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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세상을 떠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장례식이 19일(현지시간) 오전 11시(한국시간 19일 저녁 7시)에 런던 웨스터민스터 사원에서 국장으로 거행됐다. 영국의 국가장은 1965년 윈스턴 처칠 총리 장례 이후 57년 만이다. 장례식은 한시간 남짓 이어졌다. 웨스트민스터 사원은 여왕의 추억이 깃든 장소다. 여왕이 1947년 대관식을 치른 곳이고, 1953년 남편 필립 공과 결혼식을 치른 곳이다.
앞서 버킹엄궁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서거한 뒤 14일부터 런던 웨스트민스터홀에 여왕의 관을 안치하고 일반에 공개했지만, 이날 오전 6시 30분 국장을 위해 일반인 참배를 공식 종료했다. 전날 거의 마지막으로 참배 허가 팔찌를 부여 받았던 71세 남성은 이날 새벽 2시 30분에 애도를 마친 뒤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말했다.
여왕의 관은 이날 오전 10시 44분 길 건너편 웨스트민스터 사원으로 마차를 이용해 운구됐다. 마차는 여왕의 아버지인 조지 6세와 윈스턴 처칠 전 총리가 사용했던 해군 포차다. 여왕의 서거와 동시에 자동으로 왕위를 계승한 74세 큰아들 찰스 3세 국왕과 윌리엄 왕세자 등이 마차 뒤를 따라 걸으며 사원으로 함께 이동했다.
장례식은 웨스트민스터 사원의 사제가 집전한 뒤 캔터베리 대주교의 설교,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의 봉독 등의 절차로 진행됐다. 마지막 순서는 영국의 국가 ‘국왕(King)을 구하소서’ 제창이었다. 여왕 재위 시절 제목은 ‘여왕(Queen)을 구하소서’였으나, 여왕 서거로 변경됐다. 이날 국가 제창은 찰스 3세의 국왕 즉위를 상징한 것이다.
이후 정오께 영국 전역은 2분간 일제히 묵념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영면을 기원하는 마지막 고별인사였다. 묵념 시간 전후로 런던 히스로 공항은 15분 동안 항공기 이·착륙을 중단하기도 했다.
이날 장례식에는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바이든 미 대통령, 나루히토 일왕,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세계 주요국 정상과 왕족 등 500여명이 참석했다. 영국 전·현직 총리 등 주요 인사들까지 포함하면 총 2000여명이 여왕의 마지막길을 지켰다.
이후 오후에는 여왕의 관이 런던 중심부를 거쳐 버킹엄궁을 지나 하이드파크 코너의 웰링턴 아치까지 약 2.3km를 천천히 이동, 시민들에게도 작별 인사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됐다. 이 때 찰스 3세 등 왕실 일가는 걸어서 행렬을 뒤따랐고, 빅벤은 1분마다 종을 울리고 하이드 파크에서는 매분 예포가 발사됐다.
장례 행렬을 보기 위한 인파도 대거 몰렸다. 안전사고 등에 대비해 진행로에는 대규모 경찰, 군인 등이 배치됐다. 현지 연론들은 100만명 이상의 시민들이 운집했다고 전했다.
여왕의 관이 윈저성으로 운구된 이후, 성내 성 조지 예배당에서는 8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다시 한 번 소규모 장례 예식이 치러진다. 여왕의 관은 그의 생전 요청에 따라 백파이프 연주와 함께 왕실 지하 납골당으로 옮겨지며, 지난해 4월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 필립공 옆에 묻힐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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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등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한 세계 각국 정상들은 대부분이 전날인 18일에 런던에 도착했다. 윤 대통령도 부인 김건희 여사와 함께 18일 런던에 도착한 뒤 곧바로 버킹엄궁에서 찰스 3세 국왕 주최로 열린 리셉션에 참석했다. 윤 대통령 부부는 이 자리에서 찰스 3세 국왕에게 애도의 뜻을 전달했다.
앞서 17일 심야에 도착한 바이든 미 대통령은 부인 질 바이든 여사와 18일 여왕의 관이 안치된 런던 웨스트민스터홀을 찾아 조의를 표했다. 그는 여왕의 관을 바라보며 성호를 긋고 손을 가슴에 댄 채 고인을 추모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조문록에 “엘리자베스 여왕은 직무를 위한 변함없는 헌신으로 전 세계로부터 존경을 받았다”고 적은 뒤 서명했다. 당초 바이든 대통령은 18일 트러스 영국 총리와 첫 정상회담을 갖기로 했으나 이를 21일 유엔총회 기간으로 연기했다.
우크라이나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대신 부인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가 대신 장례식에 참석했으며, 그 역시 18일 웨스트민스터홀을 찾아 참배했다. 중국의 경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대신 왕치산 국가 부주석이 참석했다. 인권 문제 등을 이유로 당국으로부터 웨스트민스터홀 참배는 금지 당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불참해 폴 갤러거 대주교가 대신 참석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러시아의 동맹국인 벨라루스, 시리아, 미얀마, 아프가니스탄 정상은 초대 받지 못했다.
한편 이번 국장은 약 23억파운드(약 3조6050억원)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됐다. 또 초청된 정상급만 500여명에 달했던 만큼 보안작전 규모나 투입 병력도 역대 최대 수준이었다는 평가다. 귀빈 의전에만 공무원 300명이 투입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