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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단하겠다"던 秋, 하루만에 수사지휘 배제…`벼랑 끝` 尹

최영지 기자I 2020.07.02 17:16:33

秋 "검·언유착 수사자문단 중단…수사팀 독립수사"
尹, 지휘권 수용 여부 두고 고심중…내일 결과 주목
김종빈 전 검찰총장, 법무부 장관 지휘에 수용·사퇴
법조계 "지휘권 수용 맞지만 다툼 여지 있다" 의견도

[이데일리 최영지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 전문수사자문단(수사자문단) 절차를 중단하라며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수사 지휘권을 행사했다.

사실상 윤 총장에 대한 사퇴 압박으로 해석되고 있어 윤 총장이 이번 지휘를 수용할지 여부가 주목된다. 특히 15년 전 당시 검찰총장이 법무부 장관의 지시를 수용하며 사퇴한 전례가 있어 윤 총장이 어떤 결단을 내릴지 거취에도 눈길이 쏠린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달 22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제6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해 앉아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제공)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추 장관이 이날 오전 대검찰청에 수사자문단 소집 절차 중단 지휘와 함께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에는 대검 지휘·감독 없이 독립적으로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대검은 추 장관의 지휘권 발동을 놓고 회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내일(3일) 중으로 공식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추 장관은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검언유착 의혹과 관련해 “지금까지 지켜봤는데 더 지켜보기 어렵다면 결단할 때 결단하겠다”고 했고 하루 만에 수사지휘권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날 법무부는 출입기자단에 추 장관 명의로 대검에 보낸 수사지휘 공문을 공개했다. 추 장관은 윤 총장을 수사지휘 라인에서 배제한 이유에 대해 “검찰총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현직 검사장이 수사 대상이므로 검찰총장의 수사지휘와 관련해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되지 않도록 합리적이고 투명한 절차에 따라 의사결정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주요 사건의 수사지휘권 발동은 지난 2005년 10월 천정배 법무부 장관 이후 15년 만이다. 당시 김종빈 검찰총장은 같은 해 10월12일 `6·25는 통일전쟁`이라는 발언으로 고발된 강정구 동국대 교수에 대해 구속수사 의견을 법무부에 제출했지만, 법무부가 당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에 불구속 수사하라고 지휘한 것. 천 전 장관은 김 전 총장에 보낸 수사지휘서를 통해 “우리 헌법에서는 국민의 신체의 자유를 기본권으로 규정해 이를 최대한 보장하고 있고 형사소송법에서는 헌법정신을 그대로 이어받아 특별히 증거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피의자 및 피고인을 구속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에 김 전 총장은 수사지휘권 발동에 맞서 옷을 벗었다.

추 장관은 이번 공문에 검찰청법 제8조 규정에 의거한다며 윤 총장에 대한 지휘임을 명시했다. 해당 법 조항은 “법무 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이번 지휘권 발동의 의미를 사퇴 압박으로 해석하고 있다. 윤 총장이 검찰의 수장임에도 수사에 대한 지휘 감독 없이 결과만을 보고 받으라는 것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다만 지휘권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대검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은 “수사전문단 중단 지휘는 검찰청법에 의거한 것이므로 윤 총장이 수용하는 것이 맞지만, 총장의 수사 지휘도 법에 근거하고 있어 이를 배제할 이유가 있어야 한다”며 “총장의 수사 방해나 비위로 인한 징계사유 등이 이에 해당할 수 있는데, 추 장관이 말하는 공정한 수사를 보장하기 위한다는 이유를 뚜렷한 배제 사유로 보기에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해석했다.

전직 검찰 고위 관계자도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에 대한 수사 지휘에 흠결이 있다고 보인다”며 “구속·불구속 여부를 지휘할 수는 있지만 수사 절차와 방법에까지 법무부 장관이 개입할 수 있는지는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검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김종민 변호사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윤 총장은 사표를 내고 검찰을 떠날 것“이라며 “사표를 내지 않으면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 발동을 수용한 첫 검찰총장이라는 치욕스런 선례를 남기는 것이고 어차피 자리를 유지해도 전혀 역할을 할 수 없는 식물총장으로 남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30일 서울중앙지검은 대검에 수사자문단 소집 절차를 중단해달라며, 수사팀에 특임검사에 준하는 직무의 독립성을 부여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검은 “범죄 성부에 대해서도 설득을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특임검사에 준하는 독립성을 부여해 달라고 하는 것은, 수사는 인권 침해적 성격이 있기 때문에 상급기관의 지휘와 재가를 거쳐 진행되는 것이라는 기본마저 저버리는 주장”이라며 서울중앙지검 주장을 일축했다. 이후 1일 윤 총장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주례회의도 서면으로 대체되며 검찰 내부 갈등이 증폭돼왔다.

결국 추 장관이 이번 지휘권 발동으로 이 지검장의 요구를 수용한 모양새다. 이에 3일로 예정됐던 수사자문단 소집은 사실상 어려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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