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희대의 사기극 `일본 베토벤 사기 사건`이 재조명되는 이유는?

김병준 기자I 2016.08.24 17:36:53
(사진=AFPBBNews)
[이데일리 e뉴스 김병준 기자] 한 때 ‘21세기의 베토벤’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일본 작곡가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재조명 받고 있다.

24일 오후 2시쯤 중고차 쇼핑몰 보배드림, 디지털카메라 동호회 SLR클럽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일본 베토벤 사기 전말’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해당 게시물에는 ‘일본의 베토벤’으로 추앙받았던 청각장애 클래식 작곡가 사무라고치 마모루의 믿기 어려운 사기 행각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1963년 히로시마에서 태어난 사무라고치는 어린 시절부터 피아노를 배웠으며 10세가 되던 해부터 작곡을 시작한 신동이었다. 하지만 17세 무렵 갑작스럽게 찾아온 청각 장애는 사무라고치를 위기로 몰아넣는다. 날이 갈수록 악화된 장애 탓에 그는 37세에 청력을 완전히 잃는다.

그렇지만 사무라고치는 장애에 굴복하지 않고 계속 곡을 만들었고 마침내 2003년 ‘교향곡 제1번 히로시마’를 완성한다.

비핵화의 희망을 담은 교향곡 ‘히로시마’는 2008년 초연 뒤 2011년 음반으로 발매되고 20만장의 판매고를 올리며 오리콘 종합순위 1위에 오른다. 이후 사무라고치는 각종 방송, 공연, 강연 등에 섭외돼 이름을 알리면서 국보급 클래식 작가로 칭송받게 된다.

(사진=AFPBBNews)
그런데 영화 같은 사무라고치의 이 이야기는 2014년 2월5일 반전의 국면을 맞는다. 대학 강사 니카키가 이날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사무라고치의 사기 행각을 고발했기 때문이다.

그는 사무라고치가 대필 작가로 본인을 고용했으며 지난 18년 동안 발표된 20여곡이 역시 자신이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그는 사무라고치가 청각 장애를 앓았던 적이 없다는 진실마저 폭로했다.

사무라고치도 이날 자신의 변호인을 통해 기자회견에서의 발언이 모두 사실이며 자신이 음악을 작곡한 적 없다고 밝혔다. 팬을 속인 것에 깊이 반성한다고 사죄한 그는 그렇게 음악계를 떠났다.

지금까지 모든 것이 사기였음이 밝혀진 이날 이후 사무라고치의 음반, 책 등은 모두 판매 금지된다. 그의 음악에 감동했던 일본 열도는 엄청난 충격에 빠졌고 공영 방송 NHK 역시 그를 조명한 방송을 만들었던 것을 공식적으로 사과한다.

같은 해 여름 MBC 예능 프로그램 ‘신비한TV 서프라이즈’도 사무라고치의 사기 행각을 소재로 다룬 내용을 방영했다.

이미 2년 반이나 지난 이야기이지만, 사무라고치 사건이 국내에서 아직도 관심과 흥미를 끌 수 있는 소재인 이유는 최근 미술품 대작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가수 겸 화가 조영남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실제로 이날 커뮤니티에 올라온 ‘일본 베토벤 사기 전말’ 게시물에 댓글을 작성한 누리꾼 중 일부는 조영남을 언급하기도 했다.

국내 미술계에서 대작은 관행이라고 주장해 온 예술인들의 주장과는 달리 조영남은 현재 사기 혐의로 법의 심판대 앞에 서 있다.

조영남은 지난달 13일 춘천지법 속초지원에서 첫 공판을 받았다. 이후 재판 관할권이 서울중앙지법으로 이송 결정됐으며 첫 재판은 10월10일 오전 서울법원종합청사에서 열릴 예정이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