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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이후 수많은 거리두기 단계를 거쳐 1년 10개월이 지난 지금.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70%에 이르고 ‘부스터샷’을 실시하는 등 대유행 위험이 낮아지면서 정부가 일상 회복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당초 계획대로 유흥시설 등 일부 고위험시설만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등 3단계에 걸쳐 점진적으로 단계적 일상회복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재택근무로 전환했던 회사들도 모두 정상출근을 준비하고 있다. 재택근무 일수를 줄이거나 아예 실시하지 않는 등 내부 지침을 재정비 중이다. 회사에서 근무하면 그동안 만나기 힘들었던 동료를 만날 수 있고 답답했던 재택근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반응도 있지만, 일부 직장인들은 정상 출근에 적응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한다.
1년 가량 재택근무를 한 한모(27)씨는 “재택근무가 영원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한씨는 “영업시간이 풀려서 회식을 하게 되면 언제 집에 갈 수 있을지 모른다”며 “10시 넘어서까지 회식할 생각하니 싫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 이후 주 3회 재택근무를 하던 인턴사원 안모(26)씨는 다시 정상근무를 할 생각에 벌써 피로하다고 말했다. 안씨는 “사무실에 있는 게 나쁘진 않지만 출퇴근길에 사람이 너무 많아 그게 더 걱정”이라며 “앞으로 코로나가 풀리면 회식도 점점 잡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설명했다.
지난 8월 구인·구직 사이트 사람인이 직장인 1549명을 대상으로 ‘코로나 통금’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48.1%가 ‘만족한다’고 답했다. 연령별로는 30대(51.8%)의 만족 비율이 높았으며 40대(46.9%), 50대(46%), 20대(44.3%) 순이었다.
만족하는 이유로는 ‘불필요한 직장 회식 사라짐(60.8%·복수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어 △코로나19 감염 위험 감소(55.8%) △과도한 음주·유흥 사라짐(49.9%) △내키지 않는 모임 취소(48.7%) △‘워라밸’ 유지(25%) △일상생활 안정(23.9%) △가족과의 시간 확보(13.6%) 등의 응답이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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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등 해외에선 재택근무 문화가 자리 잡아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현 체제를 유지하는 분위기도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미국의 주요 상장기업 61곳의 사무실 복귀 계획을 추적·분석한 결과, 69% 기업이 ‘하이브리드 근무’ 체제를 채택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대기업 10곳 중 7곳이 코로나19가 끝나도 재택근무를 일부 병행한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도 오랜 기간 재택근무 문화가 진행됐고, 해외 기업들만큼 디지털 인프라가 잘 갖춰져 현 체제를 유지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평가한다. 무조건 출근하지 않더라도 업무평가가 가능하고 업무성과를 달성할 수 있으면 탄력적으로 근무환경을 유지하는 문화도 수용되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일은 무조건 직장에 출근해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많이 바뀐 것은 사실”이라며 “단계적 일상회복을 시행한다고 해서 무조건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려고 하기보단, 재택근무가 효율적이었다고 판단되면 회사와 직원 간 협의점을 맞춰나갈 필요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회사 입장에서 (재택근무가) 업무 수행에 지장이 없고, 직원들 사기나 생산성을 높인다고 판단하면 출근과 재택근무 병행으로 협의점을 찾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