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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인]"같이 갑시다" 리퍼트의 한미 기술동맹 '삼성 역할론'

김정남 기자I 2022.11.08 17:05:42

주한 미국대사 지낸 마크 리퍼트 삼성전자 부사장
"반도체 등 첨단기술 협력, 한미동맹 마지막 기둥"
"아직 역동적인 초기 단계…삼성이 할 일 더 많다"

[티넥(미국 뉴저지주)=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지금 삼성에서 일하는 것이 매우 흥미진진합니다.”

‘지한파’ 주한 미국대사로 잘 알려진 마크 리퍼트 삼성전자 북미총괄 대외협력팀장(부사장)은 7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 티넥 매리어트호텔에서 주미한국상공회의소(KOCHAM)가 주최한 ‘한미통상 특별 경제포럼’에 나와 “조 바이든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은 최첨단 반도체, 친환경 배터리, 인공지능(AI), 양자기술, 바이오기술, 재생에너지 등 첨단 기술에서 민간과 공공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전 주한 미국대사로 잘 알려진 마크 리퍼트 삼성전자 북미법인 대외업무총괄 부사장이 7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 티넥 매리어트호텔에서 주미한국상공회의소(KOCHAM)가 주최한 ‘한미통상 특별 경제포럼’에서 연사로 나와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50년 전 원조 받던 카이스트의 발전

리퍼트 부사장은 한미 동맹의 상징 구호인 “같이 갑시다”로 유명한 인사다. 주한 미국대사 재임(2014~2017년) 당시인 2015년 3월 한 강연회에서 흉기 피습을 당해 얼굴 부상을 입었을 때 이를 언급해 화제를 모았다. 리퍼트 부사장은 올해 3월 삼성전자에 합류해 워싱턴사무소를 이끌며 대관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추진하는 미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서 미국 행정부·의회와 삼성전자의 가교 역할이 중요해졌는데, 이를 전담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이날 한미 동맹의 역사와 전망, 삼성전자의 역할 등을 거침없이 펼쳐놓았다.

리퍼트 부사장은 1882년 양국의 첫 외교 관계와 1953년 한미상호방위조약을 거론하면서 “돌이켜보면 그것은 역사적으로 가장 성공적인 지정학적인 베팅이었다”며 “안보로 시작한 한미 동맹은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중요한 경제, 기술, 상업, 문화적인 요소를 가진 동맹으로 발전했다”고 진단했다.

리퍼트 부사장은 “(최첨단 반도체 등) 핵심 기술은 (한미간 협력에 있어) 아직 초기 단계에 있고 예측하기 어려우며 모든 답을 갖고 있지도 않다”면서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역동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공과 민간에서 우리의 집단적인 비교우위를 활용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한미 양국은 첨단 분야의 수십년간 협력 속에서 가장 혁신적인 과학자, 연구원, 기술자 등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퍼트 부사장이 그러면서 사례로 든 게 1971년 카이스트 설립이다. 그는 “카이스트는 미국 국제개발청이 대출한 600만달러를 통해 세워졌다”며 “이것은 미국 정부가 한 투자 중 가장 값진 돈”이라고 했다. 당시 브루클린공대(현 뉴욕대) 교수로 일했던 한국인 물리학자인 정근모 전 과학기술처 장관이 카이스트의 밑그림을 그리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리퍼트 부사장은 전했다.

그는 이어 “올해 초가을 한미 협력은 완결이 지어졌다(came full circle)”고 표현했다. 윤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카이스트와 뉴욕시가 미래 기술 협력을 위한 ‘디지털비전 포럼’을 열었는데, 50년 전 원조를 받던 한국이 이제는 반대로 미국에 진출해 인재를 함께 육성한다는 것이다. 한미 동맹의 위상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방증이다. 리퍼트 부사장은 이를 두고 “한미 관계의 가장 새롭고 중요한 부분”이라고 했다.

그는 “한미 정상들이 전략적인 경제·기술 파트너십이라고 이름 지은 최신 기술에 관한 협력이 한미 동맹의 마지막 기둥”이라고 재자 강조했다.

(출처=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삼성, 한미 기술 협력서 할 일 많다”

리퍼트 부사장은 그 연장선상에서 ‘삼성 역할론’을 피력했다. 첨단 기술 협력에 있어 삼성전자(005930)가 앞장설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5월 평택 삼성 반도체 공장을 방문한 것은 큰 상징이었다”며 “당시 방문은 매우 영광스러웠다”고 회고했다.

리퍼트 부사장은 “삼성이 이 마지막 기둥에서 빠르게 움직일 때 성장통과 실수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우리는 새로운 기술을 계속해서 배우고 혁신하고 발전시킬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성숙했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은 미국에서 긴 역사를 갖고 있고 그것이 자랑스럽지만, 앞으로 할 일이 더 많다”며 “한국과 미국간 경제적·상업적 기술 관계에 있어 매우 흥미로운 시기에 삼성에서 일할 수 있어 흥분된다”고 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미국 내에서 뉴욕·뉴저지의 세트 판매법인(SEA)과 캘리포니아의 부품 판매법인(SSI)을 구축하고 있다. TV 생산법인(캘리포니아·SAMEX), 가전 생산법인(사우스캐롤라이나·SEHA), 반도체 생산법인(텍사스·SAS)도 갖추고 있다. 이외에 디자인센터와 연구소까지 운영하고 있다.

특히 오는 2024년까지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제2파운드리 공장을 짓기로 하는 등 미국을 새로운 생산 거점으로 삼고 있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 공급망 계획과 직결돼 있다. 그 과정에서 미국의 지정학, 입법, 규제 동향과 정책을 사업 전략에 결합하는 게 리퍼트 부사장의 역할이다.

주미한국상공회의소의 이날 포럼에는 리퍼트 부사장 외에 에스페란사 고메스 젤랄리언 미국상공회의소 전무, 트로이 스탠가론 한미경제연구소(KEI) 선임무역국장도 함께 했다.

스탠가론 국장은 한국 산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관련해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레임덕 의회에서 IRA만 개정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며 “내년 새로 출범할 차기 의회에서 개정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이어 “(이번 중간선거를 통해)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하면 그들이 우선하는 것을 위주로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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