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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해야 하니 30분 뒤 와라”…출동 소방관 오히려 징계

이준혁 기자I 2023.11.20 21:06:06
[이데일리 이준혁 기자] 샤워를 해야 한다며 30분 뒤 구급차를 보내달라고 한 신고자가 오히려 악성 민원을 제기해 119 대원이 되레 경고 처분을 받자 소방노조가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공무원노조 소방본부는 20일 인천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천소방본부와 인천시는 악성 민원에 시달린 대원은 징계하면서 시민 안전을 위한 예산 확보는 외면하고 있다”며 “대원에게 내려진 징계를 당장 철회해달라”고 촉구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 조합원들이 20일 오후 인천 남동구 인천시청 앞 인천애뜰광장에서 열린 악성민원 시달리는 소방관 징계 철회 및 시민 안전 위한 예산 확보 요구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노조에 따르면 올해로 7년차 소방공무원인 30대 A씨는 지난 8월 7일 “열과 콧물 때문에 힘들어 병원에 가야 한다. 다만 샤워를 해야 하니 30분 뒤에 구급차를 보내 달라”는 119 신고를 받았다. 당시 A씨는 신고자가 요구한 시각에 비슷하게 맞춰 현장에 도착했다. 하지만 신고자는 8∼9분이 지나서야 집에서 나왔다.

A씨는 신고자에게 “구급차를 이런 식으로 기다리게 하면 안 된다”고 말한 뒤 그를 병원으로 이송했다. 이후 신고자는 “모멸감을 느꼈다”거나 “출동한 대원이 친절하지 않았다”는 등의 민원을 제기했다. 계속된 민원에 A씨는 스트레스로 인해 단기 입원까지 했다.

그러나 인천소방본부는 A씨에게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에 따라 매사 친절하게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데도 불친절한 응대로 불필요한 민원을 야기했다”며 1년간 포상이 금지되는 경고 처분을 했다.

이에 소방노조는 “왜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구급대원이 이런 대우를 받아야 하는지 통탄스럽다”며 해당 구급대원에 대한 징계 철회를 요구했다. 노조는 또 “민원 해소를 위해 구급대원을 희생시킨 인천소방본부는 반성하고 처분을 철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노조는 이날 소방안전교부세 확보를 촉구했다. 소방안전교부세는 균등한 소방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2015년 도입됐다. 낡고 열악한 소방장비의 교체, 청사 환경 개선 등 소방인력과 소방장비, 소방안전관리의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노조는 “사회의 기초인 소방안전이 시도의 재정 형편에 따라 달라지거나 그로 인해 시민의 안전이 위협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인천시는 인천시민과 소방관의 안전을 위해 소방안전교부세를 소방분야에 전폭 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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