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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김정은 체제, 배고픈 인민 늘었다…백두혈통 세습도 ‘부정’(종합)

윤정훈 기자I 2024.02.06 17:12:35

통일부, 북한경제·사회 실태 인식보고서 첫 공개
김정은 집권 이후 뇌물공여 경험 2배 증가
김정은 권력승계 부정평가 47.9%...직전比 8.4%p↑
월수입 30% 이상 뇌물과 세부담 등 수탈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인민이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겠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취임 일성은 말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통일부의 조사에 따르면 북한 주민은 정권에 의한 수탈과 기본적인 식량·전력 공급까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매년 삶의 질이 열악해지는 것으로 파악됐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지난 7일 황해북도 황주군의 광천닭공장을 현지지도했다고 8일 보도했다.방문에는 딸 김주애도 대동했다.(사진=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통일부는 이같은 내용의 ‘북한 경제·사회 실태 인식보고서’를 최초로 공개 발간한다고 6일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 10여간 축적된 북한이탈주민 6000여명을 대상으로 심층조사 결과를 종합한 자료다. 북한 정권의 핵·미사일 개발과 민생 외면 속에 주민 고통이 심화되고 있는 북한 경제 내부의 실상을 확인할 수 있다. 그동안은 내부 자료로만 활용됐지만, 윤석열 정권에서는 북한의 실상을 국민들에게 소상히 알리겠다는 목적으로 공개를 결정했다.

주목할 점은 북한 당국의 대응과 민심이 괴리되면서 북한 주민의 의식 또한 점차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3대 세습’, ‘백두혈통 세습’에 대한 북한 주민의 부정적 인식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2016~2020년 조사 당시 북한이탈주민의 56.3%는 김정은 권력 승계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는 지난 2011~2015년 47.9%에서 8.4%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백두혈통 세습에 대한 부정적 평가도 54.9%로 직전 조사(42.6%) 대비 12.3%포인트 올랐다. 당국의 거센 단속 속에서도 외국 영상물 시청 등 외부세계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도 확인됐다.

식량난 가중화로 주민들이 시장에서 의식주와 의류를 스스로 해결하는 것으로 나타난 점도 특징이다. 장사, 소토지 경작, 밀수 등 비공식적 사경제 활동이 주민들의 주된 소득원이 전체 응답자의 68.1%로 나타났다. 김정은 정권 집권 이후 하루 두 끼 식사가 세 끼 식사로 늘어난 것은 주민들이 시장을 통해 자발적으로 의식주를 해결하면서 나타난 변화다.

김정은 집권 이후 뇌물 공여 경험이 2배 가까이 증가하는 등 부정부패도 만연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로 인해 북한에서도 빈부 격차가 심화되고, 특히 평양과 지방의 격차가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93.1%는 빈부격차가 심하다고 답했다. 또 난방 관련 평양은 석탄·전기를 쓰는데 접경지역은 여전히 나무를 쓸만큼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외 지방은 의료, 상수도 등 기본 인프라도 열악하다. 또 월수입의 30% 이상을 뇌물과 세외부담으로 수탈당했다는 응답도 41.4%에 달했다.

(자료=통일부)
2020년 탈북했다는 A씨는 “하루 30분에서 1시간 정도 전기를 주는데 안 줄 때가 많다”며 “중국제 태양판을 구매해서 쓴다. 전력은 국가가 10%, 자체 조달이 90%”라고 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발간사에서 “북한 경제·사회 실태 인식보고서 발간이 우리 국민들께서 북한 주민들이 직면한 현실을 이해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과 연대에 동참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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