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朴정부와 달라진 文정부 추경…이번엔 일자리 만들까

김형욱 기자I 2018.04.05 17:11:51

규모 줄이되 일자리 집중…기업 대신 청년 직접 지원
지금까진 효과 미미…'돈 더준다고 中企 갈까' 물음표
국회 처리 기간에도 관심…朴 21일, 李 36일 만에 통과

문재인 대통령,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사진=연합뉴스]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김형욱 기자] 이번엔 진짜 일자리를 만들 수 있을까.

문재인 정부가 5일 청년 일자리와 조선업 구조조정 등에 따른 지역 대책을 위해 3조9000억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내놨다. 앞선 박근혜·이명박 정권 때와는 액수부터 목적, 방식까지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워낙 앞선 대책이 청년 실업난 문제를 풀어내지 못한 만큼 이번에도 기대감은 크지 않다.

◇액수 줄이되 청년 일자리에 집중

앞선 정부와의 가장 큰 차이는 액수다. 앞선 두 정부 2년차 추경액 중에서 가장 작다. 박근혜 정부 2년차(2015년)엔 11조8000억원, 이명박 정부(2009년) 땐 28조9000억원을 마련했다. 이번과 비교해 각각 세 배, 일곱 배 많다. ‘미니 추경’으로 불리는 이유다.

규모를 줄인 대신 일자리에 집중했다. 박 정부 때 추경의 주목적은 당시 전국을 휩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극복이었다. 이 정부 때의 추경도 2008년 말 미국 리먼브러더스 파산에 따른 국제 금융위기에 대한 대응을 위한 것이었다. 일자리 관련 예산은 이중 일부에 불과했다.

이번에는 추경의 절반 이상인 2조9000억원을 오롯이 청년 일자리 대책으로 책정됐다. 나머지 1조원은 지역 대책이지만 이중에도 근로자·실직자 지원 등 일자리 대책 내용이 담겼다. 고용 창출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전과 비교해서 결코 적지 않다.

지원 방식에서도 이전과 확연히 달랐다. 문재인 정부는 청년 구직·근로자에 대한 직접 지원에 많은 예산을 할애했다. 중소·중견기업이 청년 신규 채용 때마다 지원금을 주는 청년추가고용장려금과 목돈 마련을 지원하는 청년내일채움공채 규모 확대가 대표적이다. 한시적이지만 신규 중소·중견기업 취업 청년에겐 연 1035만원, 기존 재직자에게도 연 800만원 가까운 혜택이 돌아간다.

이명박 정부 때의 지원액은 대부분 기업 지원이나 녹색성장 등에 쓰였다. 근로자 직접 지원 형태는 정규직 전환 사업주에 대한 인센티브(1185억원) 정도였다. 기재부 관계자는 “사업주를 지원해도 청년이 중소기업에 오지 않아 지원 방식을 올해 바꾸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각 정부의 출범 이후 두 번째로 편성한 추경을 비교한 것이다. 문재인정부는 2018년, 박근혜정부는 2015년, 이명박정부는 2009년 추경 편성 내역이다. 편성 이후 박근혜정부는 2000억원, 이명박정부는 5000억원이 국회 심의 과정에서 깎였다. [출처=기획재정부]


◇방식 달라도 효과 없던 건 매한가지

정부는 이번 추경을 시작으로 2021년까지 18만~22만명의 일자리를 추가로 만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과거 경험을 비추어보면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청년 실업난은 최근 수년 관련 지원을 늘려 온 정부를 비웃기라도 하듯 심각해져 왔다.

2015년 1조9000억원이던 청년 일자리 관련 예산은 2016년 2조3000억원, 2017년 2조6000억원, 올해 3조원으로 최근 3년 동안 매년 두자릿수 이상 늘었다. 그러나 청년실업 문제는 해소는커녕 더 심각해졌다. 2014년 9.0%로 9%대를 찍은 청년실업률은 2015년 9.1%, 2016~2017년 9.8%로 10%를 넘보고 있다. 특히 청년층 체감실업률을 보여주는 통계청 고용 보조지표3은 2015년 21.9%에서 2016년 22.1%, 2017년 22.7%로 악화 일로였다. 올해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 같은 최악의 청년실업 문제는 정부가 이번 추경의 근거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반대로 새 정부 들어서도 현 상황을 막지는 못했다는 의미도 있다. 경제 저성장이나 노동시장 구조 같은 구조적 문제를 풀지 않는 한 정부 예산을 투입한들 예산 낭비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교수는 “‘고질병’이 된 청년실업 문제를 한번에 낫게 하려 하기보다는 대학교, 대학생은 넘쳐나고 정규직은 지나치게 과보호하는 현 상황부터 차근차근 풀어가는 근본적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간 청년(15~29세) 실업률이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다. 단위=%.[출처=통계청]


◇‘돈 더 준다고 中企 갈까’ 참여도가 성패 좌우

이전과 달라졌다고 하지만 실효성은 미지수다. 이번 정책의 수혜 대상인 중소·중견기업과 청년 구직자가 여기에 참여할 지 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 공무원, 대기업을 준비하던 청년 구직자가 일시적으로 돈을 더 준다고 중소기업에 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 2016년 기준 공시족은 106만4000명으로 전체 청년층의 10분의 1(10.3%)로 추산된다. 니트족도 72만7000명(전체 청년의 7.1%)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번 대책으로 중소기업 취업이 대기업만큼 지속적인 소득이나 발전 가능성을 주기는 어렵다”며 “청년 고용을 창출하기보다는 이미 고용한 중소기업에 대한 보조금 형태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번 대책 중엔 직전까지도 참여 실적이 저조한 사업이 일부 포함됐다. 정부는 이번 추경으로 청년내일채움공채 대상과 액수를 늘렸다. 그러나 이 사업의 올 1월 집행 실적은 490억원으로 올해 예산 3555억원의 13.8%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도 55%대에 그쳤다. 청년이 중소기업에 취업하지 않아 기껏 책정해 놓은 예산이 집행되지 않는다면 이번 추경도 무색할 수 있다.

정부도 정책 효율성을 끌어올리고자 막판까지 고민했다. 창업 지원 대상자를 현실에 맞게 줄이고 수요가 많은 고졸자 중소기업 취업 장려금이나 이공계·연구인력 취업 지원 사업을 신설·확대했다. 생활혁신 창업자에 1000만원을 지원하는 사업 대상자는 1만명에서 3000명으로 줄었다. 고졸 취업 400만원 지원금 수혜 대상은 1만명에서 2만4000명으로 늘렸다.

추경 처리 속도도 중요하다. 정부는 6일 국회에 추경안을 제출하고 4월 중 처리키로 했다. 그러나 일부 야당이 6·13 지방선거를 앞둔 선심성 추경이라며 반발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지난해 문재인 정부의 첫 추경(11조원)도 국회 통과에 45일 걸렸다. 앞선 박근혜 정부의 추경(21일), 이명박 정부의 추경(36일)보다도 더 길었다.

지난해 한 채용박람회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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