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교역환경 대전환기…국가투자지주회사 도입 검토해야"

하상렬 기자I 2023.11.01 16:44:29

한은·대한상의 제2회 공동세미나 개최
"정부 인내자본 형성해 고성장 천단산업 마중물 공급해야"
최태원, 리버스-BTL 제안 "국가지주회사 투자해 민간 위탁"
이창용도 공감…"정부 투자 필요…간접 방법 고민해야"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무역환경 대전환기를 맞아 국내 기업의 기술혁신과 부품의 국산화율 제고가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를 위해선 정부가 ‘인내자본’을 형성해 고성장·고위험 첨단산업의 마중물을 공급해야 한다는 주장이 따랐다. 국가투자지주회사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1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별관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제2회 한은-대한상의 공동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오른쪽부터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이종화 고려대 교수.(사진=연합뉴스)
김경훈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 연구위원은 1일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열린 제2회 한은·대한상의 공동세미나에서 발표자로 참석해 ‘대전환기 핵심산업 경쟁력 제고방안’이라는 제하의 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인내자본이란 가장 먼저 투입되고 가장 나중에 회수되는 자본을 의미한다. 환경·사회·거버넌스(ESG) 등 단기적 수익성이 아닌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가 필요한 분야에 자금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김 연구위원은 미국과 중국의 첨단부문 패권경쟁, 탄소규범 강화 등 글로벌 통상환경 변화로 중간재 수출 중심 경제구조인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보다 부정적인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고 평가했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 경제의 블록화로 양국의 국산화율이 1% 높아지면 우리나라 중간재 생산은 연간 0.14% 줄었다.

이같은 대전환기에서 반도체, 배터리, 철강 등 국내 주요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선 정부의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됐다.

김 연구위원은 “미·중 무역 블록화가 진행되더라도 국내기업이 기술개발을 통해 최종재 생산에 들어가는 부품의 국산화율을 높인다면, 국내 경제성장은 오히려 높아질 수 있다”며 “국내 기업의 기술혁신과 부품의 국산화율을 높이기 위해 고성장·고위험 첨단산업에서 정부의 인내자본 형성을 위한 마중물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업의 생산력 제고를 위해 글로벌 첨단산업 생산 중심기지를 국내에 구축해야 한다고도 언급됐다. 김 연구위원은 “최근 탈중국을 고려하는 기업들이 많은 것이 이같은 정책을 펼치기 좋은 환경이라고 본다”며 “지역경제와 연계돼 파급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도 이날 환영사에서 정부의 ‘민간 부문 투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역 임대형민자사업’(리버스-BTL)을 제안했다. 그는 “민간 투자가 안 되는 부분을 국가지주회사가 투자를 하고, 그것을 민간에 위탁 운영시키는 새로운 제안을 드린다”며 “새로운 산업, 통상 및 금융정책을 통해 기존 산업과 무역구조에 쏠린 자원과 자본을 저탄소 친환경 제품으로, 새로운 수출 지역으로 재배분해야 할 필요성도 있다”고 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역시 정부가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실었다. 다만 그 방법에 대해선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현재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가 직접투자를 지원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공감한다”면서도 “간접적으로 하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잘못하면 세계무역기구(WTO), 미국, 유럽이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이 총재는 블록화 ‘디리스킹’(위험제거) 과정에서 우리 기업이 중국에서 빠져나올 때 정부가 적극적으로 도움을 줘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중국을 방문할 때마다 한국 기업을 만나면 요청을 받는다”며 “중국에서 나올 때 세금을 포함한 법적인 문제가 많다. 체계적으로 엑시트(exit·퇴장)할 수 있도록 정부가 도와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왼쪽 세 번째부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내빈들이 1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별관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제2회 한은-대한상의 공동 세미나’ 시작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