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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군, 우크라서 곡물 훔쳐 시리아로 밀수

방성훈 기자I 2022.05.11 17:34:56

러, 지난주까지 우크라 곡물 50만톤 약탈
"10% 가격 제시후 거부하면 몰수하는 방식"
러 본토·크름반도 이송후 러시아산으로 둔갑
중동 국가들에 할인 가격에 팔아치워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곡물을 훔쳐 자국산으로 둔갑시킨 뒤 시리아를 통해 중동 국가들에 밀수하고 있다고 CNN방송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에 수출하려고 창고에 보관해 둔 곡물들이 표적이 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밀 농장. (사진=AFP)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국은 이날 “러시아군이 점령한 지역에서 탈취당한 곡물이 해외로 빼돌려지고 있다”면서 “상당한 물량이 이미 지중해를 항해하고 있는 러시아 선적 화물선에 실려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장 유력한 목적지는 시리아다. 곡물은 그곳에서 중동의 다른 국가로 밀수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러시아군은 훔친 곡물들을 꾸준히 러시아와 크름반도로 보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산으로 둔갑시켜 수출하기 위한 조처로 풀이된다.

정보국은 “주요 곡창지대인 자포리자 폴로히 일대에서는 저장 곡물과 해바라기씨를 러시아 (본토)로 운송할 준비를 하고 있다. 에네르호다르에선 곡물을 실은 트럭 행렬이 러시아군의 호위를 받으며 크름반도를 향해 출발했고, 러시아군이 하르키우 지역에서 약탈한 1500톤의 곡물도 헤르손에서 크름반도로 옮겨졌다”고 설명했다.

러시아군이 훔친 곡물은 대부분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에 수출을 위해 우크라이나 농부들이 창고에 보관해 뒀던 것들이다. 앞서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지난 주 약 50만톤의 곡물이 이미 도난당한 상태라고 발표했다. 러시아군은 현재 루한스크 지역 농지의 약 90%를 점유하고 있으며 이 지역에서만 약 10만톤의 곡물을 훔쳐간 것으로 추산된다.

러시아가 점령한 자포리아주 멜리토폴의 이반 페도로우 시장은 “러시아군이 모든 마을과 농지를 돌아다니며 농기계와 곡물을 찾아낸 뒤 약탈해 갔다”며 “처음엔 터무니 없는 가격을 제시한 뒤 이를 거부하면 빼앗아가는 식이었다. 약탈 규모도 압도적이다”라고 비난했다.

올가 트로핌체바 전 우크라이나 농림부 장관도 “도네츠크와 하르키우 등지에서도 유사한 절도 사건이 보고됐다”며 “실제 가격의 10분의 1 정도를 제시한 뒤 동의하지 않으면 몰수하는 방식이 시스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훔쳐가지 않은 곡물은 상당 물량이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소실됐다. 지난 달 14일 루비츠네 지역의 대형 곡물 저장고가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아 2주 동안 불에 탔다. 저장고엔 밀 1만 7000톤과 해바라기씨 8500톤 등 총 1300만달러어치 곡물이 들어 있었다. 저장고의 소유주는 “인근 지역에 다른 건물이 없다”면서 “러시아군이 의도적으로 시설을 공격한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이 이처럼 곡물 탈취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는 최근 국제 곡물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라고 CNN은 설명했다. 우크라이나에서 훔친 곡물을 러시아산으로 둔갑시켜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팔아치우고 있다는 것이다. 밀 가격은 현재 톤당 약 400달러로 전쟁이 시작된 이후 공급 부족으로 20% 이상 상승했다.

우크라이나 키이우 경제대학의 올레그 니비에프스키 교수는 “중동 국가들은 러시아로부터 20% 할인된 가격에 밀을 구매하는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 그것이 우크라이나산인지 러시아산인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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