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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인]‘김정은과 4시간 12분·트럼프와 45분’ 정의용, 역사를 바꾼 주역

김성곤 기자I 2018.03.15 15:50:34

남북·북미정상회담 성사로 남북미 3각 외교전 물밑주역
통상분야 전문가 취임 초 우려에도 실력으로 극복
김정은·트럼프·시진핑 등 한반도 문제 주요 당사국 지도자 연쇄 접촉
세계 외교가 스포트라이트 받으며 ‘한국의 키신저’라는 별명도 생겨
15일 오전 인천공항 통해 귀국 “한반도 평화 외교적 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8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방북 성과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오른쪽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가능한 조기에 만나고 싶다는 뜻을 표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항구적인 비핵화 달성을 위해 김정은 위원장과 금년 5월까지 만날 것이라고 했다.”

미국 워싱턴 현지시각으로 지난 8일 오후 7시. 백악관 웨스트윙 앞에 수십여 명의 미국 취재진이 몰렸다. 주인공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었다. 다소 긴장한 모습이었지만 차분하게 발표문을 읽어 내려갔다. 경천동지할 파격뉴스였다.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만난다는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 합의였다. 세계사의 한 페이지가 새롭게 열리는 순간이었다.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미정상회담 성사의 숨은 주역으로 떠오른 정 실장은 이후 세계 외교가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정 실장의 최근 열흘은 거침없는 광폭행보였다. 지난 5일 김정은 위원장을 시작으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한반도 문제 주요 당사국의 최고 지도자를 모두 만나며 외교 책사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역사적인 남북·북미회담 성사에 미중 수교의 주역인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에 빗대어 ‘한국의 키신저’라는 별명도 얻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발탁 당시 우려를 불식하고 상한가를 질주 중이다.

◇文대통령, 임종석 비서실장 추천으로 야인 시절 정의용 직접 발탁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좌편향 외교노선’이라는 보수진영의 공세에 시달렸다. 이를 불식시킨 것은 외교안보자문그룹 단장을 맡았던 정 실장이었다. 문 대통령과 정 실장의 인연은 2015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임종석 비서실장이 “외교안보분야에 훌륭한 분이 있다”며 정 실장을 추천했다. 문 대통령은 이후 야인이었던 정 실장을 만나 1시간 정도 면담한 자리에서 외교안보분야 좌장을 맡아달라고 부탁했다. 결과적으로 ‘신의 한 수’였다. 문 대통령의 파격 발탁은 대선 이후에도 이어진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취임 이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인선에 적잖은 공을 들였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위협 △탄핵사태에 따른 정상외교 공백 △위태로운 한미동맹 △중국과의 사드갈등 등 산적한 난제를 다룰 적임자를 찾기 어려웠다. 문 대통령의 선택은 정의용 카드였다. 예상 밖이라는 평가 속에 우려가 쏟아졌다. 안보와 4강 외교 경험이 없는 데다 통상분야에서 주로 활동해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권 내부 입지도 탄탄하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과거 정부에서는 안보를 국방의 틀에서만 협소하게 바라본 측면이 있었다”며 “안보와 외교는 동전의 양면이다. 북핵 위기 상황에서 외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정의용 실장이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평양소주 마시며 김정은과 4시간 12분·역사적인 트럼프와의 45분 면담

정 실장은 취임 이후 어려운 고비를 여러 번 넘겼다. 북핵 대처, 대미외교, 사드갈등 등 난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야당의 파상 공세는 물론 여권 일각의 내부 견제에도 시달렸다. 야당은 특히 코리아 패싱(한반도 문제에서 대한민국 소외현상)을 주장하며 정 실장 경질 공세를 폈다. 정 실장은 문 대통령의 굳건한 신임을 바탕으로 기대 이상의 성적표를 올렸다. 존재감을 처음 과시한 것은 지난해 6월 한미정상회담이었다. 문 대통령 방미 이전에 사드배치를 둘러싼 한미 간 이견을 말끔하게 정리한 것이다. 이후에도 허버트 맥매스터 미국 국가안보보좌관과의 핫라인을 통해 한미 간 주요 현안을 처리했다. 이는 향후 남북대화를 뒷받침하는 든든한 지렛대가 됐다.

하이라이트는 역시 김정은 위원장, 트럼프 대통령, 시진핑 주석과의 연쇄 만남이었다. 지난 5일 조선노동당 본관 진달래관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평양소주를 함께 마시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4시간 12분간 접견 및 만찬을 가졌다. 남북정상회담 합의와 핫라인 설치, 북한의 비핵화 및 북미대화 표명의 성과를 얻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45분 면담은 역사를 바꿨다. 트럼프 대통령이 예상 밖의 조기 면담을 요청하자 정 실장은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설명하며 북미대화를 설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좋다. 만나겠다”며 즉석에서 수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발표 요청에 문 대통령에게 긴급 보고한 뒤 세계사적인 뉴스를 직접 알렸다.

◇중·러 방문해 방북·방미 성과 공유…시진핑 “북미대화 지지” 표명

아울러 중국과 러시아를 방문, 방북·방미 성과를 공유하면서 한반도 문제 주요 당사국의 공조도 이끌어냈다. 지난 12일 방중 첫날 시진핑 주석을 만난 것도 인상적이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화해·협력이 일관되게 추진되는 점과 북미대화도 지지한다”고 밝혔다. 13일에는 러시아로 이동,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을 만나 남북·북미정상회담 관련 내용을 설명했다. 15일 오전 북핵특사 외교를 마치고 귀국한 정 실장의 표정을 밝았다.

정 실장은 “정부는 앞으로도 국제사회 지지를 적극 받아가면서 곧 있게 될 남북·북미정상회담이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획기적 계기가 되도록 외교적 노력을 활발히 전개하겠다”고 다짐했다.

△1946년 서울 출생 △서울고·서울대 외교학과 △외무고시 5회 △주 이스라엘·제네바 대사, 통상교섭조정관 △17대 국회 열린우리당 비례대표 의원 △국제노동기구(ILO의장) △문재인 대선캠프 국민 아그레망 단장 △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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