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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찾은 UAE 장관, 카타르 단교사태 지지 호소

김형욱 기자I 2017.07.19 16:05:17

"테러 지원 막는 건 중동뿐 아닌 전 세계 위한 일"
"국영방송 해킹 등 논점 흐리는 의혹들 사실 아냐"
"사우디 등 4개국, 카타르 제재 장기화할수도"

수하일 모하메드 파라즈 알 마즈루이 UAE 에너지부 장관이 19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카타르 제재에 대한 당위성을 역설하고 있다.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아랍에미리트(UAE) 에너지장관이 한국을 찾아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을 상대로 카타르 단교 사태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UAE를 비롯한 아랍 4개국이 카타르 제재에 나선 건 극단주의 테러단체에 대한 카타르의 지원을 막기 위한 것뿐이라며 다른 정치적 의혹 가능성을 일축했다.

수하일 모하메드 파라즈 알 마즈루이 UAE 에너지부 장관은 19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카타르에 대한 제재는 테러 단체에 대한 지원을 막기 위한 것일 뿐”이라며 “테러 지원은 중동뿐 아니라 전 세계가 동의할 수 없다”고 역설했다.

UAE를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바레인 등 걸프만 인근 4개국은 지난 6월 초 카타르와 단교하고 경제를 비롯한 전 부문에 걸친 제재에 나섰다. 카타르가 테러 단체를 지원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후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들이 중재에 나섰으나 협상이 지지부진하며 장기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사우디 등을 중심으로 오히려 추가 제재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알 마즈루이 장관의 이번 한국 방문은 장기화에 대비한 국제 여론전에 나선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그는 왜 외교장관이 아닌 에너지장관이 한국에서 입장발표를 하느냐는 질문에 “지난 7일 우리 외교장관이 입장을 전하기는 했지만 에너지를 비롯해 헬스케어 등 부문에서 긴밀히 교류하고 있는 한국에 우리 상황을 직접 설명코자 한 것”이라며 “다른 장관들도 방문국마다 이를 설명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카타르 제재의 정당성을 거듭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1996년 이래 20년 동안 카타르에 좋은 이웃이 되 달라고 설득했고 카타르도 지난 2014년 걸프협력회의(GCC) 장관회의에서 이를 일부 수용했으나 결국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UAE가 현재 카타르에 요구하고 있는 13개항 역시 이때 제시한 내용과 똑같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UAE 등은 현재 △알자지라 방송국 폐쇄 △이란과의 단교 △카타르 내 터키군 주둔 금지 등 안을 제시했으나 카타르는 이를 거부하고 있다. 그는 “카타르 관영 알자지라는 전 세계적가 테러단체로 인정한 ‘무슬림 형제단’의 자살 테러를 합리화하고 부추기기까지 하는 방송을 내보냈다”며 “이를 중단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라크나 시리아 등 내전 지역의 테러단체와 반군에 대한 수십억달러의 현금 지원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카타르에 촉구했다.

아랍 4개국과 카타르의 단교 사태를 촉발한 무슬림 형제단 단원들 모습. AFP


알 마즈루이 장관은 협상 장기화 가능성도 시사했다. 그는 “우리는 상황이 악화하기를 바라지 않고 계속 대화 노력을 이어나가겠지만 테러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는 원칙은 고수할 것”이라며 “카타르가 최근 제3국(쿠웨이트)이 제시한 중재안을 곧장 공개하는 등 현재처럼 진정성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사태가 장기화할 수도 있고 우리는 이에 대해 충분히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어디까지나 국제법을 준수하는 한도 내에서의 제재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제재에도 기존 협상 때문에 카타르의 가스를 수입하고 있으며 UAE에 거주 중인 카타르인의 82%의 잔류를 허용한 것도 인도주의적 결정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의 이웃인 카타르 더러 자신의 법적 지위나 자주권을 포기하라는 게 아니다”라며 “그저 이웃, 아이들에게 해를 끼치지 말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란과 단교하는 것도 이슬람 종파(수니-시아) 같은 종교·정치적 이유로 국교를 끊으라는 게 아니라 헤즈볼라나 후티 같은 이란 내 테러세력 지원만 멈추면 된다는 것이다. 그는 또 국제 사회의 엇갈린 시선을 고려하듯 “카타르가 전 세계에 원유를 공급하는 부유한 나라라고 해서 현 상황에 대한 변명이나 정당화는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카타르 단교 사태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선 강경한 태도로 사실관계를 부정했다. 앞선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 외교가의 말을 빌려 UAE가 이번 사태를 촉발하기 위해 카타르 국영 언론사를 해킹해 허위 보도가 나가도록 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전혀 근거 없는 의혹 제기”라고 일축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그런 식으로 이웃국을 공격하지 않는다”며 “이런 보도는 ‘테러 지원을 막자’는 우리의 논점을 흐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UAE 등이 피파(FIFA)에 2022 카타르 월드컵 개최를 취소케 하려고 로비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FIFA도 사실을 확인해줄 것”이라고 부인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이집트 외교장관이 지난 6월5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카타르에 대한 단교와 전방위 제재를 발표 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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