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쉰들러의 현대엘리 지분 매각, 경영권 흔들기일까 투자금 회수일까

송재민 기자I 2024.02.15 18:45:50

韓승강기 시장 노리던 세계 2위 기업 쉰들러
작년 6월부터 ''찔끔찔끔'' 보유 주식 장내매도
일각선 "반대매매 노린 경영권 분쟁 연장선"
엑시트 가능성도…3월 주총 행보에 관심 집중

현대엘리베이터 충북 충주 캠퍼스. (사진=현대엘리베이터)
[이데일리 마켓in 송재민 기자] 현대엘리베이(017800)터의 경영권 확보를 노리던 2대주주 쉰들러 홀딩 아게(Schindler Holding AG)가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지분을 조금씩 매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전부터 국내 엘리베이터 시장에 눈독을 들이며 경영권 확보 움직임이 있었던 탓에 쉰들러의 행보에도 여러 해석이 달리고 있다.

1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세계 2~3위 수준 다국적 승강기 업체 쉰들러 홀딩 아게가 지난해부터 현대엘리베이터의 지분 매각을 이어오고 있다. 매각한 지분 자체가 크진 않지만 쉰들러가 주식을 취득하고 처음 매각한 지난해 이래 꾸준히 처분해왔다는 점에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쉰들러가 처음 지분을 매각한 건 지난해 6월부터다. 총 5거래일에 걸쳐 총 9만119주를 장내 매도해 지분율을 낮췄다. 이후에도 쉰들러는 매달 지분을 매각해왔으며 전날인 14일에도 1만6415주(0.04%)를 장내 매도했다. 지난해 6월 주식 매도 전 16.249%였던 쉰들러의 지분율은 2월 14일 기준 11.32%로 8개월여만에 약 5%가량 낮아졌다.

올해 들어서만 6만주 넘게 내다판 쉰들러의 매각 의도에 대해선 경영권 분쟁의 연장선상 혹은 투자금 회수(엑시트) 목적이라는 두 가지 추측이 나온다. 쉰들러는 지난해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영권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바 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대상으로 제기한 주주대표소송에서 최종 승소 판결을 받은 쉰들러는 현대엘리베이터로부터 2700억원의 배상금을 강제집행해 경영권을 가져오려고 했지만 현대엘리베이터의 배상금 지급이 신속히 이뤄져 실패로 돌아갔다.

이후에도 쉰들러는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매도하며 경영권 흔들기를 이어갔다. 쉰들러의 지분 매각으로 주가가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주가하락에 따른 반대매매의 여파로 경영권을 흔드는 방식을 꾀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대엘리베이터는 자사주를 매입하는 등 주가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현대엘리베이터가 지배구조를 안정화하면서 현실적으로 쉰들러의 지분 매도를 경영권 분쟁의 연장선으로 보기 어렵다는 해석이 나온다. 쉰들러가 10년 만에 현대엘리베이터 엑시트에 나서면서 투자금 회수를 목적으로 지분을 매도했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율이 낮아지면서 쉰들러의 영향력이 점차 약해지고는 있지만 국내 엘리베이터 시장이 성장성이 높은 매력적인 시장인 만큼 쉽게 물러서지는 않을 거라는 시각도 있다.

우리나라는 승강기 설치율이 높고 노후 승강기 교체도 활발히 이뤄져 알짜 시장으로 평가받는다. 또한 노령화로 인한 소형 승강기나 주거용 승강기 설치 및 유지보수 시장 규모도 상당해 쉰들러도 눈독을 들여왔다. 현대엘리베이터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40.8%로 독보적인 1위 업체다. 오티스나 티케이엘리베이터 등 외국계 경쟁사들을 제치고 선두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 중 글로벌 기업 쉰들러의 국내 시장 입지는 매우 좁은 상황이다.

이어진 지분매각에도 쉰들러는 여전히 현대엘리베이터의 2대주주로 남아 있어 다가올 3월 정기주주총회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3% 보유한 행동주의펀드 KCGI운용과의 연대 가능성도 열려 있기 때문이다.

명재엽 KCGI자산운용 운용팀장은 지난해 11월 “쉰들러 등 주주는 KCGI자산운용과 같은 주주라고 생각한다”며 “기업가치나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 생각을 같이 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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