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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안 산적한데…2년간 임단협 지연에 현대重도 ‘몸살’

김정유 기자I 2021.07.08 16:45:22

현대重 노조, 크레인 점거 등 9일까지 전면 파업
사측, 지부장 등 업무방해 협의로 경찰 고발
수주 확대 흐름서 손실 불가피, 하투 악재에 한숨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에서 노조원들이 턴오버 크레인에 올라 농성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조선업계에서도 고질적인 하투(夏鬪)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벌써 2년치 임금 및 단체 협약이 미뤄지고 있는 현대중공업이 대표적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올해도 전면 파업에 돌입, 크레인을 점거하는 등 공격적으로 사측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에 수주 가뭄에 시달렸다가 올해 수주 확대로 모처럼 기회를 잡은 현대중공업이지만 노조 파업에 또 다시 불확실성이 커진 상태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조경근 현대중공업 노조지부장 등 노조 관계자 10명은 지난 6일 울산 패널공장 앞 40m 높이의 턴오버 크레인을 점거하고 시위를 펼쳤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날부터 9일까지 전면 파업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노조가 전면 파업에 돌입한 것은 2019년 6월 이후 처음이다. 노조가 이렇듯 전면 파업에 나선 것은 2019년, 2020년 등 2년간 임단협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고, 사측도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2019년 5월부터 임금 협상에 나섰지만 2년여가 지난 현재까지도 결론을 짓지 못한 상태다. 당시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물적분할건을 두고 노사가 이견을 보이면서 교섭이 장기화했고, 이 과정에서 사측의 파업 징계자 처리 문제, 손배소 등이 불거지면서 갈등이 이어졌다. 결국 2년치 임단협이 모두 마무리되지 못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올해도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 2월 1차 잠정합의안을 마련했지만 조합원 찬반 투표 결과 부결됐다. 지난 4월에도 2차 잠정합의안을 내놨지만 역시 통과되지 못했다. 1차 합의안은 2019년 기본급 4만6000원 인상, 성과급 218%, 격려금 100%+150만원, 2020년 기본급 동결이었고, 2차는 2020년 격려금을 430만원까지 올린 안이었다. 현재 노조는 3차 합의안을 요구하고 있지만 아직 노사간 조율이 이뤄지진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중공업 사측도 강경대응하는 모양새다. 사측은 이날 노조의 크레인 점거 농성 등 파업과 관련해 조 지부장 등 노조원 26명에 대해 퇴거 단행 및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크레인 점거 농성을 해제하고 인근 도로에 설치한 천막, 현수막 등을 철거하라는 게 골자다. 노조가 이를 어길 시 개인별로 5000만원씩 청구해달라고도 요청했다. 별도로 지부장 등 16명은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 고발하기도 했다.

벌써 2년2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현대중공업 노사 갈등은 최근 급격히 일감을 늘려가고 있는 회사 입장에서 큰 장애요소다. 당장 대규모 생산 차질이 예상된다. 자동차 업계처럼 단순 손실을 계산하기 어렵지만 업계에선 현대중공업이 하루 평균 수십억원 이상 손해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총 4일간 전면 파업인만큼 수백억원 수준의 손실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노조의 일방적인 요구 사항 관철을 위해 크레인 점거, 방역수칙 위반 등 시대착오적인 불법 행위에 대해 엄중히 책임을 물을 방침”이라며 “구체적인 생산 피해 금액은 당장 산출하기 어렵지만, 전체적인 공정 흐름에 문제가 생겨 직간접적으로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최근 수주 확대 등 조선산업 업황이 긍정적인 흐름을 탄 상황에서 이 같은 노조 파업으로 인한 동력 약화는 현대중공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코로나19로 수주 절벽을 경험했던 현대중공업이 모처럼 수주 확대라는 좋은 흐름을 타고 있는 상황에서 하투는 그야말로 악재”라며 “대우조선과의 기업결합 문제도 마무리되지 못한 상황에서 노사 갈등은 여러 면에서 현대중공업에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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