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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혁 "'쇼팽 음악은 파고들수록 깊어져…나도 성장했다"

이윤정 기자I 2022.04.18 17:32:25

'쇼팽' 음반 발매 및 전국 리사이틀
발라드 4곡·피아노 소나타 3번 수록
"항상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 다해"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쇼팽은 피아니스트로서 꼭 공부해야 하는 사람이고, 그의 음악 세계는 파고들수록 너무 깊고 좋다. 정말 작정하고 연습하며 해석을 했고, 그 과정에서 나도 성장했다.”

피아니스트 조재혁이 ‘쇼팽’ 음반 발매와 전국 리사이틀 투어를 앞두고 설레는 소감을 전했다. ‘쇼팽 발라드’라는 타이틀로 이날 국내에 발매되는 음반은 쇼팽의 네 개의 발라드와 피아노 소나타 3번을 담았다. 앨범 발매와 함께 서울·천안·울산 등 8개 도시에서 기념 리사이틀을 준비하고 있다.

조재혁은 18일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아트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청중이 시간과 돈을 들여 음악회를 듣는다는 것은 연주자 입장에서 무지막지한 책임감이 생기는 일”이라며 “나의 음악세계가 그분들의 마음에 만족스러운 결과를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피아니스트 조재혁이 18일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아트홀에서 열린 ‘쇼팽’ 음반 발매 및 전국 투어 리사이틀 기자간담회에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애착 가는 곡 음반 수록

조재혁은 베토벤 피아노 솔로 음반 작업 이후 평소에 늘 마음에 담고 있던 레퍼토리들을 담고자 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쇼팽 발라드’다. 일반적으로 쇼팽의 피아노곡을 녹음한다고 하면 프렐류드나 스케르초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는 발라드와 피아노 소나타 3번을 선택했다.

“발라드 4곡을 한 앨범에 담지 않는 것은 곡의 색이 너무 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발라드 2번은 어렸을 때부터 쳤고, 3번은 대학교 실기시험 때 연주해 함께한 세월이 오래됐다. 또 소나타 3번은 평생의 과업과도 같은 작품이다. 애착이 가는 곡들을 음반 컬렉션에 넣었다.”

그는 이번 음반 작업을 통해 공연의 ‘라이브’를 담아내고자 노력했다. 정형화된 연주로 여러 번 녹음하는 것이 아닌 매번 그가 생각하는 새로운 쇼팽의 음악을 녹음한 후 가장 마음에 드는 버전을 음반에 담았다. 녹음 작업에는 그래미 어워드 올해의 프로듀서상 수상자인 마이클 파인과 세계적인 녹음 엔지니어 톤마이스터, 최진 등이 참여했다.

이번 음반 발매를 기념해 최근까지 독일 베를린, 뮌헨, 함부르크에서 투어 공연을 했다. 지난 12일 함부르크 엘프필하모니 홀에서의 공연은 티켓이 매진되기도 했다. 그는 “코로나 때문에 청중이 안 오는 경우가 많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베를린과 함부르크에서는 기립박수를 주셔서 감동했다”며 “쇼팽의 힘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회의감에 음악 관둬…힘든 기억”

그는 20대 후반 콩쿠르에서 무수히 떨어지면서 회의감이 들어 음악을 관뒀던 때를 가장 힘들었던 기억으로 꼽았다.

“변호사가 되기 위해 6개월 가량 LSAT를 공부했는데 처음엔 피아노 연습을 안해서 좋았다가 ‘음악은 어떻게 할 건데’라는 생각이 들더라. 한번 사는 건데 ‘좋아하는 거 하다 죽자’는 생각으로 다시 시작했다. 생각을 바꾸고 나니 배짱이 생기더라. 이전까진 콩쿠르에서 남을 위한 연주를 했다면 그때부터는 나를 위한 음악을 시작한 거다. 그랬더니 신기하게도 사람들이 더 잘 들어주기 시작했다.”

조재혁은 피아노뿐 아니라 오르간과 하프시코드 등 여러 음반악기를 섭렵했다. 피아노는 유치원 때, 오르간은 초등학교에서 배웠고 하프시코드는 대학 때 클래스에서 익혔다. 그는 “건반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오르간은 소리가 무한대로 나는 반면 하프시코드는 나자마자 사라지는 등 다른 점도 많다”며 “세개의 주법이 연관이 돼서 도움이 되는 게 많다”고 했다.

조재혁은 스페인 마리아 카날스 콩쿠르 1위, 모나코 몬테카를로 피아노 마스터스 국제콩쿠르 입상 등을 차지한 바 있다. 하지만 젊은 시절보다 요즘 훨씬 주목을 받고 있다. 남들보다 늦더라도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왔다는 그는 “굳이 비결이라고 한다면 기회가 왔을 때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던 것”이라며 “연주가 끝난 후 청중에게 ‘정말 감사하다’고 말을 하는데 이 말이 정말 진심이다”고 말했다.

피아니스트 조재혁이 18일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아트홀에서 열린 ‘쇼팽’ 음반 발매 및 전국 투어 리사이틀 기자간담회에서 연주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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