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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NA 핵심 ‘전달 기술’, 국내 수준 어디까지 왔나

왕해나 기자I 2021.06.10 17:10:06

2010년대 LNP 사용 전달 기술 나오며 mRNA 의약품 부상
에스티팜, 삼양홀딩스, 인벤티지랩 전달체 연구·제조
바이오협회 “전달체 대량생산과 적응증 개선에 초첨둬야”

[이데일리 왕해나 기자]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 개발이 국내에서도 속도를 내고 있다. 화이자와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이 뛰어난 약효와 상업성을 입증하면서 더욱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mRNA 기반 백신은 코로나19 백신 이외에도 암이나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에 대해 높은 예방 가능성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향후 또다른 감염병 대유행 상황 속에서 국가적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도 주목된다.

mRNA 백신 특허 출원 동향.(그래프=한국바이오협회)
◇mRNA 관련 누적 특허 3761건…10년전부터 급격히 증가

10일 한국바이오협회 등에 따르면 다국적 제약회사를 비롯해 국내외 바이오벤처들이 mRNA 백신 연구개발(R&D)에 뛰어들면서 전 세계적으로 개발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노우메이드(knowmade)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mRNA 백신과 관련한 누적 특허는 3761건 존재하며, 누적 특허군(Patant family)은 489건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도별 기준으로는 2009년 기준 9건의 특허군에서 2020년 79건으로 약 9배 증가했다.

mRNA 백신의 핵심은 ‘전달 기술’이다. mRNA 기반 의약품에 대한 아이디어는 1980년대부터 있어왔지만, mRNA가 본질적으로 불안정하고 뉴클레아제(핵산 분해효소)에 의해 분해되기 쉬워 체내 세포에 전달하는데는 어려움이 많았다.

mRNA 백신 관련한 특허출원도 1990년 최초의 특허군이 등장한 이후 20년 동안 멈춰있었다. 하지만 2011년 펜실베니아 주립 대학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mRNA 변형 기술과 아버터스 바이오파마(Arbutus Biopharma)의 지질 나노입자(LNP)를 사용한 RNA 전달 기술이 나오면서 급격하게 특허출원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모더나, 화이자-바이오엔테크, 큐어벡의 mRNA 백신 개발도 LNP를 이용한 전달 기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바이오엔테크는 펜실베니아 주립 대학으로부터 mRNA 관련 기술을, 아버터스와 아퀴타스로부터 LNP 기술을 이전받았다. 모더나도 아버터스의 LNP 기술에 영향을 받아 자체 전달체 개발에 성공했다.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앞으로 mRNA가 가지고 있는 물리화학적·생물학적 특징을 개선한 기술이 상업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특히 LNP와 같은 세포 내 mRNA 전달과 관련된 기술 확보가 시장에서 경쟁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국내 에스티팜, 삼양홀딩스 등 전달 기술 개발 착수

mRNA 백신 후발주자인 우리나라는 어떤 전달 기술을 확보하면 좋을지에 대한 과제가 남는다. mRNA 백신 제조에 필요한 기반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이 mRNA 백신 국산화를 앞당기기 위해 나서고 있다.

에스티팜(237690)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LNP를 사용한 mRNA 백신 개발에 착수했다. 에스티팜은 불안정한 mRNA를 안정적으로 포장할 수 있는 5프라임-캡핑 기술인 스마트캡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활용해 개발하는 자체 백신은 숙주 세포와 결합하는 바이러스 돌기인 스파이크 단백질 항원 외에도 제2 항원을 보강하고, 면역세포인 T세포의 반응을 증가시킬 수 있는 펩타이드 조각인 T세포 에피토프를 추가한 것이 특징이다. 동아쏘시오 관계자는 “제네반트로부터 기술이전을 받은 LNP 기술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다”면서 “자체적으로도, 이화여대와의 공동으로도 LNP 기술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양홀딩스 바이오팜 그룹은 올릭스, 엠큐렉스와 mRNA와 이를 세포까지 안정적으로 전달하는 약물 전달체 개발을 위해 협력한다. 생체 흡수성 고분자 기술을 바탕으로 연구해온 약물전달시스템(DDS)을 기반으로 코로나19 mRNA 백신을 공동 개발한다는 설명이다.

인벤티지랩은 mRNA 전달체 제조 기술을 개발했다. mRNA를 LNP로 둘러싸는 공정에서 높은 수율을 기록했다. 김주희 인벤티지랩 대표는 “mRNA 백신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를 둘러싸는 지질이 있어야 하고 이를 이용해 LNP을 제조할 수 있는 제제연구 기술이 있어야 한다”면서 “LNP가 가장 효과적인 전달 기술로 알려진 만큼 향후 유전물질을 담고 있는 백신, 치료제 제조에 해당 기술의 쓰임새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mRNA 기반 의약품의 후발주자인 우리나라는 어떤 전달체를 선택해야 할지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고 규제당국이 어떤 전달체를 사용한 의약품을 승인해왔는지 개발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도 LNP를 전달체로 이용한 의약품은 온파트로(Onpattro) 한 건만 승인이 된 상태고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아직 승인 사례가 없다.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는 “규제당국의 부족한 경험은 mRNA 의약품 출시 성공이 전달체 기술에 크게 좌우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면서 “기업이 개발한 전달체 기술이 연구 히스토리가 짧고 학계에서 입증되지 않은 경우 심사 프로세스가 길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후발주자인 국내 기업들은 전달 시스템의 새로운 개발보다는 연구결과가 축적된 전달체 기술을 바탕으로 전달체의 대량생산과 mRNA 배합 및 적응증 개선에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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