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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 든 조경태 "전자담배 담뱃세 인상안, 틀렸다"

최훈길 기자I 2017.08.23 18:16:13

기획재정위원장, 궐련형 전자담배 담뱃세 인상안 보류
"해외보다 과도한 세율, 국민 부담..합리적 법안 필요"
법안 철회나 수정 주문.."특정업체 로비? 불손한 생각"
8월 국회 처리 빨간불..처리 불발되면 수천억 과세손실

조경태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자유한국당).[사진=뉴시스]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조경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자유한국당)이 아이코스, 글로 등 궐련형 전자담배에 붙는 담뱃세 인상안에 대해 “이렇게 과도하게 세율을 올리는 건 맞지 않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논의 중인 담뱃세 인상안을 철회나 수정하라는 주장이어서, 이달 중으로 법안 처리에 나서려는 정부·여당의 로드맵에 빨간불이 켜졌다.

◇“국민 부담 늘어..과도한 세율 맞지 않다”

조경태 위원장은 23일 전화 인터뷰에서 “해외 25개 나라는 궐련형 전자담배의 세율이 일반담배의 50% 이하인데 우리는 100%로 동일하게 하겠다는 것”이라며 “결국 국민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에 합리적인 가격을 모색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해 오늘 법안 처리를 보류시켰다. 여러 가지를 감안해 (의원들이) 합리적인 안을 제시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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궐련형 전자담배는 액체로 된 니코틴을 사용하는 기존 전자담배와 달리 담뱃잎으로 만든 연초 고형물을 전기로 가열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전기가열 방식만 빼면 궐련(종이로 말아서 만든 일반담배)과 유사하다. 하지만 현행 개별소비세법 등에는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과세 규정이 없어 일반담배보다 세율이 낮다.

이에 따라 한 해 수천억원의 세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됐다. 일본에서는 낮은 세율로 지난해에만 1조112억원에 달하는 세수 손실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기획재정부는 과세 형평성에 어긋나고 세수 손실이 우려된다며 8월 임시국회에서 담뱃세 인상안을 처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에 기획재정위 조세소위원회는 지난 22일 개소세 개정안을 처리했다.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 박남춘·자유한국당 김광림·바른정당 박인숙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을 병합한 것이다. 개정안이 내달 시행되면 아이코스·글로 같은 궐련형 전자담배에 붙는 개소세는 126원(한 갑 6g 기준)에서 594원으로 오른다. 일반담배 한 값에 붙는 개소세와 동일한 수준으로 오르는 것이다.

◇특정업체 로비? “불손한 생각”

하지만 23일 기획재정위는 전체회의를 열었지만 이 개정안을 상정·처리하지 못했다. 조경태 위원장이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며 처리에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조 위원장은 인터뷰에서 “담뱃세 인상을 놓고 이해 관계자들이 갈리는데 너무 빠르게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며 “(처리를 보류하고) 좀 더 공론화해 어느 선이 적정한지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른 것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와 비교하면서 전자담배 세율을 OECD 국가와 비교하지 않는 것은 이치에 안 맞는다”며 세율 인하 필요성을 강조했다.

조 위원장은 특정업체와의 로비 의혹에 대해선 “국민의 건강을 먼저 생각하자는 취지로 보류한 것”이라며 “그런 의견을 얘기하는 분들은 불손하다”고 반발했다. 현재 필립모리스, BAT(브리티시아메리칸타바코)가 각각 아이코스, 글로 등 궐련형 전자담배를 판매 중이다. 이번에 법안이 통과돼 담뱃세가 인상되면 이들 외국계 담배회사의 매출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는 오는 28일 전체회의를 열고 재논의에 나설 예정이다. 하지만 이대로 가면 이날 법안 처리가 불투명하다. 조 위원장은 28일 처리 여부에 대해 “여론에서 고민해달라. 제 역할은 다 했다”며 말을 아꼈다. 상임위원장이 법안 의결을 계속 거부할 경우 직권상정 외에는 방도가 없다. 28일 법안 처리가 불발되면 8월 임시국회 본회의(31일) 처리는 사실상 힘들 전망이다.

※궐련형 전자담배=액체로 된 니코틴을 사용하는 기존 전자담배와 달리 담뱃잎으로 만든 연초 고형물을 전기로 가열하는 방식이다. 전자장치를 통해 호흡기로 니코틴을 체내에 흡입해 흡연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만든 담배다.

필립모리스가 올해 선보인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사진=필립모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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