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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이동통신은 스테이지엑스…할당대가 4301억 '승자의 저주'

김현아 기자I 2024.01.31 21:38:49

초현실적 주파수 대가..742억원에서 5배이상 상승
스테이지엑스는 알뜰폰 스테이지파이브가 주도
할당대가, 통신3사 대가와 망투자 비용의 2배 이상
‘알뜰폰+28㎓ 핫스팟’..최대 4천억 정책금융 지원
혈세낭비 우려도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외에도 우리나라에서 통신망을 구축하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4 이동통신’이 탄생했다. 정부는 통신시장의 과점 구조를 깨서 가계 통신비를 낮추겠다며 제4 이동통신 사업자를 선정하기 위한 정책을 진행했고, 31일 스테이지엑스가 선정됐다.

우리나라에서 새로운 이동통신 사업자가 등장한 것은 14년 만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기에도 추진되었지만, 7차례에 걸친 시도에도 사업자 선정에 실패한 바 있다.

그러나 스테이지엑스의 통신시장 진입에 대해 ‘승자의 저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경매로 지나치게 과열된 주파수 가격 △비즈니스 모델의 취약성(알뜰폰과의 차이)△ 28㎓ 기업 시장의 한계 때문이다.

‘알뜰폰+28㎓ 핫스팟’ 모델

스테이지엑스는 알뜰폰 사업자인 스테이지파이브(대표 서상원)가 주도하는 컨소시엄으로, 위성통신장비 업체 ‘인텔리안테크놀로지스’와 신한투자증권이 투자자로 참여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 2021년 9월 스테이지파이브의 투자자로 합류한 뒤 자문 역할을 하고 있다. 스테이지파이브는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이다. 사업계획서 컨설팅은 PwC에서, 통신망 컨설팅은 삼성전자가 했다.

스테이지엑스에는 민원기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관이 ESG 위원장으로, 석제범 전 실장이 컨소시엄사인 인텔리안테크의 사외이사로 활동 중이다.

서비스 모델은 ‘알뜰폰’과 ‘28㎓ 핫스팟’을 결합한 형태다. 기본적인 통신 서비스는 이통사로부터 도매(알뜰폰)로 제공받아 이용자에게 제공되며, 대학교, 병원, 경기장 등 핫스팟에는 스스로 28㎓ 망을 구축해 혼잡 지역의 트래픽을 분산시키고, 다채널 서비스, 증강현실(AR)·가상현실(VR)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식이다.

서상원 스테이지파이브 대표


주파수 가격 높지만 자격획득 의미 부여 스테이지엑스

서상원 스테이지파이브 대표는 “5G서비스 활성화를 통해 통신시장에서 새로운 브랜드를 부각시키고, 시장에도 새롭고 혁신적인 변화를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최종 결정된 주파수 대금 4301억원은 당초 예상보다 매우 높은 수준에서 결정됐다.

스테이지엑스 관계자는 “단순 입찰가를 기준으로 가격의 적정성을 판단하기보다는, ‘스테이지엑스의 제4이동통신사업자 자격 획득’에 큰 의미가 있다”면서 “28㎓주파수의 독점적 사용으로 창출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 및 기술, 그리고 부가가치를 반영한 미래가치를 고려하여 경매가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테이지엑스가 도모할 온라인 기반의 이동통신 서비스 유통구조 혁신, 클라우드를 활용한 인프라 비용절감 측면까지 감안한다면 사업성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같은 맥락에서 스테이지엑스 입찰 대리인인 한윤제 스테이지파이브 전략 담당 이사는 이날 오후 9시 넘어 경매장을 나서며 “처음부터 준비한 시나리오대로 됐다”며 “상당히 길고 힘든 경쟁이었는데 좋은 결과로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고가 낙찰로 인한 비용 부담 우려에 대해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미 알려진 금액대로 투자 유치는 가능하고 필요하면 추가로 준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승자의 저주 가능성

그러나 스테이지엑스의 기대와 달리, 제4이동통신의 성공 가능성을 높게 보는 시각은 별로 없다. 통신망 구축비용(1500~2000억원)보다 2배 이상 비싼 4301억원을 주고 산 주파수 비용, 알뜰폰과 별 차이가 없는 서비스, 정부의 기대와 달리 열리지 않은 28㎓ 기업 시장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제4이통 사업자를 배려한다는 마음으로 주파수 최저경쟁가격을 742억원으로 정했는데, 출혈경쟁 끝에 4301억원으로 사게 됐다. 이는 이통3사가 할당받은 가격(2050~2080억 원)에 2배가 넘는 돈이다.

정부가 역시 제4이통을 돕겠다며 설정한 28㎓ 망구축 의무도 정작 제4이통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이통3사는 28㎓대역 800㎒대역폭에 대해 기지국을 1만5000대 깔아야 했지만, 제4이통은 6000대만 깔면 의무를 채우도록 했다. 그런데 수십년간 통신사업을 해 온 이통3사도 경쟁력이 없다고 포기한 주파수가 28㎓다. 장비 업계 관계자는 “6000대만 깔아 서비스가 가능할 지 의문”이라며 “비즈니스 모델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제4이통이 통신비 인하를 위한 것이라는 것도 논란이다. 스테이지엑스가 국민 일반에게 제공하려는 건 알뜰폰(스테이지파이브)인데 이는 현재 kt엠모바일, LG헬로비전, KB국민은행 등이 하는 알뜰폰과 다른 점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제4이통에 최대 4000억 원까지 정책금융지원, 통신3사와 통신설비 공동활용, 상호접속료 인하 지원, 제조사와 스마트폰 수급 협의 지원 같은 각종 특혜를 베풀기로 했지만, 자칫 서비스를 중단하게 되면 혈세 낭비 우려도 제기된다.

모정훈 연세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지난 16일 국회 토론회에서 “제4이통 28㎓는 이통사들 주파수와 비교 시 돌산과 강남땅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가 4000억 정책 지원을 해도 언 발에 오줌 누기다. 먹튀로 이어지지 않도록 주파수 할당조건을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규태 순천향대 글로벌경영대학 교수는 “LG텔레콤 시절 정부는 상호접속료 차등, 번호이동시차제, 주파수 경매 혜택 같은 비대칭 규제로 후발회사 우대 정책을 폈는데 시장 왜곡이 있었다”면서 “신규 사업자가 5G 투자보다는 기존 통신사 로밍(통신망 공동사용)에만 집중할 수 있으니 로밍에서 기간을 정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한편 과기정통부는 주파수할당 대상이 결정됨에 따라, 주파수할당통지에 필요한 서류 등을 신속히 안내하고, 할당대상법인이 빠른 시일 내에 이를 준비하여 주파수할당통지 및 기간통신사업 등록이 마무리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끝까지 선의의 경쟁을 펼친 신청법인의 노고에 감사”를 표하고, “28㎓ 대역 할당대상법인 선정이 마무리됨에 따라 신규사업자가 시장에 조기안착 하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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