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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비상상황" 與비대위 전환 의견 모았지만…수습까진 '첩첩산중'

경계영 기자I 2022.08.01 17:41:15

'1명 제외' 與의원 비대위 전환 사실상 추인
당 상임전국위·전국위 거쳐 최종 의결 예정
최고위 의결, 비대위 구성 등 해결 과제 산적

[이데일리 경계영 배진솔 기자] 국민의힘이 1일 의원총회를 열고 당이 비상 상황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기로 총의를 모았다. 하지만 당 내홍을 수습하는 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준석 당대표가 당원권 정지 징계가 풀린 후 돌아올 가능성이 열려있는 상황에서 활동 기간부터 혁신형 혹은 관리형 등 성격까지 비대위를 둘러싼 이견이 큰 상황이다. 게다가 당을 비상 상황으로 만든 권성동 원내대표에 대한 사퇴 의견까지 제기되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기 위해 단상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의원총회 “당 비상상황”…비대위 전환 속도

양금희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가 끝난 직후 “최고위원들의 사퇴로 당이 비상 상황인지에 대한 의견을 모았고, 극소수 의원을 제외하곤 모두 비상 상황이라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소수 의견은 참석 의원 89명 가운데 김웅 의원, 1명인 것으로 전해졌다.

비대위 전환을 사실상 추인한 것이다. 국민의힘 당헌 96조를 보면 당 비상상황이 발생한 경우 비대위를 둘 수 있다고 돼 있다. 현재 당 지도부인 최고위원회 9명 가운데 김재원 전 최고위원이 지난 6·1 지방선거 당시 사퇴해 8명만 있는 상황에서 지난달 말 배현진·조수진·윤영석 의원이 최고위원에서 사퇴했다. 성일종 당 정책위의장도 “직에 연연하지 않겠다”며 사퇴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준석 대표마저 ‘사고’ 상태로 최고위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는 것이 의원들 판단이다.

당대표 직무대행을 내려놓기로 한 권성동 원내대표는 “당이 비상상황에 직면해 이를 돌파할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며 “하루라도 빨리 위기를 수습하고 국정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대위 발족과 관련된 의결은 최고위원회의에서의 소집 의결을 거쳐 당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에서 최종 확정된다. 박형수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의총은 비대위 체제가 가능한지를 논의한 것으로 결정할 권한은 없다”며 “상임전국위와 전국위가 당헌·당규를 해석해 비대위 구성 절차에 들어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번 의총은 이날 오전부터 초선 의원 모임 운영위원을 시작으로 재선·3선 이상 중진 의원까지 릴레이 간담회 끝에 의견을 모았다.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이준석(오른쪽)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최고위회의 개최부터 비대위 구성까지 산적한 과제

국민의힘은 비대위 전환에 의견을 모았지만 비대위 구성부터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전국위 소집을 의결할 최고위원회의 개최가 첫 난관으로 꼽힌다. 이날 오전에도 비공개로 최고위원 간담회를 열 예정이었지만 비대위 전환에 반대하는 정미경·김용태 최고위원이 불참하면서 결국 무산됐다. 비대위 구성을 의결할 전국위 의장인 서병수 의원이 당헌·당규상 근거 부족을 이유로 비대위 체제에 회의적 입장을 보여 의총 결과를 따를지 역시 관건이다.

비대위 성격을 두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다음 전당대회까지 당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관리형 비대위가 될 수도 있지만, 당을 수습하고 당원과 국민에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혁신형 비대위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조해진 의원은 “집권 초기에 초유의 위기에 직면한 원인을 정확하게 짚어내고, 난국 돌파의 해법을 내놓을 수 있는 역량있는 인물들을 비대위원장과 비대위원에 위촉해야 한다”며 혁신형 비대위 필요성을 피력했다.

비대위 이후 전당대회에서 임기를 결정하는 것도 견해 차가 크다. 새로 뽑는 당대표가 당원권이 내년 1월까지 정지된 이 대표의 잔여 임기만 맡을지, 당헌 등을 개정해 다음 총선에서의 공천권 행사가 가능하도록 할지 등 당내 이해관계에 따라 입장이 다르다.

권성동 원내대표직 두고도 ‘시끌’

권 원내대표에 대한 사퇴 요구도 나오고 있다. 이 대표 측근으로 분류되는 김용태 최고위원은 이날 C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원내대표기 때문에 당대표 직무대행을 하는 것인데 원내대표를 유지하고 당대표 직무대행을 내려놓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원내대표도 사퇴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국민의힘 소속 홍준표 대구시장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원내대표를 포함한 지도부 전체가 당원과 국민 신뢰를 상실했다”며 “새로 선출한 원내대표에게 비상대권을 줘 이준석 대표 체제의 공백을 메우는 것이 정도”라는 글을 게재했다.

다만 이날 의총에서 권 원내대표에 대한 재신임 논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자리에 착석해 있다. (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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