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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헌법 제54조는 ‘국회는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까지 예산안을 의결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즉 회계연도(내년 1월 1일)의 30일 전인 12월 2일까지 예산안을 의결해야 한다. 12월 2일이 내년도 예산안의 법정 처리 기한인 까닭이다.
제16대 대통령 선거가 있던 지난 2002년에는 11월 8일에 예산안을 조기 합의처리했다. 그 후 2013년까지 여야는 단 한번도 법정 처리 기한을 지키지 못했다. 매년 법정 시한을 어기자 국회는 2014년 ‘국회선진화법’을 만들어 예산안이 11월 30일까지 예결특위를 통과하지 못하면 12월 1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 된 것으로 본다는 규정까지 신설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회선진화법 시행 첫해인 2014년과 2020년을 제외하고선 모두 법정기한을 넘겨 예산안을 처리했다. 다행히 법정 기한보다 1~2일 정도 넘긴 수준이긴 하지만 문재인 정부 첫해인 2018년과 그 다음 해인 2019년엔 각각 6일과 8일 지각 통과됐다. 여야가 그만큼 치열하게 예산안을 놓고 논쟁을 벌인 탓이다.
최악의 경우 예산안 처리가 늦어져 회계연도를 넘을 경우, 다시 말해 12월 31일을 지날 경우 전년도 집행액을 기준으로 ‘준예산’을 편성해야 한다. 준예산은 공무원 급여와 교부금 등 법정 의무지출만 집행할 수 있고 신규사업에 대한 집행은 제한되는 만큼 정부가 제대로 일을 할 수 없게 된다. 이번에도 가능성이 적긴 하지만 준예산 얘기가 나오고 있다.
정부·여당은 초유의 준예산 사태를 대비해 비상 대응 계획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런 압박에 더불어민주당은 “민주당 사전에 준예산은 없다”며 “감액만 해서라도 민주당 단독으로 처리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