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유현욱 기자] “회계현장에서는 전·당기 감사인 간 갈등 해소가 가장 뜨거운 숙제”(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11월 12일 신(新) 외부감사법 공포 2년을 즈음한 ‘회계개혁 간담회’에서)
한국회계학회는 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전경련회관 사파이어홀에서 이런 전·당기 감사인 간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경우인 ‘재무제표 정정 공시’와 관련해 문제점을 짚어보고 개선방향을 모색했다.
전홍준 신구대 교수는 지난 5월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자료를 인용, “상장사의 감사보고서 정정 건수는 2016년 150건, 2017년 327건, 2018년 380건 등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증가 추세는 미국과 확연히 다르다. 엄재용 EY한영 미국회계사(AICPA)는 “미 상장사의 감사보고서 재작성·재발행 건수는 11년째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추세”라고 전했다.
두 나라 간 차이는 어디에서 기인할까. 바로 전·당기 감사인 간 의견 충돌이 주된 원인이다. 전 교수는 “최근 3년간 상장사 감사인 변경시 재무제표 정정비율이 46.0%나 된다”고 지적했다. 2020회계연도부터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가 본격 시행됨에 따라 재무제표 정정이 급증하리란 관측이 우세하다.
이처럼 감사인 간 이견에 따라 빈발하는 재무제표 정정은 시장에 혼란을 준다. 이정헌 삼성액티브자산운용 센터장은 “현재 재무제표가 맞다는 전제하에 미래가치를 추정하는데 상황이 이럴진데 신뢰를 갖고 투자하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이에 기업들은 회계상 추정의 차이, 판단의 차이를 인정해 달라고 호소했다. 코스닥 상장사인 제이티 고병욱 전무는 “문제의 근원이 전·당기 감사인 간 인지하는 리스크에 의한 것”이라며 “의견 불일치로 감사보고서가 정정되는 경우 감리 조치를 완화해 달라”고 토로했다.
송창영 법무법인 세한 변호사는 “기업은 당기 감사인의 정정 요청에 응할 경우 감리 절차 개시 가능성에 노출되고 감리 결과 회계처리기준 위반으로 판단된다면 민·형사 등 법적 위험을 지게 된다”며 “그렇다고 응하지 않을 경우 감사의견 거절 등으로 인해 매매거래정지, 상장폐지 절차 개시 등 시장조치를 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이렇다 보니 미국처럼 재무제표 정정 원인과 중요성별로 구분해 적정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미국에서는 ‘중대한 오류가 발견되면 수시공시를 통해 정보 이용자들에게 재무제표를 수정할 예정이므로 이용하지 말라’고 통지한다. 박종성 숙명여대 교수는 “정보 이용자들이 재무제표 수정사실을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근본적인 해결방안은 기업이 재무제표 작성 능력을 높이는 것이란 주장도 나왔다. 오기원 삼일회계법인 품질관리실장은 “기업들이 아직 재무제표 작성 능력이 아직 충분치 않다”며 “2~3년 내로 나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기업들이 전·당기 감사인 간 갈등이 벌어지면 조정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만큼 한국공인회계사회 등 관계기관이 주관하는 ‘협의의 장’이 필요하다는 것이 금융당국 생각이다. 김선문 금융위 기업회계팀장은 “일단 당기 감사인은 전기 오류 수정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만약 회계기준 해석에 이견이 있어 제3의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충분히 논의했다면 감리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