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조사본부, 첫 보고서엔 '임성근 혐의' 인정…7일 뒤 판단 바뀌어

김관용 기자I 2024.06.04 20:54:13

채 해병 사건 재검토한 국방부 조사본부
임성근 사단장 등 혐의 사실 3쪽에 걸쳐 기재
사단장 등 6명 경찰 이첩 판단했다가
일주일 뒤 대대장 2명만 이첩, '외압' 의혹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국방부 조사본부(이하 조사본부)가 지난해 8월14일 해병대 수사단의 ‘채 상병 순직사건 조사 결과’를 재검토한 첫 보고서에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혐의사실을 기재하며 범죄 정황이 있다고 명시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보고서 작성 일주일 후 임 전 사단장을 혐의자에서 제외하고 대대장 2명만 경찰에 이첩, 이 기간에 윗선의 외압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4일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조사본부는 채 해병 순직 사건 재조사 이후 작성한 13페이지 분량의 ‘고 채수근 상병 사망사고 관계자별 사망의 원인이 되는 범죄의 단서가 되는 정황 판단’ 보고서에서 임 전 사단장 등 총 8명의 범죄 정황을 적시했다. 이 보고서는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수사 결과를 국방부 조사본부가 재검토한 것이다.

서울 용산구 국방부 조사본부 (사진=이데일리DB)
조사본부는 8월 14일 이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과 국방부 검찰단에 보내 의견을 물었다. 조사본부는 이 보고서에서 총 8명에 대한 범죄 정황을 적시하면서 초급간부 2명을 제외하고 임 전 사단장 등 6명을 경찰에 넘겨야 한다고 판단했다.

언론에 공개된 보고서 내용을 보면, 조사본부는 보고서 1~3쪽에 임 전 사단장의 범죄 혐의를 자세하게 적시했다. 조사본부는 임 전 사단장이 “18일 ’수변에 내려가서 수풀을 헤치고 찔러 보아야 한다. 내려가는 사람은 가슴 장화를 신어라‘라는 등 구체적 수색 방법을 거론하는 바람에 채 상병이 장화를 신고 실종자 수색을 하게끔 함으로써 안전한 수색 활동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기술했다.

또 “위험성 평가 여건을 보장하지 않으면서 오로지 작전 전개를 재촉하는 등 지휘관의 안전한 수색 활동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채 상병 등 실종자 수색 인원들의 복장 상태에 관한 사항을 중심으로 지적할 뿐 안전 대책 등 안전 확보 업무를 게을리했다”고 지적했다.

조사본부는 임 전 사단장과 함께 최종적으로 혐의자에서 제외된 해병대 7여단장에 대해서도 “수색작전 과정에 발생할 수 있는 안전 위험 상황을 대비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범죄 혐의가 있다고 봤다.

그러나 조사본부는 이 보고서 작성 일주일 뒤인 8월 21일 임 전 사단장 등 6명을 제외하고, 대대장 2명에 대해서만 범죄혐의가 인정된다고 발표했다. 이를 두고 윗선의 개입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최근 당시 조사본부 관계자 등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관련 내용을 수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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