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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렌트유마저 40달러 깨졌다..꼬인 수급 언제 풀릴까

권소현 기자I 2015.12.09 16:39:57

석유생산 사상 최대 수준…줄어들 기미가 안 보인다
유가전망 줄줄이 하향…일각에서는 바닥론도 솔솔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국제유가의 바닥은 어디일까. 서부텍사스산원유(WTI)에 이어 브렌트유까지 배럴당 40달러라는 마지노선이 깨지면서 저(低)유가 공포는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고 있다. 브렌트유가 배럴당 40달러 아래로 내려간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거진 직후인 2009년 2월20일 이후 처음이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공급 정책이 당분간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이면서 국제 유가가 더 낮은 수준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두드러지고 있다.

하지만 한켠에서는 현재 유가수준이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조만간 바닥을 치지 않겠냐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나온다.

◇안 풀리는 수요와 공급 불균형…비관론 고조

8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내년 1월 인도분 WTI 선물 가격은 0.37% 하락한 37.5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1월물 선물 가격은 44센트 하락한 40.2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브렌트유는 장중 한 때 배럴당 39.81달러까지 내려가 40달러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WTI와 브렌트유 가격은 모두 지난 2009년 2월 이후 6년10개월만에 최저 수준이다. 지난 주말 열린 석유수출국기구(OPEC) 총회에서 감산합의에 실패한 충격파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사우디와 이라크가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OPEC은 원유 생산량을 늘려왔다. 러시아 원유 생산량도 옛 소련 붕괴 이후 최고 수준이고 미국 셰일가스 거품이 붕괴되긴 했지만 기술 개선으로 생산량이 크게 줄지는 않았다. 이에 따라 원유 재고량은 사상 최대 수준에 머물고 있다.

미국과의 핵협상 타결로 경제제재에서 벗어나는 이란도 내년부터 국제 원유시장에 복귀함에 따라 글로벌 원유 생산량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저유가로 세계 원유 수요가 증가세를 보이긴 했지만 워낙 공급량이 넘쳐 유가 하락을 막지 못하는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려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 이 역시 유가에는 악재다. 원유가 거의 대부분 달러화로 결제되는 만큼 해외 구매자들에겐 환율 영향으로 원유값이 비싸지게 되기 때문이다.

국제 원유시장에 호재는 보이지 않고 온통 악재투성이라는 점이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한다. 오울 한센 삭소뱅크 이코노미스트는 “선물시장에서 원유선물에 대한 매도 포지션이 사상 최대 수준”이라며 “이 매도 포지션을 줄일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이날 올해와 내년 WTI 전망을 각각 49.08달러, 50.89달러로 기존 대비 0.8%, 1.6% 하향조정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 역시 내년 브렌트유 전망을 배럴당 50달러로 종전보다 5달러 낮췄다.

앞서 골드만삭스는 전세계에 원유를 저장할 공간이 부족해지면서 원유가 배럴당 20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저유가 기조 계속될 수는 없어’...바닥론도 솔솔

한편 유가가 슬슬 바닥에 도달할 때가 됐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ETF(상장지수펀드) 조사업체 ETF닷컴에 따르면 미국 최대 원유 선물 ETF인 USO(United States Oil Fund)로 올 들어 28억달러가 순유입되면서 자산은 29억달러(약 3조4199억원)로 늘어났다. 7일 기준으로 이 펀드는 7800만배럴 규모에 해당하는 선물 계약을 담고 있다. 이는 NYMEX에서 거래되는 1월 인도분 WTI 선물계약의 17%에 해당한다. USO를 비롯한 원유 펀드로 자금이 유입되면 원유 수요가 발생하고 이는 유가 반등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아카시 도시 씨티그룹 상품 담당 애널리스트는 대규모 펀드의 매도 포지션 비율이 하반기에 떨어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최근 원유 ETF로 자금이 유입하는 것은 개인투자자와 매크로 전략을 구사하는 헤지펀드들이 바닥에서 매수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풀이했다.

석유업계에서도 반등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존 왓슨 셰브론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한 방송에 출연해 “수요에 약간의 불균형이 있으며 이를 해소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수급상황이 균형을 이루기 시작하면서 유가는 반등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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