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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인]외식업계 매물 '풍년'…옥석 가리기 본격화

김성훈 기자I 2020.06.16 16:42:13

코로나19 부침 겪은 외식 매물 속속 등장
높은 대중 인지도·마케팅 실적 개선 강점
'저평가 매물 잡자' 하반기 러브콜 관심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오늘 뭐 먹지?”

외식 때마다 겪는 소비자들의 고민이 최근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부침을 겪었던 외식업계 매물들이 시장에 속속 나오면서 전에 없던 ‘외식 매물 풍년’ 시대가 열렸기 때문이다.

여타 업종과 비교해 대중들의 인지도가 높고 공격적인 마케팅과 메뉴 차별화로 단기간에 실적 반등을 일궈낼 수 있다는 점에 유관경험을 갖춘 사모펀드(PEF)들이 어떤 업종에 러브콜을 보낼지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시중에 나온 매물이 많은 만큼 확실한 잠재력을 지닌 매물에만 경쟁이 펼쳐지는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외식 매물 인수합병 시장에 속속 등장

1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이달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외식업계 잠재 매물로는 △IMM PE의 할리스커피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의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한국법인 △SC PE의 매드포갈릭 △마마스푸드의 카페마마스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의 버거킹 △모건스탠리PE의 놀부NBG 등이 있다.

최근에는 ‘미스터 피자’로 잘 알려진 MP그룹이 유동성 확보 및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M&A를 추진한다고 나서면서 외식 매물 대열에 합류했다. MP그룹은 매각 주관사로 삼일회계법인을 선정하고 인수의향서 접수를 거쳐 적격 인수자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할 방침이다.

MP그룹은 매각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을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상장폐지 타개를 위한 M&A라는 점을 고려하면 주어진 시간이 넉넉지 않아 이른 시간에 매각을 갈무리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이 밖에도 지난달 20일 이마트(139480) 계열사인 신세계푸드(031440)와 CJ푸드빌이 소유한 제과 브랜드인 ‘뚜레쥬르’ 매각설이 연달아 불거지기도 했다. 이에 해당 업체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지만 시장 안팎에서는 잠재 매물로 꾸준히 언급되는 상황이다.

한 해 전만 해도 외식 매물에 대한 인기는 남달랐다. 지난해 4월 홍콩계 사모펀드인 앵커에쿼피파트너스가 투썸플레이스 지분 45%를 2025억원에 인수하고 같은 해 8월 유니슨캐피탈이 미국계 PEF인 TA어소시에이츠에 음료 브랜드 공차를 3500억원 규모에 매각하면서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그런데 예기치 못한 코로나19에 외식 인구가 급감하자 상반기 내내 관련 매물에 대한 관심도 차갑게 식는 듯했다. 그러나 코로나19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좋은 매물에 대한 선제적인 투자 검토로 분위기가 선회하는 모습이다.

◇인지도·마케팅 전략 수월…옥석 가리기 본격화

사모펀드 입장에서는 외식 매물이 여타 업종과 비교해 인지도가 높은데다 마케팅 전략을 통한 밸류업(가치향상)이 수월해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인수 리스트에 올려놓고 검토를 이어왔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실제로 2016년 아웃백을 인수한 사모펀드 운용사인 스카이레이크는 스테이크 메뉴 본연의 강점을 살리는 한편 지난해 8월 ‘아웃백 딜리버리서비스’ 도입하면서 실적을 끌어 올렸다. 인수 당시 25억원에 불과했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167억원으로 3년 새 6배 넘게 성장했다.

IMM PE가 보유한 할리스커피도 멤버십 제도 활성화에 따른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메뉴를 개발하고 지난해 100억원을 들여 경기 파주에 연간 1700톤의 원두 로스팅이 가능한 ‘커피클럽 로스팅 센터’를 준공해 국내 소비자 입맛 잡기에 나섰다.

맘스터치로 유명한 해마로푸드서비스(220630)를 인수한 사모펀드 운용사 케이엘앤파트너스는 인수 직후 맘스터치 미국·베트남 법인 철수를 결정했다. 급기야 이달 1일에는 인기버거 13종을 남기고 비(非)인기메뉴 판매 중단 등 메뉴 변화와 가격 인상을 단행하기도 했다. 인수전까지 해외 시장 확장에 방점이 찍혀 있던 전략이 인수 직후 몰라보게 달라진 셈이다.

시장에서는 다양한 외식 매물이 시장에 나온 상황에서 앞으로 체질 개선과 실적 모멘텀 여부를 꼼꼼히 들여다본 후 입맛에 맞는 매물만 접근하는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설령 인수 협상 과정에서 적정한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이 나오지 않으면 과감히 포기하고 ‘플랜B’로 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PEF 업계 관계자는 “외식업계 인수 경험이 있는 사모펀드를 중심으로 올 하반기 외식매물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현재 외식업계 시장 흐름이 전형적인 ‘바이어스 마켓’(매수자 우위 시장)으로 형성된 상황에서 (경쟁력 있는) 일부 매물에만 관심이 쏠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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