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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투자 '기존 주택보다 신규분양'

김동욱 기자I 2015.07.23 19:09:05

'이자만 내는 대출제한'
기존주택 투자 부담 커져
규제 덜한 분양시장 주목

[이데일리 김동욱 기자] 전통적으로 부동산 시장에서 돈을 버는 방법은 싸게 집을 사서 비싸게 팔아 시세 차익을 거두는 것이었다. 이런 부동산 재테크가 가능했던 건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기 수월한 덕분이었다. 지난 22일 정부가 내놓은 가계부채 대책은 그동안 이렇게 움직였던 부동산 재테크 시장에 상당한 변화를 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는 주택투자 수요가 기존 주택시장에서 대출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신규 분양시장으로 옮겨갈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최근 분양 열기가 뜨거운 지방 분양시장을 중심으로 투자수요가 몰릴 가능성이 크다.

정부 대책의 핵심은 앞으로 집을 살 때 사실상 만기일시상환·거치식 대출을 받을 수 없도록 한 점이다. 거치식 대출은 원금 상환은 뒤로 미루고 일단 이자만 갚는 대출을 말한다. 이 조건에 만기일시상환을 더하면 최장 5년간 이자만 갚다가 만기가 된 시점에 원금을 모두 갚는 식이다. 만기 연장을 통해 최장 20년까지 이자만 갚으면서 대출을 유지할 수 있다.

물론 정부는 새로 발표한 주택 대출 관행을 은행권 자율에 맡기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중은행들은 벌써 장기 거치식 대출은 사실상 없어지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정부가 거치기간을 3~5년에서 1년 이내로 줄이라고 은행에 유도하긴 했지만 사실상 거치식 대출을 없애겠다는 것과 같다”며 “앞으로 은행들도 만기일시상환·거치식 대출은 거의 취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거치식 대출이 없어진다는 건 집을 사면 곧바로 원리금을 상환해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과거 투자자들이 시세 차익을 거두려고 부동산 시장에 뛰어들 땐 은행의 만기일시상환·장기 거치식 대출을 이용했다. 일단 이자만 내고 집값이 오르면 시세 차익으로 이자를 갚고 시장에서 발을 빼는 것이다. 앞으로는 이게 어려워진다. 1년 뒤 집값이 오를 것 같아 집을 샀는데 당장 이자와 원금을 나눠 갚아야 하는 투자자로선 이전보다 투자비용이 대폭 올라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기존 주택시장과 대출을 많이 받아야 하는 재건축 시장은 투자수요가 꺾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신규 분양시장은 다시 한번 호황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정부가 토지·상가 대출도 제한했기 때문에 대출을 받아 기존 주택시장에 투자하긴 돈 있는 자산가 외엔 어려워졌다”며 “지방을 중심으로 분양시장에 분양권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자가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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