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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성의 날’ 110주년을 맞은 8일 시민·여성사회 단체들이 서울 시내 곳곳에서 ‘미투’(Me Too·나도 당했다)를 지지하고 성폭력 근절을 촉구하는 기념행사와 집회를 열었다.
◇한국여성의전화, 흰장미와 폭력·차별 금지 안내서 배포
한국여성의전화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시간대를 나눠 광화문·회기역·대학로와 여의도·신촌·강남역 일대 시민들에게 흰장미 5000송이를 전하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들은 성폭력 저항운동에 대한 연대와 지지를 상징하는 흰장미와 함께 폭력 피해에 대한 상담과 사법제도 이용 안내 등이 적힌 ‘폭력과 차별에 침묵하지 않는 당신께 드리는 안내서’도 배포했다.
이날 오후 2시 서울 신촌 유플렉스 앞에 모인 활동가들은 2000송이의 흰장미를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길거리에 다니는 시민들에게 나눠줬다. 시민들은 모르는 사람이 다가오자 처음엔 경계하다가도 흰장미를 받아들자 이내 미소를 지었다.
김지연(23)씨는 “사실 성폭력 문제는 이전에도 계속 있었지만 이번 만큼 폭발적인 관심을 보인 적은 없었다”며 “이번 계기를 통해 사회 전반적으로 여성을 성차별하고 비하하는 남성의 사고방식을 의미하는 젠더의식이 나아지고 성폭력이 근절되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류덕근(57)씨도 “남자인 내가 장미꽃을 받는 게 처음엔 부끄러웠는데 흰장미 의미에 대해 설명을 들으니 캠페인에 동참하고 싶어졌다”며 “성폭력 피해는 남녀를 가리지 않기 때문에 꽃과 함께 받은 안내서는 누구나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3·8대학생 공동행동, “낙태죄 폐지·성폭력 근절해야”
이에 앞서 오후 1시에는 대학 총학생회와 개인으로 구성된 ‘3·8 대학생 공동행동’ 참여자 30여 명도 신촌 유플렉스 앞에서 낙태죄를 폐지하고 직장·대학 내 성폭력 근절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지난해 청와대 낙태죄 폐지 청원에 23만명의 시민이 서명했다”며 “여성들은 지금 당장 낙태죄를 폐지하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이어 “임신·출산을 국가가 통제하는 이유는 저출산 문제 때문”이라며 “여성을 대상화·도구화 하고 있다는 현실을 보여주는 게 바로 낙태죄”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대학 내 교수·학생 간 성폭력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연사로 나선 윤민정 서울대 사회대 학생회장은 “가해자인 교수의 한 마디에 좌지우지하는 조직에서 피해자들은 혹시나 자신의 미래가 사라질까 두려워 말을 꺼내지 못한다”며 “괴물이 된 건 개인이지만 그 괴물을 만든 건 구조적인 문제여서 대학을 송두리째 바꿔야만 미투 운동의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직장·대학 내 권력형 성폭력 OUT’·‘억압받는 모든 이의 해방을 위해 함께 싸우자’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미투 운동을 지지했다.
아울러 이들은 “내 몸의 주인공은 나야 나”라고 합창을 하는 등 남자 아이돌 그룹의 노래를 직접 개사한 노래를 부르는 퍼포먼스도 진행했다. 집회를 마친 이들은 한국여성노동자회 등이 광화문광장에서 주최하는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이대역·충정로를 거쳐 광화문광장까지 거리 행진에 나섰다.
이밖에 한국YWCA연합회도 이날 오후 1시 30분 서울 중구 YWCA회관 앞에서 ‘3·8 여성의날 미투운동 지지와 성폭력 근절을 위한 YWCA 행진 대회’를 개최했다. 행진대회에 참석한 YWCA 위원, 실무활동가 등 80여명은 여성의 날을 의미하는 검정·보라색 의상을 입고 명동거리로 행진했다. 양손에는 미투 운동을 지지하는 손팻말과 장미꽃을 들었다. 여성 시민단체 ‘불꽃페미액션’은 이날 오후 7시에 마포구 홍대입구역 3번 출구 앞에 모여 흰장미를 들고 주변을 행진하는 ‘페미 퍼레이드’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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