보사들도 점유율 확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대상·혜택 확대’, ‘영업·마케팅 강화’ 전략을 택할 수도 있어서다. 현재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 등 국내 주요 손보사들은 모두 어린이보험 시장 플레이어로 참여해 경쟁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영업 현장에서도 설계사들이 가장 많이 추천하는 상품 중 하나로 꼽힌다. 한 보험설계사는 “사회초년생 고객들에게 가장 먼저 추천하는 상품이 바로 자녀·어린이보험”이라고 말했다.
보험사 관계자는 “과거 DB손해보험과 메리츠화재가 가입 연령을 높이면서, 점유율 확대는 물론 어린이보험 시장에서 순위 변동 조짐이 보이자, 다른 보험사들도 너도나도 연령대를 높였다”며 “저출산·취업 준비 장기화 등 사회적 변화와 겹쳐 경쟁이 과열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가입연령이 높아지면서 ‘어린이보험’이라는 상품 특성이 희석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자녀 성장과정에서 필요한 보장을 담는 게 자녀보험과 어린이보험의 콘셉트인데, 타겟층 대상 확대로 기존보험 상품의 특장점이 사라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어린이와 30대 이상의 청년층을 한 집단으로 묶으면, 31~35세의 리스크가 진짜 자녀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렇게 대상이 계속 넓어지면 세분화된 리스크를 적용할 수 없고 현재 누리고 있는 어린이보험의 혜택이 사라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